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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아 Mar 21. 2022

근대 산업 문화 유산 탐방기

[도전! 나도 마을기록가] ⑮ 실습4_현장 답사(2)

무슨 일이든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고 했던가. 식상한 표현밖에 쓸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로 '간절한 바람이 하늘에 닿았다'란 말이 딱 어울리는 그런 상황이 일어났다! 대선제분 영등포공장 견학 허가가 떨어진 것이다. 그것도 담당자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현장투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장투어 섭외를 위해 애써주신 영등포구립도서관 운영팀 사서 선생님들께 무한한 감사를 전합니다~~!!)


< 담장 밖에서 바라본 대선제분 영등포공장의 전경 / 본관과 1호창고의 모습 © 彼我 >


대선제분 영등포공장 부지와 건물들은 1936년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일청제분'에 의해 설립되었다. 그 창업자가 현재 일본 나루히토 일왕의 외조부이자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재벌이었다고 하니, 당시 영등포역 인근 일대에 우후죽순 생겨나던 공장 설립에 얼마나 많은 권력자들의 이권이 개입되어 있었는지 알 것만 같다.


자료를 찾아보니, 처음 공장을 지을 때 동쪽으로는 경성방직, 서쪽으로는 종연방적 영등포공장과 이웃했고, 현재의 영일시장 청과물 상가가 일렬로 늘어선 공장의 담벼락을 따라 개천이 흘렀다고 한다. 영등포역에서 출발하는 산업 철도가 본선은 영등포공작창으로 향하고, 2개의 지선은 경성방직 창고와 일청제분 공장으로 갈라서는데, 그 세 갈래 분기점이 여기에 있어 영등포 내에서도 최적의 입지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전력 사용량을 기준으로 경성방직과 종연방적에 이어 맥주 공장들과 함께 다섯 번째 안에 들었다고 한다.


집을 나와 타임스퀘어가 있는 방향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대선제분 영등포공장이지만, 마을기록활동을 하기 전 나의 무관심으로 인해 그냥 지나쳐왔던 공장 건물의 모습이 새삼 다르게 다가온다. 일청제분으로 시작해 해방과 6·25 전쟁을 거친 후, 1953년 조선제분으로 그 이름이 바뀌었다가 다시 1958년 대선제분이 되어 지금에 이르기까지 무려 85년이라는 긴 세월을 감내해온 역사의 산 증거이지 않은가...


오늘 그 현장을 두 발로 걸으며 직접 보게 되었다는 사실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일제강점기 때 태어나 긴 세월동안 이 땅의 고통받는 사람들과 그들의 지난한 역사를 지켜보면서 세월과 함께 조금씩 허물어져가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2호창고 옆에 있는 공장 부지의 메인 출입구를 통해 부지 중앙에 들어서니, 왼쪽의 긴 대형창고와 정면의 정미공장, 우측의 본관과 1호창고, 2호창고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아, 진짜로 내가 이 공장 부지 한가운데 서있구나!'


< 대형창고 안의 목조트러스 구조와 집진장치, 컨베이어 벨트 모습 © 彼我 >


현재 대선제분 영등포공장은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이자 근대산업문화유산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전시 공간 및 스튜디오와 카페 등이 있는 복합공간 '프로보크 서울(provoke Seoul)'로 그 모습을 탈바꿈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향후 이곳을 운영해나갈 아르고스 매니지먼트 담당자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대형창고를 시작으로 근대 산업 문화 유산 탐방기에 나서본다.


대형창고 안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나무기둥이 가로와 세로, 대각선 방향으로 촘촘히 얽혀있는 '목조트러스 구조'이다. 85년이라는 긴 세월을 견뎌오는 동안 많이 낡고 허름해졌지만, 아직까지도 천장과 지붕을 견고히 받치고 있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트러스 구조는 직선 형태의 봉을 삼각형 형태로 서로 맞물리게 조립한 골조 구조물로 건축물이나 다리 등을 지을 때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근대에 만들어져 100여년 가까이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목조 트러스 구조물은 많이 남아있지 않아서 이곳이 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 목조 트러스 구조는 가능한 그 형태를 살려서 복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창고 안쪽으로 들어가니 한쪽 벽면에 오래된 기계 한 대가 보인다. 긴 다리 네 개가 떠받치고 있고, 무수히 많은 문이 달려있는 모양새가 마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재현해놓은 것만 같다. 담당자의 설명에 의하면 제분공장을 가동할 때 필수적이었던 집진창치라고 한다. 천장에 연결되어 있던 무수히 많은 연통들은 철거했지만, 이 기계만큼은 유산으로서 보존 중인 상태이다. 그 옆에 놓여있는 오래된 미니 컨베이어 벨트와 제분기계 역시 뽀얀 먼지를 뒤집어쓰고 긴 단잠을 자고 있다. 한창 전성기 때는 이 기계들도 기름칠 없이 잘 돌아갔을텐데, 마치 세월의 무상함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 안쓰럽다.


< 대형창고와 정미공장 사이를 연결한 복도의 천장과 벽면 © 彼我 >


대형창고를 나오니 바로 옆의 정미공장으로 향하는 길고 좁은 복도(?)가 보인다. 대형창고와 정미공장의 지붕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에 자연히 만들어진 공간일 것이다. 붉은 벽돌과 슬레이트, 시멘트 재질의 건물 벽면들이 여기저기저기 깨지고 빛 바랜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정겹게 느껴진다. 금연을 알리는 나무 팻말과 지금은 쉽게 볼 수 없는 전기 차단기까지 모두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관리자 측의 노력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복원공사를 하면서도 슬레이트나 벽돌 조각 하나하나까지 유산으로 여기고 신경쓰고 있다는 담당자의 설명이 뒤따른다.


< 정미공장 바깥에서 본 지붕 안과 벽면의 모습 © 彼我 >


길고 좁은 복도의 끝에 다다르니 본관과 1층창고, 2층창고의 모습이 맑고 푸른 가을하늘을 배경으로 저멀리 뚜렷하게 보인다. 붉은 벽돌의 정미공장 외벽과 슬레이트를 덮어높은 지붕, 그리고 부서진 슬레이트 조각 사이로 청명하게 그 빛을 발하는 푸른 하늘이 묘하게 대조를 이루면서도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그 어떤 현대 건축물이 지금의 내 눈 앞에서 세련됨을 뽐낸다 해도 지금 이곳의 조화에 견줄까 싶다.


< 정미공장 안의 모습 © 彼我 >


흑백 영화의 한 장면! 정미공장 안에 들어서서 느낀 첫 감상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아마도 이 말뿐이지 싶다. 높은 천장과 확 트인 공간이 펼쳐졌다고 느낀 순간, 시선을 조금만 오른쪽으로 돌리면 벽면 전체를 감싸고 있는 낡은 격자무늬 창 아래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자재들이 어둠이 내려앉은 구석진 공간에서 조용히 숨을 쉬고 있다. 대선제분의 한자 이름을 머리에 이고 있는 붉은 손수레마저 운치있게 느껴진다.


정미공장 벽면 곳곳에 그을음처럼 보이는 자국들과 비상구 표지판, 비상등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고 설마 하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1972년에 이곳에서 대형화재가 났다고 한다. 제분공장이다 보니 아무래도 규모가 큰 분진 폭발로 이어진 듯한데 다행히 좀 전에 보았던 소맥분을 보관하는 대형창고로까지 번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정미공장의 외벽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전소되었을 정도라고 하니, 그 후로 얼마나 직원들이 화재예방에 신경을 썼을지 예상이 된다. 조금 전 대형창고에서 이 정미공장으로 향하는 복도에서 보았던 금연 팻말이나 소화전이 이제서야 이해가 되는 느낌이다.


뽀얀 먼지를 덮어쓴 창 밖으로 한창 공사가 진행되어 건물이 올라가고 있는 2층창고의 모습이 어렴풋이 비친다. 이 건물의 안은 아직 1930~50년대인데, 저 창 바깥만 2020년대인 듯한 이질적인 느낌. 나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SF영화 속 타임머신을 타고 회귀한 주인공이다.


< 대식당과 함석조창고, 폼푸실을 바깥에서 본 모습 © 彼我 >


정미공장을 나와 오른쪽으로 이어져 있는 대식당과 함석조창고, 폼푸실이 있는 공간으로 향한다. 건물 외벽을 담쟁이덩굴이 뒤덮고 있고, 바닥에는 무수히 자란 잡풀이 시간의 흐름을 여과 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곳을 휴대폰 카메라 앵글로만 바라보면 시간 한가운데서 길을 잃을 것만 같다.


< 대식당 안의 모습 © 彼我 >


대식당의 홀은 목조 트러스 구조를 제외하고 벌써 그 모습이 일부 바뀌었다고 한다. 최근 이곳을 영화와 드라마,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한 장소로 몇 번 대여한 적이 있다고 하니 아마도 그 때문인 듯하다. 바뀌기 전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조금 아쉽다.


< 함석조창고 안의 모습 © 彼我 >


함석조창고로 넘어가니 대형창고와 대식당에서 보았던 반가운 목조 트러스 구조가 다시 나타난다. 이곳 역시도 구조물 자체는 원형 그대로 복원해서 보존할 계획이라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는데, 갑작스레 이 공간과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보인다. 온갖 알록달록한 페인트를 뒤집어쓴 옷장이다. 담당자의 설명에 따르면, 촬영을 위해 대여해준 이 공간에서 허락도 받지 않고 제작팀이 페인트칠을 해 훼손한 것이라고 한다. 세상에나, 이곳이 근대 산업 문화 유산이라는 인식조차 없었단 말인가... 내 눈에는 녹슨 드럼통, 빛 바랜 목재 천장과 계단,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시멘트 벽면까지도 그 자체로 아름답게 보이는데 굳이 어울리지 않는 색을 더할 필요가 있었을까.


어쩌면 누군가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의해 만들어진 건축물이 무슨 가치가 있겠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아무리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 소유의 자본으로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이 건축물을 지어낸 대다수는 필시 이 땅의 조선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당시 조선에 대한 수탈과 군수물자에 이용된 공장의 설립 목적이나 그 목적을 의도했던 당시의 일본인들은 100%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이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땀을 흘린 조선 노동자들의 노력과 그 결과물로서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건축물 자체를 폄훼하거나 매도하고 싶지는 않다.


< 목재창고 안의 모습 © 彼我 >


목재창고에도 목조 트러스 구조가 한가득이다. 이러다가 목조 트러스와 사랑에 빠질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며 둘러보던 중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목조 트러스 구조를 떠받치고 있는 비슷한 결의 목재 기둥을 하나 둘씩 세어가다 보니, 중간 중간에 철골 기둥이 보인다. 녹이 슬어 목재와 비슷한 빛바랜 붉은 색을 띄고 있지만, 분명히 철골 기둥이었다. 게다가 자세히 보니 목재 기둥이나 철골 기둥도 조금씩 그 생김새가 다르다. 기둥의 굵기나 모양이 다르거나 시멘트 받침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섞여 있다. 궁금한 마음에 물어보니, 드넓은 창고의 긴 목조 트러스 구조를 떠받치기 위해서는 처음에 받쳐놓은 목재 기둥만으로는 부족해져서 필요할 때마다 기둥을 추가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건축물도 85년이라는 나이를 먹는 동안 삶이 그리 녹록치 않았겠지...


< 원맥 사일로 내부의 모습 © 彼我 >


다음 건물로 이동하는 도중에 발견한 '원맥 사일로' 내부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대선제분에서 최초로 건축한 사일로는 88올림픽 직전이었는데 그해 7월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붕괴되고 이후 추가로 시공되었다고 한다. '사일로(Silo)는 가루 형태의 화물을 저장하도록 설치된 원통형 창고를 말하는데, 제분공장에서는 보통 제분하기 전의 원맥과 제분후의 맥분을 저장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공장 바깥에서 보았을 때는 그저 나란히 서있는 원통형이었는데, 사일로 내부의 모습은 열기구의 풍선 모양처럼 생겼다. 아무래도 넓은 통에서 좁은 입구로 원맥이나 맥분을 떨어뜨려 이동 및 포장이 쉽도록 만드는 구조인 듯하다. 문득 사일로가 실제 가동될 때의 소음이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졌다.


< 부대공장의 바깥과 안의 모습 © 彼我 >


사일로를 지나쳐 도착한 곳은 부대공장. 조금 전 목재창고에 들어섰을 때 입구에서 바라본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건물 하나가 예뻐서 무심코 찍어뒀는데, 이곳이 바로 그 건물이다. 부대공장 안에는 당시 직원들을 위한 목욕탕과 샤워시설, 휴식공간 등이 있었다고 한다. 많이 낡기는 했지만, 당시에 지금과 같은 현대적인 목욕시설을 공장 안에 구비해 놓은 것이 흥미로웠다.


밖으로 나와 다시 건물 외관을 바라보니, 담쟁이덩굴로 꾸며진 동화 속 배경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이곳도 리모델링하면서 사라지려나 하는 아쉬운 마음이었는데, 다행히 이 건물도 외관을 거의 그대로 보존할 계획이라고 한다. 알고 보니 대식당과 이 건물 외벽은 '네덜란드식 조적벽'이고, 아까 본 정미공장은 '영국식 조적벽'으로 지은 것이라서 외벽이나 건물구조는 최대한 살려서 복원하거나 보강하는 방식으로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었다. 역시나 아까 정미공장의 외벽을 보면서 아름답고 조화롭게 느껴진 게 다 이유가 있었구나 싶다.


< 1호창고 안의 모습 © 彼我 >


사실 대선제분 영등포공장을 현장투어 할 수 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꼭 한 번 직접 보고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은 것이 있었다. 바로 높은 곳에서 이 공장 부지를 내려다보면 볼 수 있다는 삼각형 모양의 공장 전경이었다. 공장 옆에 높다랗게 들어선 신축 빌딩 위에 올라가면 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대선제분 영등포공장 건물 위에서 내려다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능한지 담당자에게 물어보고 싶어서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이다가 현장투어하기 바빠서 거의 반 정도 포기하고 있었는데, 1호창고 건물로 이동하면서 이어지는 담당자의 설명!


"1호창고 건물 옥상에 올라가면 공장 부지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1호창고 안에 들어서서 옥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끝없이 이어지는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서 보니, 이제는 가동을 멈춰선 각종 기계들과 장비들이 마치 시간의 틈에 박제라도 된 듯 모두 그 자리에 꼼짝 없이 붙박이가 되어 있다. 천장과 벽면에 칠해져 있던 하얀 페인트칠 조각만이 군데군데 벗겨져 시간의 흐름을 증명한 채...


< 1호창고 위 옥상에서 바라본 대선제분 영등포공장 전경 © 彼我 >
< 1호창고 위 옥상에서 바라본 사일로의 모습 © 彼我 >


계단을 오르느라 가쁜 숨을 몰아쉬며 드디어 1호창고 옥상에 올라섰다. 세상에나 '대선제분 50년사'에서나 보았던 공장 부지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정말 건물들이 늘어선 부지의 모양이 자로 잰 듯한 이등변삼각형의 모습이다! 찍고 싶었던 전경 사진을 마음껏 찍고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바로 옆에 어디선가 많이 본 안테나(?)가 보인다. 이것은 드로잉을 하기 위해 멀리서 바라보았을 때, 대선제분 글자가 찍혀있던 건물 위로 높이 솟아있던 그 안테나! 이제서야 '아, 그 건물이 1호창고였구나!'하고 뒤늦은 깨달음을 맞이해본다.


뒤돌아 보니 이마트와 타임스퀘어가 있는 방향에 세워져 있는 거대한 원통형 사일로 군단이 눈에 들어온다. 아까 보았던 사일로의 외부 모습이다. 원맥이나 맥분을 보관하는 창고로 쓰였기 때문인지(?) 주변에 비둘기 군단이 잔뜩 무리지어 앉아 있는데, 그건 또 그것대로 잘 어울려보이니 내 눈이 이상한 걸까 아니면 세상사가 다 그런 것일까?


<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2호창고의 모습 © 彼我 >


담당자의 설명을 들으며 공장 부지 곳곳을 잠깐 동안 탐방한 것 같은데, 시간은 벌써 한 시간 반을 훌쩍 넘겼다. 처음 현장투어를 시작했던 공장 부지 한가운데 서서 공사진행으로 인해 유일하게 들어가지 못한 2호창고를 바라보며 설명을 들었다. 2호창고는 1층과 2층은 원형 그대로를 살려서 복원하되 그 위에 증축하게 될 3층 이상의 무게를 견딜 수 있게 보강하는 방향으로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완공이 되면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멋진 건축물을 시민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거라 이야기하는 담당자의 표정에서 자부심이 엿보였다.


< 공장 출입구에 있는 오랜 세월을 지켜온 나무들  © 彼我 >


대선제분 영등포공장 현장투어를 마치고 공장 부지 메인 출입구 앞에 서서 다시 한 번 공장 전경을 바라본다. 오늘 이후로 리모델링 공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이곳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85년이란 긴 세월과 역사의 한 자락을 보여준 현장에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기쁨을 안고 돌아서본다.


지금 이 모습 그대로는 아니겠지만 언젠가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 테니까. 그때는 '대선제분 영등포공장'이 아닌 복합공간 '프로보크 서울(provoke Seoul)'로 인사하게 되겠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반가울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비록 지금의 대선제분 영등포공장은 사라지지만 잊혀지는 것은 아니다. 나의 기억과 기록을 통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자리잡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이 순간 안녕을 고하지만, 영원한 안녕은 아님을 굳게 믿어본다.


(* 상기 포스팅 내용 중 역사적 배경이나 재생사업과 관련한 일부 내용은 '대선제분 50년사'와 '아르고스매니지먼트의 영등포 제분공장 재생사업' 관련 설명내용을 참고하였음)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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