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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안 Sep 14. 2016

[영화] 최악의 하루_오르락내리락, 그 끝에서 해피엔딩

"인생 최악의 하루는 아직 안 온 것 같아."

어쩐지 운수가 좋더라니 아내가 세상을 떠나버린 그 날이 있는가 하면, 유난히 ‘최악’이다 싶었지만 지나고 보니 해피엔딩이던 그 날도 있다. 영화 <최악의 하루>가 그려내는 최악인 듯 최악 아닌 그 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함께 이야기 나눈 내 친구 하연이는 나처럼, 영화를 좋아한다. 둘 다 어느 아트플렉스의 VIP인 것으로 그 사실이 증명될 것 같다. 다만 단 한 번도 영화를 같이 보러 간 적은 없다. 어지간해서는 영화를 혼자 보는 내 유별난 스타일 탓이겠지. 




‘은희’는 정말 거짓말쟁이일까? 


(하연) 은희가 정말 사랑스러웠지. 사실 하루치 이야기이기 때문에 옷도 영화 내도록 같은 것만 입고 나오잖아. 그래도 못나거나 부족해보이지 않았어. 더군다나 잘못하다가는 은희라는 캐릭터가 남자들 사이를 어지럽게 오가는 ‘썅X'으로 비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그건 오롯이 한예리라는 배우 역량 덕분일 거야. 


(명낭) 맞아. 애초부터 이 영화 홍보 문구가 양다리 걸치는 여자라는 식으로 잡혀서 영화 보기도 전에 스토리를 오해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나는 사실 상대에게는 은희의 말이나 행동이 죄다 거짓 같았을지 몰라도 관객은 은희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해. <500일의 썸머>에서 관객이 그저 톰의 진심만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썸머라는 인물을 함부로 낙인찍을 수 없었듯이. 


(하연) 그렇지. 내가 무언가를 해줬으니 당신도 그만큼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하는 게 오히려 억압적이라고 생각해. 무엇보다 은희는 독백이긴 해도 직접 말하잖아. “나는 매순간 진심이었고 최선을 다했다”고. 그 말에 공감도 되고 위로도 받게 되고 그랬어.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진심과 진실의 경계’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정리했거든. 


이 영화는 어떤 사람이 보면 더 좋을까? 


(하연) 일단 화면이 자극적이지 않고 심지어 예쁘기까지 하니까 별 생각 없이 ‘힐링’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도 좋을 듯? 나는 억지로 교훈을 주려는 식의 영화가 제일 싫은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아서도 좋았고. 물론 영화가 밋밋하다며 별로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감상도 난 인정해. 


(명낭) 나는 영화라는 장르에서 공간적 배경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가치를 이 영화가 보여줬다고 생각해. 남산이랑 그 일대의 배경들을 감독이 정말 ‘영리하게’ 사용하더라고. 이제 찬바람도 불기 시작하는데 마음이 괜히 헛헛하면 이 영화 보고서 남산 한번 걸어도 좋겠더라. 


(하연) 남산에서 인물들이 오르락내리락, 올라갈 듯 말듯 그런 모습들을 보이잖아. 심지어 그 인물인 독자 없는 작가(료헤이), 관객 없는 배우(은희)는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하고. 그 자체가 사람들 사는 삶을 드러낸 것도 같았어. 


(명낭) 우리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사람들…. 만약 주변에 그 세 남자가 있다면 누구랑 연애해보고 싶어? 솔직히 난 셋 다 별로. 외국인은 외국인이라서, 한국인은 한국인인데도 말이 안 통하잖아 영화에서. 난 어떤 식으로든 말 안 통하는 남자는 딱 질색이야.


(하연) 난 잘생긴 배우. (ㅋㅋㅋ) 한번쯤 사귀어보고 싶음. 




이번 이야기의 마지막 화두는 ‘내 인생 최악의 하루’였다. 사실 이 물음을 던진 나도 내 인생의 어느 때가 가장 나빴는지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고, 하연이도 그랬다. 짜증 분노 슬픔 답답함 등 힘든 감정을 하루 한 번쯤은 겪는 것 같은데, 지나고 보면 또 ‘그런가보다’ 싶은 날들이 이어지지 않았나. 지난날들을 이리저리 떠올리던 끝에 그녀가 던진 한 마디로 물음의 답을 대신해본다.

 

“인생 최악의 하루는 아직 안 온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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