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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진 Feb 03. 2019

여섯 단어 소설

헤밍웨이_세상에서 가장 짧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썼던,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이 있다.


‘신발 팝니다, 한 번도 신지 않은(For sale : Baby shoes. Never worn).’


단 6개의 단어로 그렇게 강한 여운을 주었던 글은 처음이라, 나는 이것을 처음 마주했을 때 얼어붙은 것만 같았던 그날의 선명한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얼마 되지 않는 글자들로 멋지게 적어내려 갔던 헤밍웨이의 여섯 단어 소설.


글을 꾸준히 쓰려는 의지는 가끔 실현하기가 매우 어렵다. 어떤 날은 첫 문장을 쓰기가 몹시도 힘이 들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까만 밤에 달이 차는 것만 멍하니 바라봤다. 가끔 그렇게 밤하늘을 바라보다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모습을 마주하면, 저 수많은 별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별을 고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는 이러한 생각들이 나의 인생을 누군가에게 선택받아야 하는 평범한 청춘들의 순간인 것만 같아 야속하기도 했다.


이제 너무 많이도 커버린 나는, 스스로를 빛내는 어떤 별들과 삶이라는 기차역의 플랫폼에 끊임없이 오고 가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는 그 기차역이 뱉어내고 삼키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떠올린다. 오늘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에는 남겨진 별들에게 반짝이며 인사하는, 또 다른 별들이 떠나가는 중이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헤밍웨이 소설의 영향 때문이었을까. 가장 최근 적어낸 자기소개서의 제목으로 된 여섯 단어가 잠 못 이루던 밤하늘의 별처럼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내가 당신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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