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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십 Oct 26. 2020

홍콩 시위대는 왜 스타벅스를 공격했을까?

홍콩의 레스토랑 뒤에 숨겨진 홍콩 요식업 그룹



추석날 밤 침사추이에서 바라본 홍콩 섬


홍콩은 미식가의 도시?!


홍콩 오기 전부터 수없이 들었던 말, 홍콩은 미식가의 도시라고.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수만 따져봐도 뉴욕과 비슷한 수준이며 서울보다 2.5배나 많다니 뭐 그런가 보다 싶다가도 그렇다면 또 미슐랭은 대체 뭔 기준인지.


미식가의 도시인지 아닌지는 개인의 판단이겠지만 레스토랑 기업이 조직적으로 발달한 도시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레스토랑을 브랜드화하여 운영하는
홍콩의 레스토랑 그룹들


영세 식당을 제외한 홍콩의 대부분 식당들은 다국적 기업에서 투자받아 운영하거나 공동투자 형태로 자본을 모아 기업의 형태로 레스토랑을 브랜드화하여 운영합니다.


마치 우리나라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이 유통채널, 브랜드 컨셉, 타깃에 맞춰 설화수, 헤라, 라네즈, 마몽드, 아이오페, 이니스프리, 에뛰드, , 미장센, 해피바스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짜서 운영하는 것처럼요.


상상 이상의 높은 임대료,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져 있는 홍콩인들의 눈과 입, 세계 각국의 트렌디한 프랜차이즈와의 경쟁. 도저히 한 개인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차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거대 자본을 움직이는 세계 금융 허브 도시답게 레스토랑 사업도 기업화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신세계, 씨제이, 매일유업 등 대기업들이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진출해있긴 하지만 그것과는 또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홍콩 시위대가 스벅을 공격한 이유


한국처럼 대기업 혹은 재벌이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을 하는 경우도 물론 있어요. 대표적인 사례가 홍콩 요식업계의 거물(?) 맥심그룹입니다.


홍콩 여행 오신 분이라면 맥심 그룹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혹은 카페를 한 번도 안 들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만큼 맥심은 홍콩 프랜차이즈를 주름잡는 큰 손입니다. 제이드 가든, 페킹가든, 심플리 라이프, 겡끼스시, 키쿠산, 센료, MX, 맥심스 케이크, arome 그리고 스타벅스까지.


작년 홍콩 보안법 시위가 한창일 때 맥심 그룹 창업주 딸 애니 우가 공개적으로 시위대를 비난하는 발언을 하다가 호되게 당한 적이 있었죠. 격분한 시위대가 애니 우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홍콩의 스타벅스를 마구 공격한 겁니다. 각 동네의 스벅 윈도와 간판이 모두 박살 났다는 ㅠ




요식업 베테랑들이 만든 레스토랑 그룹


대기업 프랜차이즈 일색이었다면 홍콩이 미식가의 도시로 뜨지도 않았겠죠?


동서양 인종이 어우러진 도시, 금융 및 무역 자본이 넘쳐나고 다양한 식재료 교역이 이루어지는 홍콩은 세계 유명 셰프들이 외면하기 힘든 도전 욕구를 뿜뿜 솟게 하는 도시였기에 어마어마한 투자 자금을 등에 업은 세계 스타 셰프들의 레스토랑이 진출하였고 유명 호텔 체인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던 요식업계의 베테랑들은 공동투자 형태로 자본을 모아 하이엔드 급의 레스토랑을 연달아 탄생시킵니다.




1. LAISUN DINING


이탈리안 스타 셰프 봄바나와 함께 Otto e Mezzo, Ciak 등 이탈리안부터 시작하여 차이나 탕을 중심으로 한 광동식, 일식 레스토랑 등 다양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 라이선 다이닝. 총 14개 레스토랑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토 에 메조는 두 명이 가서 백만 원 나왔다는 이야기에 차마 가보지 못하였고 그 하위 브랜드라 할 수 있는 CIAK 즐겨가고 있어요.

        

2. Dining Concepts


Bistecca, BIZoU, BLT Burger, Le Pain Quotidien, Tango 등을 보유하고 있는 다이닝 컨셉츠. 역시 인도, 홍콩 호텔에서 십 년 넘게 경력을 쌓은 요식업계 베테랑 창업주가 만든 그룹입니다.


봄베이 드림과 같은 인도 식당에서부터 시작하여 이탈리안, 버거, 카페 등은 물론이고 다소 쇼킹했던 몽환미 가득한 오펠리아 같은 바까지 계속해서 영역을 넓히고 있는 다이닝 컨셉츠.



3. Blacksheep Restaurant

아시아 시장을 경험한 캐나다 출신과 뉴욕에서 근무하던 파키스탄 출신 두 명이 의기투합한 블랙쉽 레스토랑 그룹.


이 두 창업자의 이색적인 경력은 레스토랑 컨셉에도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뉴욕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컨셉 Carbone, 인도와 파키스탄 접경 지역 요리 New Punjab Club,

그 외에도 레바논, 그리스, 베트남, 타이, 프랑스 등 25개의 레스토랑 라인업만 들여다봐도 재밌어요:D



4. Pirata Group

코로나 시국에도 줄 서는 맛집 pici가 속한 PIRATA 그룹. 토쿄리마, 혼조, 피라타, pici 등 11개 레스토랑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피라타 그룹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좋은 점은 매장별 컨셉에 맞게 그 나라 현지 로컬만의 바이브를 매장에서 그대로 재현해 준다는 점입니다. 또 가격대가 합리적이라는 것도요.


이 밖에도 Mott 32, John Anthony를 운영하고 있는 Maximal Concepts, 딤섬 라이브러리, 더 차이니즈 라이브러리 등을 운영하고 있는 아쿠아 그룹 등 브랜드처럼 운영되고 있는 홍콩 레스토랑 그룹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홍콩에 진출해있는 한식 레스토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전 맛있게 먹었던 "봉루"라는 짜장면, 탕수육 맛집도

KORCHINA라는 기업이 한참, 치르치르, 삼호어묵 등 함께 운영하고 있더라고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컨셉의 레스토랑을 합리적 가격대에 이용할 수 있어 좋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영업에서 개인이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는 것 같아 좀 씁쓸하기도 합니다. 퇴직하면 전 뭘로 먹고살아야 할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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