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시골 풍경은 매우 분주하면서도 정겹다. 나이가 들수록 시골에 부모님이 계신 게 얼마나 큰 복인지. 좋은 먹거리, 바른 먹거리는 부모님의 값진 노동 덕에 대가 없이 먹으니 얼마나 좋은가. 농산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데 하물며 내 입으로 들어가는 먹거리에 애써 수고로움을 더하니 얼마나 귀한가. 참 귀하고 감사한 일이다.
어제 봄비가 내리더니 그새 표고버섯이 조금 더 자랐다. '토옥'하고 손으로 딸 때 그 생생한 소리는 벌써부터 침샘을 자극하느라 바쁘다. 여름에 생각나지 않도록 이 봄날에 많이 먹어둬야 한다. 비가 좀 더 내렸으면 좋겠다. 봄비는 늘 반가운 법이니까. 그 덕에 표고버섯이 무럭무럭 자라 부족함 없이 먹고 싶다.
엄마는 버섯 탕수육을 좋아하신다. 오래간만에 부모님을 위해 실력을 발휘해 본다. 참고로 자취를 고등학교 때부터 했으니 뭐 맛은 웬만큼 낸다. 햇볕에 잘 말려둔 표고를 물에 불려서 만들어도 좋지만 오늘은 표고버섯이 잘 자랐기에 생표고버섯으로 만들어 본다. 버섯은 향이 반이다. 칼질을 하면서 떨어져 나온 자투리를 생으로 먹는다. 씹을수록 표고버섯 특유의 향긋한 풍미가 코끝으로 올라온다. 봄을 먹은듯한 기분이 든다. 봄에 먹는 식재료들은 특히나 그 향을 진하게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 참 맛있다. 쌉쌀한 머위도 그렇고 달보드레한 시금치도 그렇고. 올봄엔 집에 내려오는 시기를 놓쳐 산두릅을 못 먹은 게 한이다.
겨울에는 봄에 잘 말려둔 표고버섯으로 탕수육을 해 먹었는데 이 봄에 바로 따서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물론 엄마는 햇볕에 잘 말려둔 표고를 써야 영양도 있고 더 맛있다 하신다. (말린 표고가 비타민 D와 구아닐산 등의 아미노산이 합성되어 칼슘 흡수에 도움도 되고 맛도 더 좋다.) 아직 건표고가 남아있긴 하지만 봄이니까 생표고로. 절대 물에 불리는 게 귀찮아서가 아니다.
표고버섯 탕수육을 맛있게 튀겨 유자소스를 곁들여 점심 상으로 내어 놓는다. 아빠는 막걸리 한 잔을 곁들어 드신다. 엄마도 연신 맛있어하시며 드신다. 물론 건표고 불려서 하지 그랬냐 하시지만. 사소한 잔소리도 정겨운 밥상이다.
[표고버섯]
느타릿과의 버섯.
줄기는 굽고 짧으며, 삿갓의 지름은 4~10cm이고 원형 또는 심장 모양인데 짙은 자줏빛이다.
식용되며 봄에서 가을에 걸쳐 떡갈나무, 밤나무 따위의 활엽수에 기생하거나 인공으로 재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