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나도 마을기록가] ⑦ 6강_아카이브 자료수집
새로운 앎을 맞이하는 것은 분명 기쁘고 설레는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낯선 길에 혼자 덩그러니 떨궈진 채, 길을 찾아 계속 헤매이게 되는 그런 일이기도 하다. 마을기록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첫 수업을 들었을 때만 해도 그동안 모르고 있던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는 기쁨이 컸다. 하지만 '아카이브'의 정체성에 대해 마음 깊은 곳에서 하나씩 의문이 떠오를 때마다 그만큼 한 걸음씩 길을 잃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섯 번째 수업을 들은 오늘 나는 아카이브 미아(?)가 되고 말았다.
일단 방대한 아카이브 데이터양에 기가 질릴 수밖에 없다고나 할까, 그 중에서 내게 꼭 필요한 자료를 찾아낸다는 것의 의미도 모호하게 느껴졌다. 내가 연구하고 기록하고 싶은 주제에 대해 기존의 아카이브에서 자료로 찾을 수 있다면, 굳이 그 주제를 연구할 필요가 있을까? 반대로 기존의 아카이브에서 전혀 찾을 수 없는 자료라면, 향후 연구 및 기록을 위해 맨 땅에서 헤딩해야 하는 상황인 것은 아닐까? 그야말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딜레마가 아닌가?
이렇게 살면서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꼭 떠오르는 싯구가 있다.
'아무리 어두운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고, 아무리 가파른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통과했을 것이다. 아무도 걸어가 본 적 없는 그런 길은 없다.
- 베드로시안의 <그런 길은 없다> 中에서 -
지금까지 아카이브를 개척해온 이라면 누구나 나와 같은 의문을 품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답을 구하기 위해 내가 걸어가야 할 그 길을 먼저 걸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 역시 묵묵히 답을 구해가며 걸어볼 수밖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메모리플랜트' 이원영 강사님의 안내를 따라 '아카이브의 길'을 향해 한 걸음 내딛어본다.
아카이빙의 진정한 시작은 '현황 파악'
지난 수업에서도 배웠듯이, <아카이빙>은 '준비/기획' 단계로 시작해서 '수집'과 '정리' 단계를 거쳐 '활용/제작' 단계로 끝이 나는 일련의 과정이다. 기억하고 기록하고자 하는 것을 정하는 것이 '준비/기획' 단계라면, 기획 방향에 따라 기록을 찾아가는 것이 '수집' 단계이다. 그리고 이 두 단계의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 바로 현황 파악이다. 핵심은 기록하고자 하는 것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따라 '현재' 필요한 자료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까의 닭과 달걀의 딜레마 문제로 다시 돌아가 생각해보자.
비록 정답은 아닐지라도 아카이브 초심자로서 이런 의미의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미 존재하는 기록물'을 찾아 떠나는 여정
'현황 파악'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면, 이제 어디에서 내게 필요한 자료를 파악해야 하는가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즉, <이미 존재하는 기록물>을 어떠한 루트를 통해서 찾을 수 있느냐의 단계인 것이다. 물론 온갖 지식과 정보가 범람하는 인터넷이 일상인 요즘 검색 몇 번만으로도 충분한 기록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일엔 순서가 있고 지름길이 있는 법! 이왕이면 신뢰할 수 있는 루트를 거치는 것이 좀 더 빠르고 쉽고 정확하게 기록을 찾아낼 수 있지 않겠는가.
'앞으로 기록할 기록물'을 위한 수집 = 아카이브의 꽃
이미 존재하는 기록물을 파악해 모으는 단계를 통해 비로소 '부족한 기록'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되며, 이것이 바로 '앞으로 기록할 기록물'로서 아카이브의 꽃인 수집의 대상이 된다고 할 수 있다. 행정기록이나 학술연구기록, 언론보도기사 등과 같이 이미 존재하는 기록물이라기 보다,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또는 현장 답사가 필요한) 아직 기록물로서 존재하기 전 단계의 자료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료 수집을 위한 본격적인 수집 절차 및 방법으로서 인터뷰(구술기록), 현장답사, 사진/영상 촬영 등에 대한 이론과 실습은 강의가 조금 더 진행되면서 배우게 되겠지만, 일단 이 '수집' 단계가 '주제 기획' 단계 후 아무 준비 없이 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황 파악을 통해 '이미 존재하는 기록물'이 아닌 '앞으로 기록할 기록물'을 만들어나가기 위함임을 한 번 더 머릿 속에 입력해본다.
참고로 수집단계에서 '온라인 자료조사'를 통해 얻게 된 공공저작물 정보는 모두 <공공누리 유형 및 세부조건>에 따라 그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저작권법 제24조의 2(공공저작물의 자유이용) 및 저작권법 시행령 제1조의 3(공공저작물 이용활성화 시책 등)에 근거하여 저작물 해당 기관이 제시한 이용조건 및 범위 내에서만 이용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이용조건이 애매모호한 경우도 많을 듯한 예감이······.
오늘의 강의를 통해 알게 된 두 가지 사실!
아키비스트로서의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과 배우고 익혀야 할 내용들이 무궁무진하게 쌓여있다는 것 정도? 강사님이 추천해주신 참고자료를 찾아서 탐독해봐야 지금 머릿 속에 모호하게나마 그려지는 그림이 구체화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봐야 할 내용들이 너무 방대해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현실?
다음 강의를 들으면 나는 한 걸음 더 전진해 있을까, 아니면 오늘처럼 또 한 번 길을 잃은 듯한 상태가 되려나. 다시 한 번 베드로시안의 싯구를 상기시키며 아키비스트로서의 내일을 향해 가자고 다짐해 본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