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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tagirl Jan 10. 2019

불안과 집착의 뫼비우스띠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완벽한 스윙에 대한 이런 환상은 두려움/불안과 쌍생아라고 합니다. KPGA 이종철 프로는 이와 같은 심리 상태를 일컬어 '스윙 매커니즘'이라고 명명합니다. 이 매커니즘이 작동하는 방식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낮은 자존감에서 기인한 공포와 불안이 골퍼에게 자리 잡습니다. 그러면 이런 심리에서 벗어나 안전하기를 갈망하는 인간은 그나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자신의 판단이 자유로운 일, 자신이 결단할 수 있는 일을 만나면 손에서 놓을 수가 없는 집착 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이를 통해 일말의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술적 결함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는 생각에 집착하면 집착할수록 오히려 골퍼는 더 큰 불안에 빠지게 됩니다.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해소하고자 자신의 스윙 문제를 섬세하게 분석하면 할수록, 이러한 과도한 분석 행위가 더 큰 실수를 유발하면서 더 큰 불안을 조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골퍼는 그러면 그럴수록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더 많은 연습과 더 자세한 분석에 집착하게 되고 결국 악순환의 고리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죠.


이러한 '불안-분석-집착'의 뫼비우스 띠를 그는 가수들의 노래에 비유합니다. 가수가 노래를 잘 불러야겠다는 마음으로 기술적으로 분석하면 분석할수록 힘이 들어가고 실수하게 되고 마침내 어떠한 감동을 줄 수 없게 되는 것처럼, 골퍼가 자신의 스윙을 쪼개면 쪼갤수록 힘이 들어가고 실수하게 되고 결국 실망스러운 경기를 하게 된다는 것이죠. 골프는 기본적으로 본능과 직감이 중요한 우뇌를 사용하는 일인데, 내 스윙 어디에 이상이 있는 걸까를 생각하는 순간 이성을 관활하는 좌뇌를 작동시키게 되고, 찰나의 순간 좌뇌와 우뇌를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은 도대체 가능하지가 않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라운딩 중에 그리고 라운딩 후에 제 마음은 여지없이 나만의 고유한 스윙이 아니라 나만의 고유한 문제를 향해 달려갑니다. 얼리코킹, 리버스 피벗, 오버스윙에 대한 분석은 도대체 끝이 나지를 않습니다. 잘한다는 선수들의 경기를 나노 단위로 끊어보면서 비루한 나의 스윙을 비교하고, 언젠가 나름 잘 쳤다고 생각되는 과거 자신의 스윙을 가지고도 비교하기에 바쁩니다. 그러고는 프로르크수르테스의 침대 위에 놓고 그것을 자르고 늘려가며 난도질합니다. 여기에 더 골치를 아프게 하는 것은, 기존 세 가지 문제 외에도 다운스윙 시 빨리 떨어지는 발, 팔로우쓰루 시 쭉 뻗지를 못하는 팔, 백스윙 시 자꾸 올라가는 상체와 계속 들리는 고개 등 문제의 리스트가 도무지 멈출 기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역시, 이생망! 이번 생은 망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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