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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이름은N잡러 Dec 08. 2020

내가 꿈꾸는 프리랜서 일상, 미라클모닝


내 생에 미라클모닝은 없다. 학창시절 내내 등교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대학교 시간표는 스스로 짤 수 있다는 말을 주워듣고서 빨리 스무 살이 되기만 바랐다. 눈이 저절로 떠질 때 일어나서 햇볕 짱짱한 오후에 등교하는 모습이라니, 캬- 생각만 해도 설렜다. 그토록 늦잠 자고 등교하는 걸 꿈꿨지만 대학 4년간 나의 시간표는 월-금 아침 9시에 시작했다. 방학에는 새벽반 학원을 부지런히 다니기도 했다. 아무래도 난 일찍 일어나는 것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항상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의무감이 싫었나 보다.


그렇다면 지금은?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난다. am이 pm으로 바뀌기 전에 겨우 일어나다가 한 달 전부터 오전9시 전에 일어나고 있다. 일찍부터 일이 있을 땐 새벽에 일어나기도 한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면 좋겠다는 바람을 안고 살지만 언제나 느지막이 일어날 때의 행복감을 포기하지 못한다. 남들보다 족히 몇 시간은 늦게 하루를 여는 데도 사람들은 내게 이렇게 말한다. “열정적이에요”, ‘그 많은 일들을 어떻게 다 해요?” 나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할 뿐이다. 좋아하는 일을 지속할 수 있도록, 다양한 수입원을 만드는 것 또한 열심히 한다. 그뿐이다. 그런데 또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겪는 고충까지 모두 말하면 이번엔 “너무 진정성 있어요”라는 피드백이 따라온다. 네? 제가요? 설마…


나에게 완벽한 미라클모닝은 이런 거다.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햇빛을 피해 베개로 얼굴을 덮고 다시 잠을 자려던 찰나, 오늘의 빡빡한 일과가 떠올라 벌떡 일어난다. 싱크대 찬장을 열어 구미가 당기는 원두를 고른다. 드르륵 그라인더 소리를 들으며 잠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이어서 커피를 내린다. 커피잔에 잠을 아니 얼음을 털어 넣는다. 이제 책상 앞. 다이어리를 보며 오늘의 할일을 점검한다. 공식블로그 대행 2건, 부동산 칼럼 1건, 크라우드 펀딩 상세페이지 회의 1건. 욕심을 부려 내 포스팅도 2건 쓰겠다며 다이어리에 적어본다. 일 중간중간 쉬는시간에는 캣타워에 다리를 뻗고 앉아 책을 읽어야겠다. 그럼 맹수는 캣타워 꼭대기에서 식빵을 굽겠지, 아 여유롭다.


열정보다는 능력 있는 콘텐츠마케터로 보이고 싶다. 나의 자유분방함과 독창성은 ‘유연한 사고 능력’으로 여겨지면 좋겠다. 진정성? 이게 좀 문제인데, 나는 나를 잘 포장해야겠다며 100번 결심하고 강의에 들어가도 결국 있는 그대로 말해버린다. 과외를 할 때도 수업시간이 끝나면 펑하고 사라지는 신데렐라이고 싶었지만, 정신차리고 보면 아이들을 집에 데려와 밤새 공부시키고 있는 거머리였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보이고 싶다고 해서 정말 그렇게 보일 수 있는지 사실 의문이다. 어휴, 나는 지금 척척박사님이 필요하다. 코카콜라 맛있다 맛있으면 또 먹어 딩동댕동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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