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 굴
두더지 굴/이수미
두더지는 가려운 과의 식충목이다
손끝이 지나간 자리마다 울퉁불퉁
살갗이 부풀어 오른다
미로처럼 파헤쳐진 굴을 따라 손을 뻗어보지만
어디서 나타나 어디로 사라지는지
시작과 끝점을 못 찾겠다
밝은 색 매니큐어를 발라 길을 밝혀 봐도
눈은 가려운 쪽으로 점점 퇴화되어 갔다
손끝에 힘을 가할수록 굴은 더 멀고 깊게 파였다
신출귀몰하다
반대쪽을 공략해야 잡을 수 있다는데
그러나 그곳은
손이 닿지 않는 곳이다
직선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두더지,
결국 피부과를 찾아
둥글게 펴 바르는 약 처방을 받았다
어두운 눈으로 번져나가는 길을
밝은 눈으로는 쫓지 못한다
밤을 돌아눕게 만들고 뒤척이게 만드는 두더지,
유독 간절기 때 자주 출몰한다
등 가죽이 들썩들썩, 두더지가 또 움직인다
번식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