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백십 Oct 30. 2020

홍콩에 빨간 택시만 있다고요?

빨간 택시, 녹색 택시 그리고 하늘색 택시까지


홍콩의 명물, 빨간색 택시


뉴욕의 옐로캡, 런던의 블랙캡

그리고 우리 서울의 꽃담 황토색 택시!


그렇다면 홍콩은? 당연히 빨간색 택시를 떠올렸다.

영화 첨밀밀 속 장만옥과 여명이 자전거를 타고 길거리를 누빌 때 클랙슨을 울리며 지나다니던 빨간 택시들.


홍콩에 대한 첫인상은 팔 할이 첨밀밀이었다. 네 번이나 봤다. 그래서 홍콩 택시 하면 무조건 레드일 줄 알았다.


원출처: 첨밀밀/재가공 출처: 유튜브 NewZealand님


그러다 홍콩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다.

아, 홍콩엔 녹색과 파란색 택시도 있구나. 이건 또 뭐지? 뭐가 다른 거지? 왜 녹색 택시 기사님은 만날 안 간다고만 하시는지 왜 파란색 택시는 희귀한 건지 처음엔 어려웠다 홍콩에서 택시 타기.


운행지역에 따라 색깔이 다른 홍콩 택시


그랬다. 지역에 따라 운행 가능한 택시가 달랐다.

그래서 카우룬에서 잡은 녹색 택시가

홍콩 섬에는 가지 않는다고 했던 거였다.


홍콩 전역(map.gov.hk)


1. 빨간색 택시



홍콩에서 운행하고 있는 전체 택시 18,163 대 중 15,250대가 빨간색 택시다. 홍콩 택시! 하면 빨간색 택시를 떠올릴만했다. 홍콩섬과 카우룬 반도 도심을 운행하는 어반(Urban) 택시다.


기본요금은 24 HKD로 한화로 치면 3,600원.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이라 하니 비슷한 수준이다. 2 km부터 200m마다 1.7 HKD 씩 올라간다.

특이했던 건 동물이나 새와 함께 탈 때도

5 HKD 씩 추가 요금이 있다.



2. 녹색 택시


신계(New Territories) 지역 중심으로

주로 북서/북동쪽을 운행하는 외곽 택시.

기본요금은 20.50 HKD



3. 파란색 택시


단 75 대 밖에 없다는 파란색 택시.

란타우(Lantau) 섬 중심으로만 운행한다.

한 번도 실물로 본 적 없다.

기본요금은 가장 저렴한 19 HKD이다.


파란색 택시 사진 출처 : Arron Choi/unsplash.com


홍콩에서 택시 타기


일단 대부분 기사님들은 영어가 어려우시다.

나이도 있으셔서 눈도 안 좋으시다.

담배도 많이 태우시고 화도 많으시다.

그래서 자주 가는 목적지는 광둥어로 외우고 있다.


혹은 한자 주소를 크게 확대해서 보여드린다.

급브레이크 엄청 자주 밟으신다.

그래서 택시만 타면 속이 좋지 않다.


뒷자리에 앉아 보자니 머리도 잘 안 감으시는 거 같다.

카드 불가능하다.

옥토퍼스는 가능하다고 하는데 가능한 택시 보기 어렵다. 현금만 받는다. 현금도 500불 이상은 안 받는다.


좋은 점은 심야할증이 없다 정도지만

밤에 택시 잡기는 우리나라 종로나 강남만큼 어렵다.



택시를 탈 땐 꼭 잔돈을 준비하세요


한 번은 급하게 택시 탈 일이 있었다.

아이 스쿨버스 드랍 시간이 다 되어

급한 마음에 일단 택시부터 탔다. 타고나서 알았다.

세상에, 500불짜리만 지갑에 덩그러니.

기본요금 정도 나오는 거리라 불안해졌다.


‘하지만 이제와 어쩔 것이냐 양해를 구해보자.’


집 가까이 오니 스쿨버스도 이제 막 도착하고 있었다.

세워달라고 말하며 오백 불을 건넨 순간

불같이 화를 내시는 기사님.


택시 기본 수칙이 적혀있는 코팅 종이를

내 쪽으로 격렬하게 흔들어대며 500불은 안된다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대셨다.


아이는 스쿨버스에서 기다리지 기사님은 안된다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택시에 몸을 반만 걸친 채
멀리 서 있는 버스 마더를 큰소리로 불렀다.


아이 좀 내려주면 안 되겠냐 외쳤다.

바빴던 버스맘은 아이를 내려주고 떠났고

어리둥절 엄마 찾던 아이는

다행히 택시 속 나를 발견했다.

아이를 택시로 불러 태웠다.


기사님에게 근처 편의점으로 가달라고 사정했다.

아이를 볼모로 택시에 남겨둔 채 편의점에 들어갔다.


드디어 잔돈으로 택시비를 지불한 다음에야

아이는 내릴 수 있었고 기사는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웅얼웅얼 대며 그대로 떠났다.


식은땀으로 등이 축축했다. 10년 같은 10분이었다.

그날 이후 무조건 지갑에 20불은  꼭 챙겨 넣어 다닌다.



차라리 우버를 타겠어요.


우버 기사님들은 평점이 걸려 있어서인지

택시 기사님들보다는 안전운전, 승차감에

신경을 많이 쓰는 듯하다.

나 역시 친절하게 대한다 내 평점도 중요하니깐:D


차량도 고를 수 있고 담배 쩌는 냄새도 없고

급브레이크도 없으며 친절하기까지 한 우버를

택시보다는 많이 이용하지만

잘 모르는 곳에서 픽업 장소 맞추는 게 어렵다 우버는.



Photo by @bigdodzy/unsplash.com


우버 못지않게 깔끔한 택시도 있다.

작년 즈음부터 보이기 시작한 신형 택시!

기사도 대부분 젊고 친절한 편이며 차량도 깔끔하다.


근데 택시는 직접 고를 수 없으니

가끔가다 보일 때 잡아타면 그날은 운수 좋은 날.


만약 로또가 된다면


만약 내가 로또에 당첨된다면

무얼 제일 먼저 하고 싶을까 생각해본 적 있다.

갖고 싶은 거 다 갖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결국 돌아오는 바람은

우습게도 마음껏 택시 타기다.


빠르게 올라가는 미터기에 눈길조차 주지 않으리라.

초행길에도 구글맵 켜지 않고 택시 타야지.

한국 가면 서울에서 대전까지도 택시 타 보리라.


공항에서 캐리어 끌고 버스 탈 걱정 없이

아무 생각 없이 택시 탈 거다.


그러다 또 생각해본다.

그건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잖아.

서울에서 대전까지 택시 탄다고 당장 굶어 죽지는 않잖아. 네 마음먹기 달린 거잖아.



로또의 행복은 바로 눈앞의 일상에 있었다.

바라고 바라던 로또 당첨 후 하고 싶은 일은

지금도 얼마든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마음이 문제였다.

마음먹는 게

오래된 습관에서 벗어나는 게

참 쉽지 않다.






이전 12화 홍콩 시위대는 왜 스타벅스를 공격했을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