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건넬 문장: 『내가 말하고 있잖아, 정용준 (민음사)』
용기가 없는 사람에게 용기를 내라고 할 순 없는 법이거든. 용기가 부족한 사람에게는 용기를 내라고 할 수 있지만 용기란 게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에겐 그렇게 말해선 안 돼. 당연하지. 낼 용기가 없으니까. 힘없는 사람에게 힘내라는 말도 이상해. 힘이 있었으면 힘을 냈겠지. 안 그래?(…)
넌 지금 용기도 없고 힘도 없잖아. 하지만 사람들은 너에게 이렇게 말할 거야. 천천히 말해. 차분하게 말해 봐. 떨지 마. 용기를 내!(…)
하지만 아니잖아. 천천히 말해도 안 되잖아. 차분하게 말해도 어렵잖아. 떨려서 말을 못 하는 게 아니라 말을 못 해서 떨리는 건데. 사람들은 그걸 모르지. (…)
사람들은 줄줄 말을 참 잘해. 써도 써도 넘치는 말의 바다 같은 것을 갖고 있으니까. 그런데 어떤 사람에게는 그런 게 없어. 플라스틱 수조 같은 곳에 한 모금 정도의 물만 바닥에 남아 있거든. 완전히 텅 비어 있는 사람도 있어. 수조가 깨진 사람도 있고 수도꼭지가 고장 난 사람도 있어.
우리 친구는 말하는 게 왜 힘드니? 어떤 단어가 어렵고 어떤 상황이 두렵니? 걱정 마. 억지로 시키지 않아. 천천히 해 보자. 내가 도와줄게.
『내가 말하고 있잖아, 정용준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