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수 샤워 후 깨달은 삶의 온도"
"냉수 샤워 후 깨달은 삶의 온도"
-불편함 속에서도 이어지는 루틴, 그 속에서 자라는 단단함-
계절의 변화를 이기는 마음의 근육
슬로우 조깅을 시작한 지 13일째 되는 날이었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반팔로 뛰어도 괜찮았는데, 바람이 달라졌다. 쌀쌀한 공기가 볼을 스쳤고, 운동복 위로 스며드는 냉기가 몸을 움츠러들게 했다. 나가기 싫은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도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왔다. 5일 만의 재개였다. 아파트 단지 안을 8바퀴, 약 11km를 1시간 반 동안 달렸다. 오랜만에 뛰었지만 숨이 차지 않았다. 땀이 흘렀고, 몸이 데워졌다. 달리고 나면 언제나 그렇듯 후회 대신 뿌듯함이 남는다. 오늘도 그랬다.
예기치 못한 불편함의 순간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땀을 식히기 전에 바로 욕실로 향했다. 온수를 틀었다. 물이 미지근해지길 기다렸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낮에 보일러 수리기사가 다녀갔다. 최근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보일러가 자주 멈췄기 때문이다. 이번이 세 번째였다. 지난주에도 두 번이나 수리를 했다. 오늘은 기술자 두 명이 와서 점검까지 했는데, 또 온수가 나오지 않았다. 머리에는 이미 샴프가 묻어 있었다. 선택지는 하나였다. 냉수로 씻는 일. 운동으로 달궈진 몸 덕분에 찬물이 닿아도 덜 괴로웠다. 순간의 차가움을 견디기로 했다.
작은 부주의가 만든 불편함
샤워를 마치고 집주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온수가 또 안 나와요. 내일 오전에 확인해주세요."
늦은 시간이었기에 내일로 미루려 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바로 오겠다고 답했다. 15분쯤 지나 문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열었다. 집주인이었다. 숨이 가쁜 모습이었다. 가까운 단지에 살고 있어서 금방 달려온 듯했다. 표정에는 미안함이 묻었다. 그는 곧장 테라스로 향했다. 나는 뒤따라갔다. 잠시 후, 문제의 원인을 알아냈다. 수리기사가 보일러를 점검하면서 전원 코드를 뽑았다가 마무리 할 때 다시 꼽지 않고 갔던거다. 집주인이 다시 코드를 꽂자 온수 표시등이 반짝였다.
집주인은 안도하며 말했다. "코드가 뽑혀 있던게 문제였어요."
순간 허탈함이 밀려왔지만, 그보다 집주인에게 고마운 마음이 앞섰다. 밤늦게 달려와 준 정성과 집을 향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작은 부주의 하나가 불편함을 만들었지만, 마음을 다한 행동이 찬물 샤워의 불편함을 잊게했다.
일상의 문제에도 태도를 담기
집주인은 지난달 말에 임대재계약을 할 때 왔을 때 말했다. "집을 깨끗하게 사용했네요."
집주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사 온지 1년이 지났지만 매일 욕실과 주방을 청소한다. 물때가 낀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다. 임차인이지만 어디서 살든 집을 내 집처럼 대한다. 떠날 때 깨끗한 자취를 남기고 싶다.
이런 나의 마음은 습관만은 아니다. 살아가는 태도이다. 나의 공감을 대하는 방식이 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이다. 운동을 할 때, 글을 쓸 때, 사람을 대할 때 모두 같다.
달리기를 하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 생길 때, 보일러가 고장나서 따뜻한 물이 안나와서 불편한 상황일수록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으려 한다.
달리기를 멈추지 않듯, 깨끗함을 놓지 않듯, 불편함 속에서도 기준을 지키려 한다.
루틴이 만들어주는 회복력
일련의 경험을 통해 생각을 거듭하게 되었다. 꾸준함은 '결과'가 아니라 '태도'이다.
날씨가 추워져도 뛰어나가는 힘, 온수가 안 나와도 냉수 샤워를 감수하는 용기, 남의 집이라도 내 집처럼 아끼는 마음.
같은 뿌리를 두고 있다. '성실함'이다.
성실함은 타고나는 성격이 아니다. 매일 반복되는 사소한 행동에서 자라난다. 달리기를 이어가는 일, 청소를 게을리하지 않는 일, 문제가 생겼을 때 즉시 대응하는 일. 이런 행동들이 나의 기준을 단단하게 만든다.
불편함 속에서 피어나는 온기
오늘 냉수 샤워는 불편했지만, 따뜻함이 있었다. 집주인의 책임감, 나의 꾸준함, 작은 일에도 마음을 다하려는 태도. 모든 것이 합쳐져 하루를 단단하게 만든다.
계절은 변해도 루틴은 변하지 않는다. 바람은 차가워졌지만, 마음의 온도는 더 따뜻해졌다. 어쩌면 삶의 단단함은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이런 작은 반복 속에서 자라나는지도 모른다. 오늘의 냉수처럼, 불편함은 성장의 온도를 높인다. 나는 내일도 달릴거다. 찬 바람을 맞으며,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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