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극편리단揷棘編籬短
*삽극편리단揷棘編籬短/이수미
먼 곳에 사는 벗이
먼 곳에 사는 벗을 찾아와
하룻밤 만나고 돌아간 후
먼 곳에 사는 벗은
울타리를 치고 들어앉아버렸다
봄이 왔다고, 찔레꽃이 환하게 피었다고
소식을 넣어도 적막하다
우리는 어릴 적 가시덤불을 헤치며
손톱 밑을 열어두고 놀았던 사이,
아무리 깎고 깎아도 손톱 밑은 여전한데
그날 밤, 푸드덕 새 한 마리 날아가듯
방정맞게 내 입을 빠져나간 말이
먼 곳의 손톱 밑을 찔렀던 것일까
그 독 삭이느라
열 개의 손가락이 퉁퉁 붓고 있는 것일까
나는 어쩌다 내 혓바닥에
가시나무 심겨 있는 걸 깨닫지 못했을까
다시 조심스럽게
먼 곳의 울타리를 밀쳐보는데
날 선 가시가 사납게 손끝을 찌른다
붉게 솟아오르는 핏방울 그 사이로
한 이름이 욱신거린다
* 가시나무 꽂아 짧은 울타리 꾸미고
김시습 시 '우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