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팽창하는 대기를 가지는 별에서 보이는 스펙트럼

복사 전달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관측 자료의 해석

by astrodiary
A_closer_look_at_Hubble’s_31st_anniversary_snapshot_(51484874537).jpg 팽창하는 대기를 가지는 변광성 AG Carinae (https://en.wikipedia.org/wiki/AG_Carinae)

위의 사진은 허블 망원경으로 찍은 변광성이다. 가운데 별이 있고 주변에 붉고 푸른색의 기체들이 별을 둘러싸고 있다. 별에서 나온 광자가 주변 기체를 이온화시키고 이온화된 전자들이 다시 재결합하는 과정에서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아름다운 색을 띠는 빛이 나온다 ("원자와 분자들의 지문" 참조). 이제 이와 비슷한 종류의 별을 분광 관측하여 보니 아래와 같은 스펙트럼을 얻었다. 각각의 영문자들은 성간 기체 안에 존재하는 원소들의 전자 궤도의 에너지 차이에 따른 방출선들을 표시한 것이다. 보이는 것처럼 기체 안에는 여러 종류의 원소들이 존재한다. 우주의 대부분이 수소와 헬륨으로 되어있고, 그 밖에 다른 중원소들은 별 내부에서 만들어진다는 점 ("천문학의 성배" 참조)을 상기하면 이 스펙트럼을 만들어 내는 다양한 중원소들은 포함한 기체는 별에서 방출된 물질들이 분명하다.

pcygni_spectrum_read.png 껍질이 팽창하는 별에서 보이는 스펙트럼. 빨간 사각형 안에 보이는 모양에 주목하자

스펙트럼을 보면 모양이 상당히 복잡하다 방출선도 있고 흡수선도 보인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방출선 (정규분포 모양으로 삐죽 솟아오른 스펙트럼)들과는 조금 다르게, 사각형 박스 안에 보이는 것처럼 흡수와 방출이 섞여 있는 듯한 이상한 모양의 스펙트럼이 여러 원소들에 대해서 계속 보인다 (표시한 박스 외에도 여러 군데에서 비슷한 모양이 보인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여러분이 천문학자라면 어떤 그럴듯한 설명을 내놓을 수 있을까? 사실 천문학 연구가 별다른 게 아니라 바로 이와 같은 관측된 현상에 대해서 그럴듯한 설명을 내놓는 것이다.


위의 별 사진으로 돌아가서 중심에 있는 별을 보면 굉장히 밝고 주변의 물질들이 방사상으로 삐죽삐죽한 모양을 보이는 것이 마치 중심에서 흘러나오는 물질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이 별은 방사상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는 물질들에 둘러싸인 것 같다 (정확하게는 별이 내뿜는 에너지가 별의 대기 바깥층의 물질들을 우주 공간으로 날려버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을 좀 더 단순화시키면 아래의 그림과 같은 상황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아래와 같은 천체를 망원경으로 분광 관측을 하면, 팽창하는 이온화된 가스에서 나오는 방출선과 별이 내는 흑체 연속복사가 더해져 있는 상태를 보게 된다. 그런데 방출선은 물질의 시선방향에 따라 청색편이 (시선 방향으로 다가오는 경우)와 적색편이 (시선 방향에서 멀어지는 경우)를 겪게 된다. 또한 별과 우리 사이에 놓인, 청색편이를 일으키며 우리에게 다가오는 물질들은 복사전달 과정을 통해 배경 별의 연속복사를 흡수한다.


urn_cambridge.org_id_binary_20170801043045028-0939_9781316694206_16590fig18_2.png Spectral Atlas for Amateur Astronomers - Richard Walker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7)

지난주에 우리는 복사 전달 방정식과 그 해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제 이를 바탕으로 해서 위와 같은 상황에 놓인 천체를 관측했을 때 예상되는 스펙트럼 모양을 한번 생각해 보자 (위의 그림 참조). 크게 두 가지 요인해 의해 그 모양이 결정된다. 첫째, 방출선 (특정 파장을 기준으로 좌우 대칭인 정규분포 모양의 스펙트럼)이 관측될 것이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각각 다른 위치에서 다른 시선 방향의 속도를 가지고 팽창하는 물질에서 나오는 수많은 정규분포 모양의 스펙트럼들이 중첩되어 보이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물질들이 내는 방출선들은 푸른색으로 표시한 대로 청색편이를 일으키며 왼쪽 (짧은 파장 쪽)으로 쏠려 분포할 것이고,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물질들이 내는 방출선들은 붉은색으로 표시한 대로 적색편이를 일으키며 오른쪽 (긴 파장 쪽)으로 쏠려 분포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좌우 대칭인 큰 너비를 가지는 정규분포 모양의 스펙트럼을 보여줄 것이다. 둘째, 별이 내는 흑체 연속 복사 스펙트럼이 관측될 것이다. 그런데 별의 앞에 있는 청색편이를 일으키며 팽창하는 물질들에 의해 흡수가 되기 때문에 움푹 파인 모양을 가지는 연속복사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 패인 모양이 생기는 위치는, 흡수하는 물질이 청색 편이를 일으키고 있는 관계로 짧은 파장 쪽에서 나타날 것이다 (빠르게 팽창할수록 더 왼쪽에 치우치게 된다).


이제 복사 전달 방정식 중 수식 (7)에 있는 Io 변수를 별이 내는 연속복사의 세기로 하고 1을 대입한 후, 별과 우리 사이에서 팽창하는, 별에 비해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체가 내는 약한 연속 복사세기를 Bv라고 하고 0.4를 대입하고 나서, 광학적 깊이가 중심 주파수에서 1 보다 훨씬 크게 되도록 값을 설정하자. 이 복사 전달 방정식의 해는 흡수가 일어나는 별의 흑체 연속 복사 (아래 그림의 파란색 스펙트럼)를 설명하게 될 것이다. 그다음 이번에는 Io를 0이라고 하고 방출선을 내는 팽창하고 있는 기체의 복사세기를 Bv라고 하자. 이 복사 전달 방정식의 해는 별 주변의 물질들이 내는 방출선(아래 그림의 빨간색 스펙트럼)을 설명하게 될 것이다. 이제 이 두 가지 해를 더하면 최종적으로 관측된 스펙트럼과 비슷한 모양 (아래 그림의 검은색 스펙트럼)을 얻을 수 있다. 광학적 깊이를 조정하고, 동시에 흡수선과 방출선을 만들어 내는 기체 덩어리의 복사 밝기를 잘 조절하면, 관측된 스펙트럼을 "정량적"으로 꽤 잘 맞출 수 있다 (아래 그림에서 보이는, 작게 오려 붙인 실제 스펙트럼과 비교해 보시라).

pcygni2.png 팽창하는 별의 대기가 만드는 흡수선과 방출선을 더한 모형 스펙트럼

마지막으로 퀴즈를 하나 내고 글을 마치기로 한다. 천문학에서는 종종 아래와 같은 모양의 스펙트럼이 관측되기도 한다. 팽창하는 대기를 가지는 위의 경우와 비슷하게 방출선과 흡수선이 섞여 있는 모습을 보여 주지만 자세히 보면 흡수선과 방출선이 생기는 위치가 바뀌어 있다. 그럼 이런 스펙트럼은 어떤 상황에서 생겨나는 것일까?

Screenshot 2025-11-15 at 3.56.16 PM.png https://articles.adsabs.harvard.edu/pdf/2002ASPC..267..365D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실전 천문학으로의 첫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