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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a la Vida

「사치 권장 프로젝트」 마음의 장바구니 - 00

by 율하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가끔 한다. 내가 돈이 많았다면 정말 멋진 '낭만 부르주아'가 됐을 거라고..



한 청년 예술가가 이런 말을 했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신생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에 관심이 없고, 신생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돈이 없다고.

그 말에 나는 오른손 검지를 들어 허공에서 나를 콕콕 찔러댔다.

아이러니한 이 상황을 생각하면서 이 꼭지의 제목을 <Viva la Vida>로 결정했다.



나는 나의 결핍을 영악하게 채우고 있다.

마음껏 그림을 감상하고 소장할 수 없으니 작품집을 사고, 멋진 작가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말을 들을 수 없으니 책을 산다.

그렇다고 책이 많은 것도 아니다. 역시나 원대로 살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니까. 그래서 신중하게 소장욕구가 뿜뿜한 책을 엄선하여 구매한다.

내가 이용하는 서점 앱의 장바구니는 200권이 최대치다. 매번 자리가 부족해서 이미 구입한 책은 없는지, 혹 품절된 책은 없는지 살펴보고 정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끔은 한 번에 여러 권의 책을 사서 장바구니가 살짝 홀쭉해지면 그리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물론 그 빈자리는 그리 오래 안 가지만.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요 며칠 몸살을 앓느라 기운도 없고 여러 가지로 기분이 조금 산란해서 확, 장바구니를 털어버렸다. 그래놓고 우쭐해져서 혼자 신이 난 상태다. 이런 사치와 허세는 권장할 만하지 않은가. 그 마음을 실행에 옮겨보려 책상 앞에 앉았다.

'마음의 장바구니'를 채워가는 즐거움을 어떻게 선보일까, 고민하다가 역시나 영악한 선택을 하기로 했다.

그림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고, 진입장벽 없이 이야기와 교감할 수 있는.. 내가 소장하고 있는 [그림책]을 전시해 볼 생각이다.

사치 권장 프로젝트인 만큼, 가성비와 가심비를 따져봤을 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본다.



H-er.

*커버 이미지 - <Viva la Vida>,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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