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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진 Nov 22. 2021

US방글라항공 211편 추락사고의 재구성

UBG211, 그 쪽 활주로 아니에요!



항공종사자 자원 관리(CRM)가 중요한 이유


<해당 교신은 UBG211편 공항 추락사고 항공기조사보고서와 CVR 기록을 바탕으로 직접 작성했습니다.>

조종실 내부에서의 기장(PIC)과 부기장(F/O) 간 대화는 초록 글씨로, 관제기관(ATC)과 조종사(Pilot)의 교신은 파란 글씨로, 항공사운항센터(OPS)와 기장(PIC)의 교신은 보라색 글씨로 표시합니다.

조종사 - 관제사간 교신 이외의 대화는 영어 원문을 첨부하지 않고 한글 번역으로만 서술합니다.


사고조사보고서 : FINAL REPORT  on  THE ACCIDENT INVESTIGATION  OF US BANGLA AIRLINES, BOMBARDIER (UBG-211), ACCIDENT INVESTIGATION COMMISSION

발생일시 : 2018년 3월 12일 08시 34분(UTC)

발생장소 :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




F/O : Dhaka Ground, UBG211, good afternoon.

- 부기장 : 다카 그라운드, UBG211, 좋은 오후입니다.

ATC : UBS211, good afternoon, *go ahead ma'am.

- 관제사 : UBS211, 좋은 오후입니다, 말씀하세요.

F/O : UBS211 standing at 28 South flight for KTM FL240.

- 부기장 : 28번 스탠드에 있습니다. 순항고도 24,000ft로 카트만두 공항으로 갑니다.

ATC : Do you have the ADC number?

- 관제사 : **ADC 번호 있으세요?

F/O: No Sir, I have one number 2177.

- 부기장 : 아뇨, 2177만 가지고 있습니다.

ATC : Is it for Bangladesh?

- 관제사 : 방글라데시 거 맞나요?


기장 : (화난 목소리로) 운항센터, UBS211, 대답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립니까. ADC하고 FIC 달라고요.

OPS : 211편 FIC는 1171, ADC는 KX848이고요. 212편 FIC는...

기장 : (매우 화남) 이런 젠장, 212편 말고 211편이라고. 더 듣고 싶지 않으니까 입 닥치고 있어.


*Go ahead : 누가 본인을 불렀을 때 '말씀하세요.'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관제용어였다. 지금은 국제기준 변경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ADC(Air Defense Clearance) : 방공진입허가. 어떤 국가의 방공식별구역(AIDZ)에 진입하기 위해서 이륙 전에 받아야만 하는 허가번호. 민이든 군이든, 방글라데시 국적이든 아니든 방글라데시의 ADIZ에 진입하는 모든 항공기는 사전 허가와 ADC번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FIC(Flight Information Center) : 이륙을 위해 제출한 비행계획서가 ATC 허가를 받으면 부여되는 번호. ADC번호와는 짝꿍 같은 존재.


이 대화는 2018년 봄의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날, 아주 화난 상태로 비행을 시작하고자 하는 기장님의 분노를 묘사하는 조각글입니다.



UBG 211, Bombardier Q400. Reg S2-AGU



어찌어찌한 사정이 있었지만 방글라데시에서 네팔로 가는 UBG211편은 무사히 다카공항을 이륙했다. 비행 중인 항공기와 항공사 운항센터가 교신하는 그 하나의 주파수에서, 운항 스태프는 US방글라항공의 다른 항공편과 탑재연료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비행 중 다른 항공편과 운항센터가 하던 얘기를 귓등으로 들은 기장은 그게 본인한테 한 얘기인 줄 착각하고 다짜고짜 센터를 호출해 호통친다.


기장 : 운영센터, UBG211?

OPS: UBG211, 운영센터. 말씀하세요, 기장님.

기장 : 탑재 연료가 대체 왜 필요한 거야? 왜 이걸 나한테 물어봐? 연료 정보가 왜 필요한지 말해 봐. 내가 다시 다카에 가기 전에 이 거지 같은 상황에 대한 설명을 준비해야 할 거야.

OPS : 알겠어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안전한 비행되세요.                                                    

기장: 안전이고 뭐고 그딴 거 중요하지 않아. 젠장맞을 니 의무가... 내가 부르기 전까지 말하지 마.


여간해선 사고조사보고서에 운영센터와 비행기의 교신은 잘 나오질 않는데, 조종사의 상태를 알려주기 위해 이런 대화까지 실렸다면, 기장의 정신이 과연 비행이 가능할 정도의 안정된 상태였는지 의심스럽다.


사실 기장은 그 당시 화가 머리끝까지 치며 있었고 비행 전 날 잠도 제대로 못 잔 상태였다. 같은 항공사 소속의 훈련 부기장과 대판 싸우고 사표를 낸 후 비행기에 올라탔기 때문이다. 이쯤 와서 궁금해지는 점은, 왜 US방글라항공이 이 기장에게 항공편을 맡겼을까? 하는 것이다. 훈련생 Lamia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한 내막은 당사자 둘 만이 정확하게 알겠지만, 사고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기장은 '그 사건'때문에 조종실에서 펑펑 울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2018년에 일어난 사고가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조종실 음성 기록을 보면 어이가 없다.


폭발하는 화산처럼 운영센터에 분노를 퍼부은 기장은 약 15분 뒤에는 부기장 옆에서 본인의 감정을 재 폭발시킨다.


기장 : Lamia는 우리 회사 최악의 훈련생이야. 비만 방글라데시항공에서도 나를 포함한 우리 US방글라 교관들을 흉본다고. 그 사고 때문에 나는 모든 비난을 다 뒤집어쓰고 사표까지 냈어. 나는 이다음 수입을 어디에서 얻어야 해? 이런 젠장 날 좀 보라고. (흐느끼고 훌쩍이면서) 내가 이렇게 울어야 하냐고?

부기장 : 아뇨, 기장님.


감정을 좀 쏟아낸 후에는 진정이 되었는지, 기장은 교관으로서 해당 섹터 비행이 처음인 부기장을 가르치기 위한 열정을 보이기 시작한다. 항행과 통신을 위한 패널 조작법, 좌표를 알아보는 방법, FMS(Flight Management System) 설정법 등을 가르쳐줬다. 그러고 나서 목적지인 네팔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VNKT) 착륙 준비를 하기 위해 부기장에게 접근 차트를 달라고 할 정도의 정신은 있었다.


문제점은 여기에 있었다. 트리부반 국제공항은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라서 접근이 굉장히 힘든 편인데, 안전한 접근 및 착륙을 위한 정확하고 계획된 준비는 하지 않았다. 절차에서 중요한 지표들인 최저안전고도, 최종접근코스, 실패접근절차, 활주로 등화시설 등을 한 번도 리뷰하지 않았다.



나는 잘 모르지만 이런 질문이 올라올 정도로 어려운 접근인 것 같다, @infinite flight.



착륙 준비를 하다가도 기장은 또 갑자기 감정적으로 변한다.


기장 : 정말 고통스러웠다고. 내 아이는..(울음을 터뜨림)

부기장 : 기장님, 잊어버리세요. 신이 우릴 보고 계시잖아요. 어렵고 힘들겠지만 제발 그녀를 용서해주세요.

기장 : 내가 어떻게 용서를 해? 나한테 그렇게 큰 고통을 줬는데! 어떻게 이 걸 받아들이냐고. 말해봐.

(곧바로)

기장 : 로미오 포인트에서 접근 체크리스트를 실행할 거야. 알겠지?

부기장 : 네, 기장님.

기장 : 하강 요청해.


F/O : Kathmandu, UBG211 ready for descent.

- 부기장 : 카트만두 컨트롤 UBG211, 하강 준비됐습니다.

ATC : UBG211, descend to FL160.

- 관제사 : UBG211, 16,000ft로 하강하십시오.


기장 : 내가 밤 새 못 자고 많이 울었던 거 알아? 나는 너무 큰 상처를 받았어... 보이지. 충분히 운 것 같아, 아주 많이.


기장의 말과 동시에 UBG 211편은 카트만두 컨트롤에서 카트만두 접근관제로 이양되고, 여기서부터 사고가 시작된다. UBG 211편은 카트만두 항로관제사로부터 예상접근시각은 UTC 08시 26분이며 IAF인 GURAS에서 체공(holding)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해당 항공편을 인계받은 접근관제사가 모순적이게도 08시 16분에 고도 하강 지시와 활주로 02 VOR 접근을 허가한다.


ATC : UBG211, Descend to 11,500ft. Cleard VOR runway 02 approach.

- 관제사 : UBG211, 11,500ft로 하강하십시오. 활주로 02방향 VOR 접근을 허가합니다.


여기에서 발생한 문제가 무엇이냐!

항로관제사의 허가 사항을 따라 부기장은 FMS 시스템에 체공(Holding)에 관해 입력했다. 하지만 접근관제사는 hold 지시를 하지 않고 고도 하강 지시 및 접근 허가를 주는데, 이미 조종사는 GURAS에서의 체공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FMS 시스템도 그렇게 세팅되어 있었다. 접근관제사의 지시를 복창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명의 운항승무원은 FMS에 입력된 hold를 해제하지 않았고 여기서부터 난리가 시작된다. FMS는 설정된 대로 비행기를 GURAS 포인트로 인도한다. 와중에 기장님은 피우던 담배를 손에서 떨어뜨린다(...)


기장 : 나 방금 담배를 떨어뜨렸는데, 찾아볼게. 혹시 어디에 있는지 보여? 왼쪽인가... 이러다 불나겠군.

부기장 : 기장님, 저희 구름으로 들어가고 있는데요.


ATC : UBG211, confirm holding over GURAS?

- 관제사 : UBG211, GURAS에서 체공하실 건가요?

F/O : We are continuing approach.

- 부기장 : 아뇨, 접근하고 있습니다.


접근 허가를 준 비행기가 이상하게 체공지점인 GURAS로 향하는 걸 확인한 접근관제사는 다시 비행기를 불러 운항승무원의 의도를 확인한다. 비행기가 잘못 가고 있다는 걸 알아챈 기장은 그제야 패널을 기수를 027방향으로 세팅하지만, 이 과정에서 FMS의 자동최종접근유도(auto final approach guidance)가 해제된다.


기장 : 랜딩기어 확인.

부기장 : 랜딩기어 내려왔고, 잠겼습니다.(Gears down three greens.)

기장 : 플랩 확인.

부기장 : 15, 확인.

부기장 : 기장님, 잠시만요.. 속도요 속도 속도!

[GEAR UNSAFE WARNING]

기장 : 괜찮아, 괜찮아.

[GEAR UNSAFE WARNING]


두 조종사는 착륙 준비를 시작한다. 여기서 부기장이 랜딩기어가 내려왔고, 잠긴 것까지 확인했다고 언급하는데 실제로는 랜딩기어가 아직 동체에서 내려오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랜딩기어 경고음이 계속 울리는 와중에 조종실은 다른 문제로 또 정신이 없어 보인다.


기장 : 네가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 천천히 말해봐.

[MIMINUMS, MIMINUMS] [GEAR UNSAFE WARNING]

기장 : 활주로 보여?

[MINIMUM, SINK RATE] [TOO LOW-GEARS] [GEAR UNSAFE WARNING]


ATC : UBG211, Kathmandu Tower, wind 220 degrees 7 knots, tail wind component 6 knots, runway 02, clear to land.

- 관제사 : UBG211, 카트만두 타워. 바람은 220도 방향에서 7노트로 불고 있고, 배풍은 6노트입니다. 활주로 02방향 착륙을 허가합니다.

F/O : Cleared to land, UBG211.

- 부기장 : 착륙하겠습니다, UBG211.

[TOO LOW-GEARS] [GEAR UNSAFE WARNING]



지형도가 아주 어마무시하다. 공항 전체를 산이 둘러싸고 있는 모양새.



부기장 : 기장님, 랜딩기어가 아직 안 내려왔어요!

[TOO LOW-GEARS] [GEAR UNSAFE WARNING]

기장 : 알겠어, 랜딩기어 내려. 플랩 15 세팅하고 착륙 전 체크리스트 실행해.

부기장 : 체크리스트는 벌써 했습니다.

기장 : 아 했어? 그럼 복행 고도 10,500ft 입력해. 아직 활주로 안 보여?

부기장  : 네, 아직 안 보입니다.

기장 : 아직도? 에이 괜찮아, 곧 눈앞에 나타나겠지.


ATC : UBG211, Tower... you were given landing clearance to runway 02.

- 관제사 : UBG211, 타워... 활주로 02방향 착륙허가를 받으셨는데요.

PIC : Affirmative Ma’am.

- 기장 : 네, 그렇습니다.

ATC : You are going towards Runway 20.

- 관제사 : 활주로 20방향으로 가고 계시잖아요.

PIC : I think we are going to Runway 02.

- 기장 : 활주로 02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요.

ATC : Ok, UBG211, runway 20 clear to land.          

- 관제사 : 아, 예. 알겠습니다. UBG211, 활주로 20방향 착륙을 허가합니다.

PIC : Clear to land.

- 기장 : 착륙하겠습니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US방글라항공 211편을 관제하던 타워 관제사는 두 번이나 교체되었다. 마침 US방글라항공 211편이 타워로 첫 번째 교신을 시도했을 때 마이크를 잡고 있었던 관제사가 훈련 관제사였기 때문이다. 활주로 02방향으로 착륙 허가를 받은 비행기가 활주로 20방향으로 향하는 걸 보고 뭔가 이상하다는 걸 감지한 선임 관제사가 훈련 관제사 대신 마이크를 잡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서 그 선임 관제사가 실수를 한다. 분명히 기장은 활주로 02방향으로 내리겠다는 의사를 표했는데, 활주로 20방향으로의 착륙 허가를 준다. 이걸 지켜보고 있던 감독급 관제사가 이제는 본인이 마이크를 잡고 교신하기 시작한다.


ATC : UBG211, Kathmandu Tower, request your intention.

- 관제사 : UBG211, 카트만두 타워, 어떻게 착륙하실 건지 말씀해주세요.

PIC :  I would like to land on 02.

- 기장 : 02방향 착륙을 원합니다.

ATC : UBG211, and confirm you’re VFR?

- 관제사 : *시계 비행하시는 거죠?

PIC : Affirmative.

- 기장 : 예.

ATC : Join left … right downwind, runway 02… UBG211, I say again, do not proceed towards runway 20. Clear to hold your present position.     

- 관제사 : 활주로 02방향 우측 **downwind로 진입하세요... UBG211, 다시 말하겠습니다. 활주로 20방향을 넘어 진행하지 마십시오. 현재 위치에서 hold 하십시오.

*시계비행 : 눈으로 지형지물을 보고 항공기 스스로의 위치를 파악하며 비행하는 것.
**downwind : 장주 비행(Airfield Traffic Pattern) 절차에서 착륙하는 활주로와 반대방향으로 진행하는 단계. 업윈드-크로스윈드-다운윈드-베이스-파이널의 순서로 진행된다.



장주비행을 설명하는 그림. 시계비행하는 경우, 다른 교통과의 분리를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절차이다.



운항승무원 의도가 '활주로 02방향 착륙'임을 정확히 인지한 감독급 타워 관제사는 시계비행 장주 진입을 위한 교신을 시도한다. 당시 카트만두 공항에 착륙하는 다른 교통이 있었기 때문에 타워 관제사는 비행기에게 어디 지점을 넘어서 비행하지 말라는 지시를 덧붙인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활주로를 사용할 다른 교통이 없는 것을 확인한 관제사는 조종사의 편의를 위해 02/20 모든 방향에서의 착륙을 허가한다. 기장은 마지막에 또 마음을 바꿔 20방향으로 착륙하겠다는 의사를 보인다.


ATC : UBG211, ah… clear to land. Runway is vacated. Either runway 02 or 20. Confirm you need vector?

- 관제사 : UBG211, 착륙을 허가합니다. 활주로 비어있어요. 02방향이나 20방향 모두 착륙 가능합니다. *벡터링 필요하세요?

PIC : Sir, we would like to land runway 20.

- 기장 : 타워, 저희 활주로 20방향으로 착륙하고 싶은데요.

ATC : Ok, runway 20 clear to land. Wind 270 degrees 6 knots.

- 관제사 : 활주로 20방향 착륙을 허가합니다. 바람은 270도에서 6노트로 불고 있어요.

PIC :  Copied, clear to land.

- 기장 : 알겠습니다. 착륙하겠습니다.

*벡터링 : 관제사가 지시하는 특정 방향으로 기수를 맞추어 비행하는 것.


기장 : 그래서 활주로는 어디에 있어?


하지만 두 조종사는 육안으로 활주로를 찾지 못한다. 그 비행기는 시계비행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반드시 활주로를 눈으로 봐야 착륙이 가능했다. 멀리서 위태위태한 비행기의 모습을 지켜보던 관제사는 조종사에게 활주로가 보이는지 질문한다. 그래도 어떻게든 방글라항공을 도와주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ATC : UBG211, confirm you have a… runway in sight?

- 관제사 : UBG211, 활주로 보이세요?

PIC :  Negative Sir.

- 기장 : 아뇨, 안 보입니다.


기장 : 활주로 어디 있냐니까?


ATC : UBG211, turn right and you have runway… confirm you have a runway not in sight yet?

- 관제사 : UBG211, 우측으로 선회하시고요, 혹시 아직도 활주로 안 보이세요?

PIC :  Negative Sir.

- 기장 : 아뇨, 안 보입니다.


부기장 : 기장님, 활주로, 활주로요. 3시 방향이요.

[BANK ANGLE, BANK ANGLE]


PIC : Affirmative, we have runway in sight, request clear to land Sir.

- 기장 : 네, 이제 활주로 보입니다. 착륙 허가 바랍니다.

ATC : UBG211, Cleared to land.

- 관제사 : UBG211, 착륙을 허가합니다.


부기장이 활주로가 보인다는 사인을 보내자 기장은 곧바로 활주로가 보인다고 관제탑에 알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장은 활주로를 보지 못한 상태였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조종간은 본인이 잡고 있는데 왜 부기장이 활주로가 보인다고 보고하자 본인이 다시 관제사에게 활주로가 보인다고 알렸느냐, 글쎄. 일단 어떻게든 착륙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우연치 않게 조종실 녹음장치에 기록된 관제실 음성을 들어보니 관제실도 패닉 상태다. 비틀비틀거리며 아슬아슬하게 공항 위를 스쳐 지나가는 비행기를 보며 지금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관제사는 당황한 나머지 '착륙 허가'를 취소해야 하는데 '이륙 허가'를 취소하는 관제 용어를 사용한다.


(관제실에서 네팔어로) 비행기 보여?

(관제실에서 네팔어로) 네, downwind에요. 완전히 헷갈리는 것 같은데요. 지금은 또 원을 그리고 있어요.


ATC : UBG211, that is not the runway… that’s not the runway. UBG211, that is not the runway I say again. Take off clearance cancelled.

- 관제사 : UBG211, 그 쪽 활주로 아니에요. 활주로 아니라고요. 한 번 더 말하겠습니다. 활주로 아닙니다, 이륙 허가를 취소합니다.

PIC : We have the runway in sight Sir. Are we cleared to land?

- 기장 : 활주로 보여요. 착륙해도 됩니까?

[SINK RATE, PULL UP]


부기장 : 이런, 말도 안 돼. 기장님! 기장님!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건이라 유튜브에 영상 기록이 남아있는데, 찾아보면 비행기가 공항 위로 얼마나 아슬아슬하게 비행했는지 볼 수 있다. 하지만 비행기가 추락하는 모습도 걸러지지 않고 나오니 예민하다면 굳이 찾아보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저러다가 사고 나겠구나 하는 마음에 당시 관제실에 있던 관제사들은 창문 밖을 차마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책상 아래로 푹 숙였다. 그 무서운 장면을 두 눈 뜨고 똑똑히 지켜보는 것은 물론 어려웠을 것이다. 근데 관제사는 그래도 그 항공기의 모습을 놓치지 않아야 했다.


사고조사보고서가 말하는 이 사건의 원인은 결국 <운항승무원의 상황인식(situation awareness) 및 지남력 상실>로 결정되었다. 보고서를 훑어보고 당시 기록을 복기하고 나니, 이 사건의 시발점이 된 것은 분명 기장과 훈련생 사이의 사적인 일 때문이었지만, 그래도 US방글라항공의 아쉬운 승무원 관리 형태를 무시할 순 없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기장의 상태가 비행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던 데다가, 아주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에서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등 어렵게 조종하다가 이런 사고가 난 것이기 때문이다.


CRM(Crew Resource Management)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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