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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TR Aug 22. 2016

가지마

우리 모두의 이야기

"이야기를 하나 해줄게"


잔에 소주를 따르더니 한 모금 마시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주 외로움을 많이 타는 한 소년이 있었어. 이 소년은 사랑받고 싶어했지. 혼자 있을 때 사뭇치는 그 차가운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마도 사랑을 받으면 그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같아서 사랑을 갈구했어. 


그리고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여행을 떠났어.


그 길에서 한 소녀를 만났어. 그 소녀는 작고 예쁜 아이였지. 소녀가 말했어. "넌 어디로 가니?" 그러자 소년이 말했어. "난 사랑을 찾아서 가" 그 말을 들은 소녀는 "그럼 나도 같이 갈래"라고,


소녀는 소년과 함께 가기로 했고 사랑을 찾는 모험을 함께 했어. 중간에 괴물을 만나기도 하고 영웅을 만나기도 했어. 죽다 살아나기도 하고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도 했지. 소년과 소녀는 언제나 함께 했어. 그러나 소년은 그제서야 소녀가 왜 자신과 함께 하는지 궁금해졌어.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이 길에 왜 자신과 동행하는지 소년은 물었어.


모닷불이 타닥타닥 타는 앞에서 소녀가 머뭇거리다 말했어.

"나도 사랑을 찾고 있어"

소년은 조심스럽게 말하는 소녀를 바라보며 자신이 이 여행을 떠난 이유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어.

"나는 사랑을 찾을거야. 인생을 걸어도 아깝지 않을 단 하나의 사람을 위해.

내 옆에 없다면 내가 찾을거야. 샅샅히 뒤져서라도 찾아낼거야."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흠... 그 사람은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야. 사랑이 넘쳐서 나눠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웃을 때 아름다운 사람이야. 그 사람 앞에 '슬픔'은 없어. 또 포근한 사람이야. 만인의 어머니처럼 자애롭게 포옹하는 그녀는..."

"아..알았어. 오늘은 이만 잘래."

소녀는 길어질 소년의 말을 끊고 자리에 뒤돌아 누웠어. 

그런 소녀를 물끄러미 보다 소년은 장작개비를 툭툭 건드리다

"고마워"

중얼거렸어. 소녀가 들을 수 없을만큼 나지막하게.


다음 날, 소년은 자신의 사랑이 다가왔음을 직감했어. 심장이 두근거리고 어제와 다른 기운이 샘솟고 있었으니까. 어린아이처럼 신나하는 소년을 바라보던 소녀는 미소지었어. 그리고 둘은 드디어 탑에 도착했어. 전설에 따르면 탑 꼭대기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찾을 수 있다고 했어.


소년은 의욕적으로 탑문을 열었어.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소년은 뒤를 돌아보았어.


소녀가 소년의 옷자락 끝을 옷자락 끝을 잡고 있었고 고개를 숙인채 말했어.

"가지마.."

그녀의 표정은 알 수 없었고 소년은 소녀가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었어.

"알잖아. 내 여행의 목적은 이거였어.. 사랑을 찾아..."

"알아! 안다고... 아는데...그래도 안 가면 안돼?"

"지금 무슨 말을..."


소년은 순간 얼어붙고 말았어. 소녀가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야.

그녀는 울고 있었어. 탑을 앞둔 자신 앞에서.


소년이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서있자 소녀는 넘쳐흐르는 슬픔을 참지 못하고 뒤돌아 뛰쳐가고 말았어. 소년은 "잠깐 기다려!"라고 말했지만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어. 탑에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였지.


탑을 벗어나고 싶지 않았겠지. 자신의 사랑이 있는 곳이니까. 소년은 멀어져가는 소녀를 보고만 있었어. 보고만 있었지.


그래, 소년은 다짐했어. 여기까지 온 이상 탑꼭대기에 올라간다고. 탑문으로 들어섰어. 예상과 다르게 탑 안에는 아무 것도 없었고 꼭대기 층까지 올라가는 계단에 그를 막아서는 어떤 것도 없었어. 꼭대기 층에 다다르자,


천장에 전하는 전설의 문구가 적혀있었어.

-바라는 것을 바라보라


그리고 작게 난 창문을 통해 놓인 망원경이 있었어.

"이것을 바라보라는 이야기일까?"


소년은 숨을 한번 내쉬고 드디어 사랑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망원경에 눈을 댔어.

뿌였던 피사체가 조금씩 또렷해지면서 형태가 보였어. 그 사람은,


뒤돌아 걸어가는 소녀.

그와 언제나 함께 했던 그녀.


소년은 눈을 떼고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멍청이 있다가 다시 한번 눈을 대었어.

그녀였어.


그녀는 슬픈 얼굴을 하고 탑쪽을 바라보고 있었지. 항상 같이 있었는대도 몰랐던 거야 이 소년은. 자신의 사랑이. 그 영원한 사랑이.


소년은 자신의 잘못과 미안함과 기쁨과 설렘이 복잡하게 터져나와 탑에서 뛰어내려왔어. 그런데 내려가도 내려가도 탑의 입구로 다다를 수가 없었어. 분명 올라올때는 금방이였는데 내려가려고 하니 마치 탑이 자신이 나가는걸 방해하는 기분이 들었어. 끝에 다다르지 않자 소년은 지쳐버렸어. 다시 꼭대기로 올라왔지.


지친 숨을 헐떡이며 망원경에 눈을 댔어. 그녀가 있었어. 그런데, 울고 있는 그녀 옆에 다른 누군가가 있었어. 자신과 다르게 그 사람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어.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녀가 무슨 고민을 하는지 알고 있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어.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울고 있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고 고개 숙인 그녀의 얼굴을 들게 해 자신과 눈을 마주치게 했어. 그제서야 그녀는 다시 웃었어.


그는 그녀 앞에 무릎꿇었고 손을 내밀었어 그녀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어. 탑쪽을 바라봤어. 물론 소년도 그런 그녀를 보고 있었어. 


그리고 보았어. 그녀의 입술을.


-행복해

라고 말하는 입술,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았고 함께 걸어갔어. 어리석었던 소년은 그렇게 소녀를 보냈어. 그렇게 한참 동안 이나 탑꼭대기에서 울부짖었단다."


다시 소주 한잔을 채운뒤 마셨다.

"그래서, 이거 누구 얘기야?"

시니컬하게 묻는다. 속도 쓰리다. 

"내 얘기. 아니, 모두의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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