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나도 마을기록가] ⑱ 수료식
2021년 마을기록학교...
6월 중순에 시작해 8월 중순까지 2개월 동안 아카이브와 마을기록에 관한 강의를 수강하면서 7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약 3개월에 걸쳐 영등포에 대한 첫 마을기록 프로젝트 활동을 수행했다.
그리고 12월의 첫 날, 마을기록학교 수료증을 받았다.
20대에 받은 학사 학위도, 30대에 받은 석사 학위도 그리 큰 감흥이 없었건만 40대에 받아든 수료증에 괜히 마음이 설레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땅히 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없었다.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부담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꼭 해보고 싶다는 마음, 단순히 그 한 가지였다.
그럼에도 수료증을 받아들고 기뻤던 것은 아마도 하고 싶은 것을 기어코 해냈다는 충족감 때문일 것이다.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 마을을 돌며 담아낸 내 이름 석자가 들어간 책 한 권이 도서관의 서가 한 구석에 자리를 마련했다는 사실은 그 무엇도 대체할 수 없는 만족감일 것이다.
마을기록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되어 내 손에 쥐어진 책의 표지를 조심스레 쓸어본다. 매끈한 종이의 감촉을 손으로 느끼며, 찢어질세라 아기 다루듯 한 장씩 넘겨본다.
우리 조의 마을기록 주제가 담긴 내지와 책의 내용을 소개하는 목차를 펼쳐놓고, 원고를 작성하고 수없이 고치느라 이미 외우다시피 한 내용임에도 한 글자씩 가만히 손가락으로 짚어본다. 그리 읽으면 책의 내용이 조금 더 살아나 읽는 사람들이 더 생생하게 받아들이는 주문이 될지도 모른다는 바람으로...
한 장 한 장 페이지도 넘겨본다. 넘길 때마다 그 뒷페이지에 어떤 사진과 글과 그림이 자리잡고 있는지 이미 속속들이 알고 있음에도, 꼼꼼히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은 열 달간 품고 있던 자식을 낳은 후 손가락과 발가락이 열 개씩 모두 다 있는지 확인하는 그것에 다름 아닌 행위다.
그렇게 마지막 장까지 확인하는 숭고한 의식적 책장 넘기기를 마치고 나서야 책을 내려놓고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다시 바라본다. 고대하던 결과물인 이 책 한 권을 받아들고 지그시 눈맞춤을 하며 생각한다.
'이 한 권을 마주하기까지 짧은 시간 동안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고, 많은 발품을 팔았고, 많은 퇴고를 거쳤구나!'
아쉬움 한 톨 없이 만족한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럼에도 감사한 마음을 가져본다. 담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활자화되어 무사히 내 품에 들어온 것을, 올해는 꼭 내 이름 석자가 들어간 책 한 권을 가져보겠다는 소박한(?) 욕심을 현실화시킨 그 첫 걸음을... 책을 내고 싶다는 마음을 갖는 사람들은 참으로 많지만,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겨서 결과물로 내놓는 것은 그 중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책의 주민번호라고 할 수 있는 고유번호인 ISBN까지 등록된 엄연한 도서이다!!!
평소 책을 읽을 때마다 '책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는 작가의 표현을 그저 의례적인 인사 정도로만 치부했는데, 막상 내가 그 당사자가 되고 보니 참으로 안일하고 모자란 생각을 했다는 반성이 든다. 책을 만들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한 우리 조 선생님들은 물론, 책이 나오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영등포구립도서관의 대표관장님과 두 분의 담당 사서 선생님들, 현장답사와 인터뷰 진행을 위해 섭외에 응해주시고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신 해당기관 담당자분들께도 감사한 마음뿐이다. 그리고 마을기록활동을 위해 바쁜 나를 지지해주고 이해해준 나의 가족들도...
유명한 상을 수상한 작품도 아니고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 도서도 아니지만, 내 이름 석자를 내걸고 내 손으로 기획해서 만들어낸 나의 첫 책이자 첫 마을기록활동의 결과물이란 측면에서 내겐 참으로 의미가 깊다. 더욱이 내년에도 또 그 다음 해에도 계속될 마을기록가이자 작가로서 나의 행보의 첫 걸음이 아니던가!
2021년의 마을기록은 여기서 마침표를 찍지만, 다음 해에도 그리고 또 그 다음 해에도 나의 마을기록은 계속될 것이다! Keep Going!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