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랄 마이크로 단편선
사람의 모든 것이 사라져도, 우주에 흔적이 남는다고 했다. 마치 나이테처럼.
살아가면서 걸어온 모든 풍경들과 눈에 담았던 인연들, 입밖으로 뱉었던 모든 말들과 머릿속을 거닐었던 오만가지 생각까지 모두 기록된다고. 그 우주기록장치에. 절대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흔적.
사람의 흔적을 찾고 싶었던 것은, 그래서였다. 다시 돌려보고 싶었다. 지금 나는 모조리 잊었으니까. 그 기분만이라도.
2년 전 그녀와 마주섰을 때, 가로수가 줄지어 서 있는 거리였고, 오늘처럼 쌀쌀한 바람이 옷을 여미게 하는 날씨. 삼삼오오 사람들은 우리를 보며 지나갔고 어느새 해가 지고 노오란 노을빛이 우리를 감쌌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되는거지?”
“글쎄”
“...네가 말했었지. 사람한테 한번 놓인 어떤 사람의 인생은 평생 사라지지 않는다고. 마치 문신처럼 말이야.”
“그랬었지. 문신처럼.”
“그거, 아직도 믿니?”
“....그럼”
사라지지 않는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노을빛처럼 희미하게, 그리고 어둠 속에 덮였다. 그녀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그녀 눈 밑에 점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목소리는 어땠는지 걸을 때 걸음걸이가 팔자였던 것 같은데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이다. 나의 흔적은 바람과 세월과 모래에 묻혀 전혀 알아볼 수 없는 모습이 되었다.
[우주기록장치 재생]
그녀가 죽은 후 2년이 걸렸다. 외행성 주위를 멤도는 암흑물질에서 우주기록장치의 힌트를 얻었다. 나는 기록을 재생했다.
그녀가 자주 사용하던 향수 냄새가 가장 먼저 난다. 맞아, 바로 이 향수였지. 달콤하면서 시큼한 향이었다. 잘 입는 원피스에서 그날 세탁한 섬유유연제 냄새도 났었다. 그 옷이 파묻혀서 냄새를 맡곤 했지. 살갗에서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특유의 냄새가 났다. 손과 목덜미에서는 서로 다른 냄새가 났고, 손을 잡고 손등 냄새를 맡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냄새였다. 그리고
피 냄새도 났다.
그래, 이 냄새였지.
영원히 잊지 않으려 나는 킁킁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