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의 가을

by 샹송

여름은 나왔다 하고 오는데 가을은 저 혼자 익은 다음에 나왔어 수줍게 인사를 합니다. 겨울 지나 봄 온 듯, 여름 지나 가을입니다. 가을을 목 빼고 기다리는데 정신 차리고 보면 풍경은 한가을입니다.


잦은 비에 익은 이파리들이 떨어져 휑한 나무가 많았습니다. 나뭇잎 사이사이 공간이 생기고 시든 풀 사이 길이 납니다. 밤송이와 도토리가 익어 떨어집니다. 자연에서 난 것들은 어디로든 흐르고 녹아들고 묻혀서 다시 자연이 됩니다.


여름내 햇살에 더불어 불던 바람은 홀가분하게 불어옵니다. 이제 바람 안에서 햇살이 비칩니다. 바람은 자주 시원하게 불어닥치죠. 가끔 열린 창문으로 훅 하고 들어와 문을 '쾅' 닫고 나가기도 합니다. 커다란 창가에 앉아있으면 햇살이며 바람까지 마음껏 쐽니다. 이럴 때는 나가지 않고도 바깥에 있는 것만 같아요.


나른한 몸을 이끌고 낮 산책을 나섭니다.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아 걸음이 가볍습니다. 길에 작은 몸짓들을 마주칩니다. 다른 걸음걸이와 날갯짓으로 서로를 스치기도 하고 같이 머물기도 합니다.


밤도 한주머니 가득 주웠습니다. 나무 아래 있으면 알이 찬 밤송이가 벌어지면서 툭툭 떨어집니다. 삶아서 가을밤 간식으로 먹어야겠습니다. 밥보다도 밤이며 고구마, 감자, 대추 같은 작물들을 더 좋아하게 됐습니다. 맛도 좋고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하답니다.


시월이 왔네요. 가을이 더 가까워졌습니다. 구월은 늘 그렇죠. 여름 후속 편이고 가을 예고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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