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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스키 Oct 22. 2023

양자역학 육아

사랑을 관측하게 하라  

사랑을 관측하게 하라 


아이들은 놀고 있어도 놀아달라고 한다. 특히 아기 때는 키즈카페에 가서 놀잇감이 천지에 있어도 풀어놓고 한눈팔기가 힘들다. 말랑말랑한 공들 속에서 수영하다가도, 혼자 잘 노는 듯해도 가끔 아이가 돌아보면 열심히 지켜보고 있는 척해야 한다. 지켜보다 지쳐 잠시 딴생각을 하더라도 눈이 마주친 그 순간만큼은 너를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눈빛을 보낸다. 효율적인 육아는 소설 같은 이야기다. 인터벌 트레이닝이 체력 소모가 더 크다. 


엄마 아빠가 나를 보고 있구나 확인하는 순간 아기는 안심한다. 항상 그렇게 하고 있다고 믿을 것이다. 아기의 인지 수준에서는 계속 보고 있는지, 잠깐 보는 척하는지 구분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잠깐 한눈 판 사이 아이가 날 본다면 관심이 끊어졌다고 확실히 생각할 것이다. 그 순간이 우주의 전부이니까. 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그 순간만 중요하다고 가정한다면, 아기에게 관심을 주는지 안 주는지는 디지털 논리와 흡사하다. 0과 1의 신호로 이루어진 디지털 신호가 모여 데이터를 만들어 컴퓨터를 통해 우리 눈에 정보로 보이는 것이다. on과 off 사이 중간은 없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은 생각만으로 실험했는데 가성비 좋게도 아주 유명한 실험이다. 양자역학적으로 라듐의 핵은 붕괴한 핵과 붕괴하지 않은 핵의 중첩상태로 존재한다고 설명된다. 이게 양자역학의 어려운 점이다. 이 라듐이 핵이 어떤 상태냐에 따라 상자 속 고양이의 생사가 결정되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면, 삶과 죽음이 반반으로 존재하지는 않을 테니, 이건 말이 안 되지 않냐는 실험이기도 하다. 이론적으로는 생존확률이 50%인 이론적 상황에서 고양이는 살아있을까, 죽어있을까. 상자를 열어보면 확실해진다. 그래서 '관측하는 순간 결과가 확정된다'라고 한다. 


아이가 혼자 놀다가 아빠의 눈길을 '관측'하는 순간 아기가 생각하는 아빠의 생각은 '관심'으로 확정된다. 아빠는 피곤함과 관심의 중첩인 상태인데, 눈길을 통해 관심으로 확정시킬 수 있는 것이다. 관심은 다른 말로 사랑이다. 아이가 본 것은 단순한 눈길이 아니라 아빠의 사랑이다. 양자역학이 가르쳐주는 것은, 관측하면 달라지는 우주에서 사랑이 존재한다면, 중첩 상태인 반반으로 둘 것이 아니라 표현하라는 것이다. 눈길로, 말로, 포옹으로. 아기에게는 그것이 100%이므로. 


내 새끼가 태어나는 순간에 나는 설명하기 힘든 황홀감에 사로잡혔다. 작고 쭈글쭈글한 핏덩이가 생명의 시작을 알리는 울음소리로 탄생을 알릴 때, 그 장면이 인생에서 잊히지 않을 기적의 순간임을 직감했다. 나와 이 아기가 DNA를 공유하며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드넓은 우주 속 창백한 푸른 점, 지구에서 지금을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과도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아이는 사랑을 관측하기 위해 우주 끝의 작은 파동으로부터 세상에 왔다. 인간이 결국 찾아낼 우주의 끝에는 아마 사랑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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