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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타마리에 Nov 11. 2024

가정출산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축제

사랑과 연대의 시간 

"집"이란 단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우리 삶의 본질을 품고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쉼터이자, 나를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안식처이며, 삶의 여정 끝에 늘 돌아가고 싶은 유일한 장소가 바로 ‘우리 집’이다. 둘째의 출산 때 나는 남편과 미드와이프와 함께 병원에서 수중분만을 경험하며, 그 어떤 의료적 개입 없이 평화롭게 아이를 맞이했다. 그때의 평화로움은 내가 그토록 꿈꾸던 출산의 모습이었고, 이런 경험이라면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리원 개념이 없는 뉴질랜드에서, 나는 아기를 낳고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내 침대에 누워 첫째와 둘째와 함께 새로운 생명을 맞이하고 싶다는 바람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


셋째를 임신했을 때, 나는 남편을 설득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남편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서  병원이 안전하다는 입장이었지만, 미드와이프의 권유로 가정 출산 세미나에 참석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세미나에서는 가정 출산의 장점과 통계적 안전성을 보여주며, 우리가 가진 기존의 관념을 흔들어 놓았다. 실제로 산모가 고위험군이 아닌 경우, 가정 출산과 병원 출산 간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것을 들었을 때, 나는 우리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였던 '병원 출산'이라는 안전 개념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되묻게 되었다. 가정 출산이 단지 '위험'을 수반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적 생명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선택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로써 출산이 의료적 행위가 아닌, 인간의 존재 의미와 신뢰에 대한 성찰의 시간임을 느꼈다.



내가 집에서 의료 개입없이 집에서 자연 출산을 해야겠다고 결정하게 된 과정 


1.      포유류의 생존본능과 출산을 통한 번식은 인간에게도 적용된다

2.      출산에 대한 의료개입 이전에도 출산은 이어져왔고, 다른 포유류에 비해 사망률이 높았다고 하나, 다수의 비율로 자가출산이 가능하고 인류의 존속이 그 증거가 될 수있다. 

3.      출산에 위험이 될 만한 요소는 임신중 스크린이 가능해졌고 

4.      가정출산을 한다 할지라도 위급상황에 의료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 살고있다 

5.      나는 포유류로서 나의 능력을 믿어보기로 한다. 



이제 가정 출산을 결심한 우리는, 마치 생일 파티를 준비하듯 우리 가족만의 축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작은 수영장을 빌려 Pool liner와 호스, 어댑터까지 세심하게 준비했다. 남편과 나는 미드와이프의 도움으로 출산 계획서도 작성했다. 출산 과정에서 내가 원하는 환경은 무엇인지, 남편과 미드와이프가 각자 해야 할 역할은 어떤것인지를 세세히 논의했다. 이러한 준비는 단순히 출산을 위한 단계가 아니라, 새 생명을 맞이할 우리 가족의 '의식'이기도 했다. 준비의 모든 순간이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함께 맞이할 가족의 결속을 다지는 과정이 되었다.               


                                   

넷째 출산 당시의 출산 계획서 (Birth Plan)


이 플랜을 미리 작성하고 미드와이프, 나 그리고 남편이 공유함으로써, 각자가 할일이 명확해지고, 출산을 하는 내가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셋째의 출산은 예정일보다 2주나 빨랐고, 예감대로 친정엄마가 오신 다음 날 진통이 시작되었다. 엄마에게 가정 출산을 계획했다는 말을 꺼낸 것은 그때였다. 출산이라는 사건은 가족들에게도 다양한 감정을 일깨운다. 엄마는 진통이 시작되자 묵주기도를 하시며 밤을 새우셨다. 남편은 부랴부랴 수영장을 설치하고 미드와이프에게 연락했다. 이때 예기치 못했던 일이 생겼다. 워터 실린더에 뜨거운 물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출산일을 예상할 수 없었기에 전날 가족 모두가 샤워를 한 탓이었다. 잠시 당황했지만, 남편과 엄마는 1층 주방에서 2층 내 방까지 물을 끓여 나르며 새 생명을 위한 준비에 동참했다.

80리터의 물이 들어가는 Birth Pool

드디어 미드와이프가 도착하고 나는 따뜻한 물 안으로 들어갔다. 물 속에서는 진통이 훨씬 완화되었고, 주변의 모든 것이 조용해진 느낌이었다. 가정 출산의 경우, 두 명의 미드와이프가 함께 와야 한다. 전담 미드와이프는 또 다른 미드와이프와 함께 준비한 의료 도구들을 정리하고, 아기의 심박수를 체크하며 나의 진통을 여유롭게 기다려 주었다. 두 미드와이프는 커피를 마시며 나의 진통을 곁에서 지켜보며 응원했다. 그 순간, 출산은 단지 아기를 낳는 행위가 아닌, 한 생명이 세상에 나오는 경이로운 의식임을 깨달았다. 진통이 강해지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나를 보고 남편은 내 등을 어루만지며 힘을 내라고 격려했다. 미드와이프는 진통이 이어지는 동안 1분마다 "너무 잘하고 있어요.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강인한 여성이에요"라고 다정하게 말하며 나를 응원해 주었다. 


진통의 고통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미드와이프는 큰 소리로 “아기 머리가 보이네요!”라고 외쳤다. 그녀는 아기를 인위적으로 꺼내지 않고 아기가 스스로 어깨를 돌려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기다리자고 했다. 아기가 어깨를 틀 때 내가 힘을 주면 다칠 수 있으니, 호흡에 집중하라고 다시 조심스럽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신비롭게도 아기는 스스로의 힘으로 천천히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셋째가 세상에 나오던 그 순간, 어느새 내 주변에는 첫째와 둘째, 그리고 친정엄마까지 함께였다. 새 생명이 태어나는 경이로운 장면을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다가, 마침내 아이가 나왔을 때 우리 모두는 환호로 맞이했다. 셋째는 이렇게 가족 모두의 사랑과 축복 속에서 세상에 첫 발을 내디뎠고, 우리는 그 순간의 기쁨을 마음껏 만끽했다. 태맥이 멈출 때까지 여전히 따뜻한 물 속에서 아기를 품에 안고 있었는데, 그 순간은 마치 세상이 멈춘 듯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옥시토신이 최고조에 이른 황홀한 감정은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는 경이로움이었다.10분여가 지나 태맥이 멈추자 남편은 조심스레 아기의 탯줄을 잘라주었고, 첫째와 둘째는 갓 태어난 동생의 이마에 조심스럽게 키스했다. 출산이라는 과정은 그저 한 생명이 세상에 오는 일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삶에 새로운 의미와 깊이를 더해 주었다. 그 순간은 우리 모두에게 영원히 간직될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셋째 딸의 출산 이후, 나는 넷째까지도 집에서 맞이했다. 이제는 셋째 딸까지도 출산의 과정에 참여해, 나의 진통을 도와주며 손을 꼭 잡아주었다. 이 경험은 단순히 '내가 아기를 낳는다'는 것이 아니라, 새 생명이 우리 가족에게 오는 과정이자, 우리가 함께 하는 인생의 순환이었음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다. 출산이란 나 혼자만의 여정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 만든 인생의 한 장면이었으며, 그 순간은 우리가 함께한 모든 시간이 축적된, 인생의 가장 찬란한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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