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엄마가 있었다
우리 식구들은 먹는 것을 좋아했다. 엄마, 아버지는 집안 형편이 어느 정도 피고 나서는 먹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아, 더 먹고 싶은데 너무 배가 불러. 체할 것 같아.”
“먹고 약 먹어.”
엄마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자식이 배가 고프다고 하는 것보다 배가 아프다고 하는 것이 감당하기 더 수월했던 걸까. 엄마가 ‘그만 먹어라’라고 말한 기억이 내게는 없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고질적인 내 소화불량이 문제였다. 엄마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자주 ‘배가 아프다’는 말을 달고 살자 어느 날 나를 병원으로 데려가 위내시경 검사를 시켰다. 수면내시경은 없었던 시절이었는지 아니면 그런 방법이 있지만 추가로 돈을 내기가 싫었던 건지 엄마는 중3인 나를 그냥 병원 검사대로 밀어 넣었다. 무얼 하는지도 모른 채 들어가 차가운 침대에 누워 두꺼운 관이 목구멍을 통과해서 내 위 속을 휘휘 젓는 고통을 감내하고 밖으로 나왔을 때 엄마의 얼굴은 평온했다. 인생 최고의 고통을 겪고 사색이 되어 나온 딸을 보며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느냐’는 얼굴이었다.
의사는 내 위에 별 이상이 없다고 했다.
“거봐, 잘 먹고 소화제 먹으면 된다니까.”
엄마에게는 모든 게 오케이였다. 배만 고프지 않으면, 만사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