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버린 강, 산기슭의 눈, 처마 밑의 고드름, 이른 아침의 안개, 하얀 입김. 색이 없는 어떠한 많은 것들이 내내 겨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다른 계절에는 다가설 수 없는 공간을 마음껏 돌아다니고 추위에서 느껴지는 묘한 활기와 아늑함을 같이 느껴보기도 했습니다. 더 머물렀으면 좋겠다가도 따스한 햇살을 쬐고 있다 보면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숨길 수 없어 겨울은 서운합니다. 마음을 애써 돌려봅니다. 꼭 내가 보는 곳 아니라도 눈은 어디서든 내리는 중이었습니다. 영화 속 낭만으로 이야기 속 신비한 공간으로 감미로운 선율로 눈은 내리고 또 내려서 겨울을 가둬둡니다. 겨울에 내리는 눈처럼 당연한 것들을 궁금해하며 살아가고 소복하게 덮여 보이지 않지만 실은 다 알고 있고 금방 드러날 줄 알면서도 때로는 꾸역꾸역 숨겨 놓는 일 그리고 결국은 사라질 흔적을 남기는 일. 눈이 오면 아이들은 만들기 놀이를 하고 녹기 전에 떠나 잊어버립니다. 포근해진 날씨에 녹아 없어지는 것은 슬픔 없는 당연함이기에 저 역시 곳곳에 작은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돌아가도 만날 수 없는 사람을 애써 만들어 놓고 기억도 잊는 것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