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나물은 해 본 적이 없어서
평소 해 먹던 대로 익숙한 재료들을 다듬는다
깨끗하게 씻고 채 썰어 준비를 끝내면
보통은 기름을 두른 팬에 볶아가며 간을 하고
양념이 배고 익을 때까지 불 조절을 하면서
지키고 서 있어야 한다
하나씩 완성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고
가스불 앞 매캐한 열기에 지치기 일쑤이다
불편하게 요리하고 싶지 않았고
불 앞에 계속 서 있고 싶지 않았다
맛 영양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빠르고 손쉽게 할 수는 없을까
나물류는 데치거나 삶아내고
무르고 얇은 채소는 찌면 된다
그리고 최소한의 양념으로 무치면 되겠다
완성된 나물을 그릇에 옮겨 담으니
정갈해서 보기에도 좋다
와중에 절구로 찧은 깻가루를 흩어 뿌린 탓에
깨 범벅이 되었지만 덕분에 맛깔나게 고소하다
요리하는 시간이 짧아지고
기름기가 적어 설거지도 빠르다
무엇보다 집안 공기가 탁해지지 않아
환기까지 가뿐하다
먹는 음식 생활 습관은 내 몸을 만든다
꽉 채운 하루 주체적인 삶의 여유 또한
나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매일 하는 살림에 지치지 않아야 한다
우리 가족의 건강을 챙기는 그 마음에
힘듦 대신 단단한 내가 서 있어야 한다
내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나의 자리를 지켜내며 나아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