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를 떠나고, 또 둥지를 짓고

누구나 아기였던 때를 생각해 본다

by 진이

어린이집에 아이를 부탁하고 돌아설 때,

어딘가 '낯익은 아이의 차분한 눈빛'을 무심한 듯 남겨두고 왔다.


익숙한 헤어짐을 잊으려 손을 흔들어보지만, 닫힌 문 뒤로 '아빠'를 찾는 소리가 세어 나왔다. 멀어지는 소리만큼 재촉하여 도착한 차 안에서 '어디선가 본 듯한 눈빛'이 떠올랐다.


그 조그만 얼굴 안에, 어떻게 그렇게도 많은 그리운 사람들의 표정을 담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다.


누굴 닮았니? https://brunch.co.kr/@astroparksj/11




외가를 떠올리면 파란 철제 대문과 그 문 사이로 나고들던 오리의 모습이 생각난다. 꽥꽥 거리는 오리를 따라 꽥꽥 거리며 뒤를 쫓던 기억과 친구들을 몰고 온 오리때를 피해 도망치던 모습도 떠오르고..


처음으로 보았던 처마 밑의 빈 둥지도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새는요?


다 커서, 자기 집으로 갔어


저녁이 되면 펌프질로 길어 올린 지하수로 목욕을 하고, 불에 그을린 검댕처럼 새까만 칠을 해둔 하늘 아래 헤아릴 수 없는 별들을 올려 보았다. 매캐하면서도 쑥향이 묻어나는 모깃불 냄새를 맡으며 외할아머니와 도란거리던 젊은 날의 고운 엄마를 보며 잠들었다.


기억이 어렴풋하다. 버스 터미널로 가기 위해 올라탄 것이 택시 안이었던지 친척 어른의 트럭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포장이 덜된 길에 흔들거리며 차창밖을 바라보았다.


손을 흔들며 잘 가라며 떠나보내던 두 노인의 모습이, 열어둔 파란대문 사이로 점점 작아지며 추억 속 액자처럼 빛바랜 회색빛으로 잊혀 갔다.


그 잇혀진 눈빛이 아이의 눈에서 다시 떠올랐다


雙燕 (쌍연) / 金履萬(김이만)


雙燕銜蟲自忍飢(쌍연함자인기)

往來辛苦哺其兒(왕래신고포기아)

看成羽翼高飛去(간성우익고비거)

未必能知父母慈(미필능지부모자)


제비 한쌍은 벌레를 물고도 굶주림을 참으며

오며 가며 힘들어도 제 새 먹였는데

날갯짓하며 높이 날아가버리면

부모의 사랑은 알지 못하겠지



어느새 둥지를 떠나 고마운 사람과 함께 '우리 식구'라는 새로운 둥지를 만든 지 몇 년이 흘러갔다. 쉴 새 없이 바른말을 하는 큰딸과 못 알아먹을 말을 하는 작은딸.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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