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북을 찾는 이 겨울, 당신은 어디를 걷더라도 함부로 힘을 주어 걷지 말아야 한다.”
-방현석 <아름다운 저항>
1997년. 강원도의 탄광촌 사북을 다녀온 작가 방현석은 이렇게 말했다. 한 줄기 빛도 닿지 않는 지하 700m 아래 갱도의 끝 '막장'에서 함부로 발을 내디딜 수 없는 그 먹먹함. 2016년 10월 27일, 당시 JTBC 뉴스룸 앵커 브리핑에서 손석희 아나운서 또한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슬픔과 고민을 위의 문장들을 언급하며 담담하고 무겁게 전했다.
올해는 내게 그 어떤 해보다 일이 많았던 시간들이었다. 일이라 함은, 새로운 도전의 기회나 소중한 꿈에 대한 몇 번의 좌절 등을 이를 수 있겠다. 가슴 아픈 여러 실패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분명 과분했던 순간들 또한 참 많았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졌으며 가까운 미래, 먼 훗날이 될지 모르는 다음을 기약하며 우리들은 저마다의 방향으로 멀어졌다(작은 일기장에 매일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기록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마지막 장까지 채우게 될 줄은 더욱 몰랐다).
어제는 지나갔고 오늘은 흘러가고 있으며, 올해는 이제 곧 우리 곁을 떠나가려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각자 서 있는 바로 이곳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어떤 위치에서 새롭게 시작해야지…하고 멋지게만 출발할 필요는 없다. 그저 지금, 여기에서 그대로 걸어가면 된다. 그리고 그 걸음의 방식은 방현석 작가의 말처럼 함부로 힘을 주어 걷지만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올해 감사했던 주변 사람들에게 이문재 작가의 문장으로 마지막이자 새로운 출발이 될 응원을 전한다.
“땅끝이 땅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