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섬 Jun 23. 2024

내 아이는 스마트폰 중독일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


올봄 나는 아이에게 한도 없는 폰 사용을 허했다. 아무리 좋은 것도 양껏 하면 질릴 거라는 계산에서였다. 내가 원한 그림은 이거였다. 한동안 미친 듯이 폰을 한다. 그러나 역시 뭐든 한계는 있는 법. 폰을 하는 것도 시시해진 아이가 내 앞에 와 고개 숙인다.

"엄마, 이제 공부할래요!"


물론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애초부터 벌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생각보다 오래 기다릴 수 없는 인간이었다. 처음 1주 정도는 호기롭게 기다렸다. 그 어느 때보다 편하기까지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반의 불안마저 잊는 쪽은 아이, 초조해지는 쪽은 엄마였다. 나는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그 일 후 알게 된 사실 하나. 방법도 사람 따라 달라야 한다는 것! 폰만 하는 아이 때문에 화가 난 엄마가 '너 이제 공부하지 마!' 했을 때 어떤 아이는 '엄마 잘못했어요. 다시 공부할래요'라고 말하지만, '아싸! 공부 안 해도 된다!'라고 좋아하는 아이도 분명히 있다. 내 아이는 후자에 가까웠던 것.


아이가 너무 말을 안 듣는다. 대부분 사소한 생활습관 문제인데, 가장 심각한 건 폰 사용 문제다. 아예 못하게 할 수는 없고 적당히 하길 바라지만 그건 부모의 욕심인가 보다. 화장실을 갈 때조차 폰이 들려있으니 저러다 왼손에 변형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폰으로 하는 것도 인스타와 게임 정도. 스마트폰이 전혀 스마트하지 않은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약 보름의 휴가 후 우리는 술래잡기 같은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아이는 손에 들어온 폰을 내어놓지 않으려 하고, 나는 때론 어르고 때론 무력으로 뺏으며 대치하는 생활이었다. 이젠 꾀도 늘어서 엄마가 숨겨놓은 폰을 찾아내 가져가곤 안 가져갔다고 뻔뻔히 거짓말을 한다. 그래봤자 치밀하지 못해서 매번 내게 걸리는 게 영낙없이 10대 초반의 어린 아이다.


사실 아이 소유의 폰을 갖게 된 후 이런 싸움은 계속되어 왔다. 그리고 그즈음부터 나는 쭉 하나의 생각을 해왔다. 아이와 싸우고 싶지 않다! 싸운다는 건 나 같은 I형 인간에게 에너지를 쪽쪽 빨아가는 일이다. 물론 그 싸움으로 나의 비루한 속내를 확인하는 일도 괴로웠다. 다른 건 다 포기해도 아이와 계속해서 싸우고 점점 더 사이가 멀어지는 건 포기할 수 없는 일이었다.


며칠 전 남편과 긴 대화를 나눴다. 아이에게 아빠가 해줬으면 좋겠는 부분을 한참 이야기하다 화제가 아이가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또 폰을 너무 많이 해서 속상하고 화나는 마음에 닿았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들은 부모인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건 아이의 삶이고 또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므로.


그러나 아이와 잘 지내기는? 이건 얼마든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였다. 마음에 안 드는 것 투성이인 아이에게 모나지 않은 말을 건네는 건 정말 해도 해도 너무 어렵지만,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이렇듯 아이와 싸워가며 아이와 지내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와 잘 지내기를 선택했다.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는, 아이는 제 몫을 충분히 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상하지 않은 우리의 관계가 어른이 되어서도 외동인 아이에게 버티는 힘이 되어줄 거란 믿음을 하나 더 보태고 싶었다. 그러니 이건 남편이 아닌 나에게 하는 잔소리였다.

이전 22화 내 입 속 제철 행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