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바람'소리 머무는 책방에서 잠시 쉬었다 가세요.나를 살린 책이, 꼭 필요한 누군가의 곁에 머물 수 있기를.
언제부턴가(아마도 학창 시절부터) 삶을 즐기지 못하고 망가지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면서 살았다. 10대 때보다 20대 때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원하던 직업을 가지기 위한 필수관문인 시험에 실패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귀애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아픔도 겪었다.
그렇게 넘어졌다.내가 이 세상에서 주인공이 아닌 건 알았지만, 조연도 아니라고 확인사살 당한 지난날들.
이제 어떻게 해야 되나. 모르겠다,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했다.우리를 그렇게 만든 사회는묵묵부답이고 삶을 먼저 살아낸 어른들은 왜 주저앉냐고 나무랐다. 얼른 일어나라고.
그때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은`책`그리고`작가님들`이었다.
당신의 삶이 평하기를, 덜 아프기를, 조금 더 견딜 만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 당신의 평하지 못한 삶의 복판에, 아프고 무섭고 견디기 힘든 삶 한가운데, 곱고 단단하게 심어놓으면 어떨까, 그러면 그것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 한그루 이야기가 될까, 생각합니다.
작가의 말|『레몬, 권여선 (창비)』
책 『레몬』에서 만난 문장처럼, 그렇게 나를 지켜주는 작가님들의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나 자신과 잘 지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장들을 따라 쓰고 또 썼다.작가님들의 글을 만난 후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면서 웃음을 비롯한 아름다운 것들을 건사하며 지지 않고 하루하루 살아낼 힘이 생겼다.
잘 살고 싶어졌다.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면서.
책이 나를 도와준 것처럼 이제는 내가 단 한 사람이라도 웃을 수 있게 곁에서 도와주는 다정한 어른이 되고 싶다. 나만의 책방에서 '책을 벗 삼는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보며 다독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꾸게 됐다.
그 꿈은 아직 요원하지만 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본인 곁을 지켜줄책을 찾을 수 있도록 사람과 책을 연결하며 그 꿈에 천천히 다가가고 싶다.
‘밝은 곳으로 가려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 한 사람의 일상에라도 닿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싶다.
살아가다가 패배해 넘어진 사람들이 '책의 바람' 책방에 머물며 잘 넘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책들과 이제는 그 책 속 밑줄 그은 문장들을 닮은 어른이 되기 위해 다짐하는 나의 이야기를 만난다면오늘도 내일도 답은 없을 수 있지만 '지금의 나'로 괜찮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그랬듯이.
산책하다 책방에서 잠깐 쉬었다 나오면 기분도 마음도 나아지지 환한 밤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우리 스스로를 잘 지키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의 바람' 책방 문 열겠습니다.
여러분이 책방에서 만큼은 애쓰지 않아도 '나'로 존재할 수 있길, 푹 쉴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