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은 불을 품고 살지/ 이수미
금지된 세상으로 나가본 적 있나?
욕망의 덫에 걸려 꼼짝 못 한 채 시들어가는 생을 지켜본 적 있나?
내가 처음 경계선 너머로 손을 내민 건
철조망 구멍만큼이나 작은 호기심이었다네
금지된 것들은 자제할 수 없는 욕망을 불러왔거든
눈 쌓인 숲에 들어가 본 적 있나?
나무들은 가슴에 불을 품고 산다네
나무 등걸주위에 눈이 빨리 녹는 것도 그런 이유지 누군가 다가와 마찰을 가하면
잠들었던 불씨들이 깨어난다네
한번 깨어난 불씨는 무언가를 태우고야 사그라지지 결국은 재만 남게 되지
하지만 그것은 억제할 수 없는 불들의 본능이라네
가슴에 불씨를 품고 사는 자들은 알지
스치기만 해도 활활 타오른다는 것을,
언젠가는 소멸될 존재들
그러나 우린 스스로를 태워 소멸시킬 불꽃이라네
경계선 너머엔 늘 타오를 것들로 넘쳐났지
그래서 바깥을 향해 조금씩 몸을 내밀었던 거야
내가 덫에 걸린 이유를 이제 알겠나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