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반계리에 가면 1300년이 넘은 천연기념물
은행나무가 있다.
원주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아빠가 이 근처에 엄청 예쁜 은행나무가 있다며
더듬더듬 네비를 검색했다.
1300년.
그 나이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도 안 되고
‘그래봤자 은행나무겠지’ 했는데,
그 크기에 압도당해
식물에 기가 눌린다라는 소리를
처음 느끼게 되었다.
그 크고 웅장함은
그곳의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었다.
살면서 곱게 물든 단풍을 보고 예쁘다는 생각을
아니,
그럴 마음의 여유가 있을 만큼
내 삶이 편치는 않았는데
올해 처음으로
가을이 이렇게나 예쁘구나,
생각했다.
예전에 이런 글을 남긴 적이 있다.
어떤 것이 제일 행복한가 생각해 보니까,
봄에는 벚꽃 보고
여름에는 바다 보고
가을에는 단풍 보고
겨울에는 눈 쌓인 풍경 보고
사계절을 오롯이
아무 생각 없이 즐길 때,
그때가 제일 행복한 것 같다.
이깟 게 무슨 행복이라고 한다면,
벚꽃도,
바다도,
단풍도,
눈도
내 마음이 평온해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것이니까.
올해 이 네 가지를 다 즐긴 사람,
감히 가장 행복했던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올해도 나는
봄도, 여름도 즐기지 못하고 살았는데
아빠가 보여준 그 은행나무 덕분에
가을은 즐긴 사람이 되었다.
사계절을 오롯이 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이제는 알 것 같다.
사실 지금도 편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단풍이 예쁘다고 느낄 수 있는
건강한 마음이 조금 생긴 느낌이다.
노란 은행잎이
그렇게나 예뻤던 올가을.
난생처음
가을이 가는 것이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