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유클리드 우주 망원경

보이지 않는 물질의 3차원 공간 분포

by astrodiary
euclid_replica_in_cannes.jpg 유클리드 우주 망원경 (https://www.ucl.ac.uk/news/2023/jun/space-telescope-shed-light-dark-universe)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은 약 2년 전에 발사되어 현재 하늘에 있는 수많은 은하들의 이미지를 찍고 있다. 최초의 자료는 2024년 말 공개 되었고, 올해 초에는 과학연구를 위한 자료가 공개되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기하학자 유클리드의 이름을 딴 이 망원경의 주요 목적은 수많은 은하들의 이미지를 찍어서 그 모양 (크기, 찌그러진 정도와 방향)과 적색편이를 재는 일이다. 왜냐고? 그 이유는 은하들의 모양을 찌그러트리는 것이 바로 은하들의 앞에 놓여있는 중력렌즈 역할을 하는 암흑물질이고 이렇게 찌그러진 은하들의 모양을 통계적으로 연구하면 암흑물질의 공간적 분포를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What_Euclid_will_measure_weak_lensing1-e1693558291853.png 중력렌즈 효과 (https://www.euclid-ec.org/mapping-the-dark-universe-with-gravitational-weak-lensing/)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유클리드 망원경은 약한 중력렌즈 효과를 이용하여 보이지 않는 물질 분포를 알아낸다. 위의 그림에서 왼쪽을 보면 강한 중력렌즈 효과에 의해 일그러지고 활처럼 휜 배경 은하의 모습이 보인다. 중력렌즈 효과를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배경은하가 앞에 있는 중력렌즈 효과를 일으키는 은하와 시선방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 따라서 수많은 은하들이 하늘에 분포하고 있음에도 우연히 두 은하가 시선방향에 겹쳐 보이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경우는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다.


이와는 달리 약한 중력렌즈 효과는, 넓은 공간에 분포하는 암흑물질의 영향을 받아 미미하지만 약간씩 일그러진 배경은하들을 보여준다 (위의 오른쪽 그림을 보면 앞에 암흑물질이 있을 경우 배경은하들이 약간씩 찌그러지고 뱡향이 뒤틀린 모습을 보여준다). 약한 중력렌즈 효과는 개개의 은하에 대해서 검출하기는 어렵고, 위의 그림처럼 여러 개의 은하들의 모양을 재고 이를 통계적으로 조사할 때만 그 실체를 드러낸다.


참고로 궁금한 분들을 위해서 중력렌즈효과에 의해 실제 배경은하들이 어떻게 뒤틀려 보이는지를 잘 보여주는 웹사이트를 소개한다 (https://gravitational-lensing.explored.info/tutorial/interactivelens). 화면에 보이는 화살표 모양의 기호를 마우스로 눌러서 이리저리 욺직여가며 배경은하들이 어떻게 보이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은하들이 없는 곳에 마우스를 가져다 놓으면 약한 중력렌즈 효과가 두드러지겠지만 밝은 배경은하 위에 마우스를 놓으면 강한 중력 렌즈 효과가 두드러 지게 보일 것이다).


이렇게 넓은 영역에 걸쳐 약한 중력렌즈 효과를 겪는 많은 은하들을 관측하여, 하늘에서의 위치 (X, Y 공간)와 우리에게서 떨어진 거리에 따른, 삼차원 공간상의 물질 분포를 유추하는 것이 유클리드 망원경의 목표이다. 그 이유는, 물질의 삼차원 공간상의 분포를 알면 그 우주의 기하학적 구조와 시간에 따라 변하는 팽창률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시공간의 곡률과 그 시공간 안에 들어 있는 에너지 (물질을 포함한)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 시공간의 에너지는 시공간의 곡률을 결정하고 모든 입자들은 그 곡률의 영향에 따라 움직인다. 이 시공간과 에너지 사이의 관계를 결정짓는 일반 상대론의 장 방정식 (field equation이라고 부른다)의 해는 몇 가지가 존재하는데, 그중의 하나가 균일한 등방 공간 안의 유체를 가정한 프리드만-로버트슨-워커 (Friedmann-Robertson-Walker, FRW) 계량 (metric)이다. 이 FRW 계량을 장 방정식에 대입하여 전개하면 우주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기술하는 프리드만 방정식을 얻을 수 있다. 이 프리드만 방정식 안에 포함되어 있는 에너지 (암흑에너지)와 물질 (암흑물질)은 현대천문학이 아직도 이해를 못 하고 있고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최대의 미스터리이다.


매 순간 우주의 팽창과 수축 상태를 결정짓는 것은 그 순간 우주 안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 (에너지 등가 원리에 따라 물질도 포함된다)가 들어차 있느냐 (정확히는 에너지 밀도)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우주의 기하학적 구조와 시간에 따른 팽창률을 관측을 통해 잴 수 있으면, 우주 안에 들어차 있는 보이지 않는 물질과 에너지의 양을 유추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 (정말 그 존재를 필요로 하는지,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후보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그럴듯한 지)에 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팽창하는 우주 공간에서 진즈불안정으로 인해서 중력으로 붙들린 구조가 형성되는 과정은 우주가 얼마나 빨리 팽창 혹은 수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왜냐하면 빠른 속도로 팽창하는 공간은 물질이 활발하게 중력수축을 하여 구조물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주의 팽창정도를 고려하여 이론적으로 예견한 물질들의 공간 분포를 관측과 비교하여 어떠한 우주모형이 우리가 존재하는 우주를 잘 설명할 수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유클리드 망원경과 같이 광시야 관측을 통해 많은 은하들의 약한 중력렌즈 효과를 검출하는 일이 필요하다. 유클리드 망원경은 앞으로 6년간 활동하며 자료들을 모아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우주의 물질과 에너지 분포에 대해서 중요한 관측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쩌다 생겨난 우주, 그리고 그 속의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