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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를 지나 진심으로

by 은섬

도서관 수필 수업에서 함께 글을 쓰던 문우의 수상 소식이 습격처럼 나를 덮쳐왔다.

이전에도 그런 상상을 해본 적 있다. 나와 가까운 사람, 어쩌면 나와 함께 으쌰으쌰 하며 글을 쓰는 누군가가 나보다 먼저 등단에 성공한다면 나는 진심으로 그를 축하해 줄 수 있을까?


며칠 후 있는 수업은 올해를 마무리하는 수업이면서 동시에 수상을 한 주인공을 위한 축하연이기도 했다. 그녀의 수상작은 이미 나도 아는 작품이었다. 이 수업에서 참여하는 학생은 모두 한 편의 수필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했는데, 그 작품은 봄 즈음에 그녀가 낭독했기에 나의 기억 속에도 남아 있었다.


그 봄, 낭독이 끝나고 수필가 선생님의 지적은 혹독했다. 문우는 방치된 자전거를 노쇄한 시어머니에 비유했다. 그녀를 돌보는 문제로 날을 세우는 남편과의 갈등을 톺아보며 작가는 남편 이해를 향한 한 잘을 내딛는다. 거기엔 시모에 대한 연민도 짙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자전거와 시모를 은유로 묶기엔 보편적 정서에서 맞지 않다고 하셨다.


수업이 끝났을 때 나는 일부러 그녀를 찾았다. 나는 선생님과 생각이 다르다고. 자전거와 시모의 은유가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글도 너무 좋았다고. 그 말에 그녀는 환희 웃었고 위로가 된다고 답했었다. 실제로 그녀는 여러 작품 중 이게 가장 마음에 들어서 공모전에도 냈다고 하니 선생님의 피드백에 상심이 컸을 것이다.


그간 그녀는 공모전 응모를 위해 얼마나 갈고닦았을까? 최종본 낭독을 들으면서 수상할만하다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됐다. 연륜은 무시할 수 없었고, 비유와 표현은 교과서적이었다. 아름다운 내면이 그대로 활자화되어 있었다. 나는 그날 헤어지기 직전 그녀에게 다가가 안아달라고 했다. 좋은 기운을 받고 싶다는 나를 그녀가 폭삭 안았다.


어제 독서회에서 그녀와 재회했다. 우리는 수필 수업 이전에 독서회에서도 오래 함께 한 사이다. 올해 마지막 수업이라 다과회를 하면서 나는 그녀의 좋은 소식을 회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얼마나 자랑할만한 일인가. 나였어도 스스로 도시 곳곳에 플래카드를 걸었을 것이다. 처음에 부끄러워하던 그녀는 흐뭇하게 회원들의 축하를 받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겐 한 톨의 질투도 섞여 있지 않았다.


우연일까? 나도 그 수필 수업에서 낭독했던 작품을 퇴고해 공모전에 제출했다. 구조를 다 흔드는 피드백에 자신만만했던 마음이 후두둑 낙하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공모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등단은 나의 오랜 꿈이기 때문에 처음 그녀의 소식에 부럽고 질투 나고 솔직히 배도 조금 아팠던 것 같다. 그건 글이 아닌 나를 향하는 듯한 폭력적인 피드백으로 힘들 때와는 또 달랐다.


수상을 반복해 축하하면서, 그간 그녀의 열정과 노고를 알아주면서 그녀를 향한 나의 축하에는 질투도 시기도 한 톨 섞이지 않은 순수한 마음만 남았다. 부러운 마음은 여전하다. 누군가 사심 없이 축하해 줄 수 있을까 걱정될 때 오히려 더 수다스럽게 축하해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임을 이 일로 배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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