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가 육아에 미치는 영향
불안도가 높은 둘째는 경기마다 눈물을 쏟았다. 엄마나 아빠 없이는 뛰지 못하겠다고 해서, 결국 경기장에 함께 들어가 뛰어주기도 했고, 뛰고 싶지 않다고 하는 날에는 그저 옆에서 기다리다 함께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두 번째 해, 세 번째 해가 되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단지 이유만 달라졌을 뿐이었다. 날씨가 추워서, 상대팀 아이가 자신을 밀어서, 발에 흙이 묻어서, 신발이 젖어서... 아이는 매번 다른 이유로 울음을 터뜨렸다. 때로는 사소해 보이는 이유들이지만, 아이에게는 세상을 뒤흔드는 큰 고통이었을 것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나, 익숙하지 않은 변화들은 아이를 불편하고, 또 불안하게 만들었다.
나는 필드 한 구석에서 아이를 달래기도, 때로는 나무라기도 하며 늘 마음이 무거웠다. 나의 육아 철학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아이를 독립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믿음은, 매번 아이를 품 안에 안고 달래며 흔들렸다. 지나고 나서야 깨달은 것은, 독립을 강요하는 대신, 스스로 설 수 있을 때까지 지지해 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매번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같은 팀 아빠들과 코치는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품어주며 따뜻한 말을 건넸고, 엄마들은 "누구나 아이를 키우며 이런 일들을 겪어. 다들 말을 안 할 뿐이지"라며 나를 위로했다. 남편은 내년에는 축구를 그만두자고 했지만, 나는 "딱 1년만 더 해보자"라고 설득하며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변화는 올해에 찾아왔다.
정말 놀라운 변화였다. 매 경기 한 번도 울지 않았고, 친구들과 웃으며 뛰어다니는 아이의 모습을 보았다. 시즌이 끝나고 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때로는 고통스러워 보였던 그 모든 순간들이, 아이를 이만큼 성장시켰음을 깨달았다. 물론 여전히 아이는 낯선 환경에 가면 불안감이 폭발하곤 한다. 하지만 5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해 온 축구팀의 친구들, 그 친구들의 부모들, 그리고 항상 같은 자리를 지키며 응원해 준 코치와의 관계는 아이에게 작은 세상 하나를 만들어 주었다. 그 따뜻한 울타리 안에서 아이는 점점 자신감을 쌓고 안정감을 얻어갔다.
아이를 믿기 위해서는 내가 쌓아왔던 ‘어떤 방식이어야 한다’는 육아의 기준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마치 자신만의 방식으로 뿌리를 내리는 나무처럼, 아이에게도 저마다의 속도와 방향이 있다는 것을. 아이의 성장을 조급히 재촉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가슴 깊이 와닿는다.
나와 남편뿐 아니라 매번 아이를 다독여준 친구들, 그들의 부모님, 코치와 선생님들까지... 모두가 함께 우리 아이를 키워주고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서로를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함께라는 울타리 안에서, 누군가의 도움으로 우리는 자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