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의 詩선
당신의 시간
-정혜서
딛고 서 있는 곳에서 자유를 느낀다던 너는 언젠가 말했다
더 이상의 사색은 없다고
결국 사색도 돈이 있어야 하는 고급 취미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더 이상의 사막은 없다고
계절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이하고 소리의 풍성함을 온몸으로 이해했던 너는
더 이상 항거할 힘을 잃었나 보다
아니 더 정확히는 너도 별 볼일 없구나
자기 합리화를 하는구나
비어있는 의자에 남은 건 얽매이지 않는 삶의 방식뿐이었다
도보 여행자를 꿈꾸었던 너는 농부가 되어 나타났다
꽤 단정한 모습을 하고
자신이 딛고 있는 세상을 위해서는 방향을 바꿔볼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꽤 단호한 어조로
전장에 나가는 장수 같은 눈빛을 한 그가 살아있다고 느꼈다
계절의 변화는 활기를 불어넣어 더 담대하게 변화시켰다
고통과 기쁨 위에 새겨진 시간이 흐르니 대지에 온기가 돈다
오장육부를 타고 흐르는 혈은 마침내 정점을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