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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하다 May 02. 2023

넘어지는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책의 바람'

오늘 건넬 문장: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문학동네)』

'책의 바람' 책방 오픈 날이다. 오늘은 책방 이름지닌 의미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책방 이름을 '책의 바람'으로 지은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려우선, 김연수 작가님의 책, 『이토록 평범한 미래』 속 문장을 들여다봐야 한다.


"버티고 버티다가 넘어지긴 다 마찬가지야. 근데 넘어진다고 끝이 아니야. 그다음이 있어. 너도 KO를 당해 링 바닥에 누워 있어보면 알게 될 거야. 그렇게 넘어져 있으면 조금 전이랑 공기가 달라졌다는 사실이 온몸으로 느껴져. 세상이 뒤로 쑥 물러나면서 나를 응원하던 사람들의 실망감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바로 그때 바람이 불어와. 나한테로."

『난주의 바다 앞에서,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문학동네)』


'운동하는 중에 고통이 줄어들고 운동을 계속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는 상태'를 뜻하는 세컨드 윈드(Second Wind)를 나타내는 문장을 읽는 동시에 어떤 상태인지 바로 알았다.  


내가 살면서 겪었기 때문에.


법조인이 되기 위해 20대 내내 노력하며 버틸 때까지 버텨보다 인생에 KO패를 당했다. 로스쿨 입시 준비만 3년을 하고 입학하지 못한 나는 30살을 앞두고 있었다. 열심히 달려왔지만 사회적 기준에서 완전 패배한 삶만 남았다.


많이 울었다. 대학교 입시보다 더 열심히 살아왔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시험에 떨어지고 그 누구도 만나지 않고 한 달 내내 단골 북카페에서 책만 봤다. 그다음 취직한 특허사무소에서의 4개월도 진흙탕 싸움이었다. 내 장래희망이 무너지고 1년 내리 넘어져있었다.


그 1년 동안에도 간간이 바람은 불어왔다. 그게 나에게는 '책'이다. 나만 아픈 게 아니고 누구나 넘어져 아플 수 있고, 울어도 된다는 것을 알려준 책들.

이토록 어둠 말고 빛을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야기들이 바람이 되어 나의 삶에 불어오기 시작했다.


두 번째 바람이 불어온 뒤로 지금까지 골 북카페에서 2년 차 '북마스터'로 일하고 있다. 책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법과는 아무 상관없는 다른 업무지만 좋아하는 책 관련 이기에  좋다. 행복하다. 이제 나의 삶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삶에 완전히 패배해도 넘어지면 그만이고 그다음 있기에 우리는 살아갈 수 있음을, 두 번째  바람이 불어와, 우린 다른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몸소 깨달았다. 책방을 찾는 손님들게도 이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김연수 작가님의 책을 건네싶다. 넘어져도 괜찮다고, 같이 '잘 넘어지는 사람'이 되자고 말하면서. 



힘들고 아픈 누군가가 나의 책방에 들추천한 책을 통해 괜찮아지길 바라는 마음, 추천한 책 속의 문장이 누군가에게 두 번째 바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의 바람'으로 지었다.


즉, 책을 통해 우리 삶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그리고 책이 우리가 괜찮기를 바란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다.


'책의 바람'소리 머무는 책방에서 바람도 느끼고, 책 가진 염원도 함께 들어보시길.

책 속의 문장들이 저에게 어떤 위로가 되었는지, 이제는 책 속의 문장들을 닮은 어른이 되고 싶은 저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이토록 넘어지는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책방을 운영하고자 합니다. 자주 놀러 오세요, 책방 문 열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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