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레시피」 쓸데없지만 쓸모 있는 - 17
'최선의 실패'란, '또 다른 가능성을 꿈꿀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박민규 소설 속 인물들을 들여다보면
그들은 묵묵히 힘겨운 현실을 헤쳐 나가려 해도, 대의를 품고서 영웅이 되려 해도 끝끝내 실패한다.
심지어 삶에 낙담한 채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해도 역시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인물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움직이며 오답 노트를 채워나간다.
이러한 태도는 그들을 '최선의 실패'로 이끈다.
그리고 최선의 실패를 통해 소외된 자들은 연대를 이뤄간다.
(*논문 『박민규 소설에 나타난 그로테스크 연구』 참조)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무엇이든 너무 못하니까."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여주인공에게 남주인공이 전하는 메시지 치고는 조금 엉뚱하지만,
무슨 궤변인가 싶지만,
최선의 실패를 통해 수많은 가능성을 꿈꿀 수 있다는 건 틀림없어 보인다.
이런 말을 듣고서 자신감이 올라오지 않을 수 없지 않을까.
요즘 나는 무용한 것을 들여다보며 일상과 자신을 새롭게 마주하는 시간에 대해 생각하고, 기획 중이다.
무언가 방향이 잘 잡히지 않으면 가끔 이 지도를 떠올린다.
예술은 일상을 달리 보는 일이고,
일상과 예술은 뫼비우스 띠처럼 연결되어 각자 다른 안팎을 보며 이야기하는 것이란 생각을 바탕으로
나만의 지도를 만든 적이 있다.
이 지도를 보면서 생각한다.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무엇이든 너무 못하니까."
그렇게 나는 또 다른 가능성을 꿈꾸며 오늘도 최선의 실패를 위해 걸음을 내딛는다.
이 모든 질문과 사유와 과정은 별자리처럼 연결되어 흐를 것이다.
H-er.
*커버 이미지 -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다니엘 콴 · 다니엘 쉐이너트 감독,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