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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 테니스공

Things what I have

by moonworks
책상 위에 놓인 윌슨1

사무실 책상 한쪽에 테니스공이 하나 있다. 꽤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 이직을 하면서도 굳이 챙겨 와서, 다시 책상 한쪽에 올려두었다. 별생각 없이 두었는데, 이상하게도 다른 건 다 바뀌어도 이 테니스공만은 계속 나와 함께다.


사람은 누구나 여러 가지 면이 있다고들 한다. 나 역시 그렇다. 보통은 차분하고, 어느 정도는 조용하지만, 이 테니스공을 손에 쥐는 순간 그런 건 다 사라진다. 무언가가 내 안에서 톡 하고 풀려버리는 느낌이랄까. 그러면 나는 마치 장난꾸러기 남자애로 돌아간다. 공을 튕겨보고, 굴리고, 손끝으로 만지작거리기도 하면서 잠시 다른 세상에 빠져든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런 목적도 없다. 그냥 공의 탄력과 그 움직임을 느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런 행위가 내 일상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공을 굴리다 보면 머릿속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리곤 방금까지 꽉 막혀 있던 생각들이 천천히 흐르기 시작한다.


때론 이 테니스공이 나에게 작은 탈출구가 되어준다. 책상 위에는 늘 많은 일들이 쌓여 있지만, 그 공을 손에 쥘 때만큼은 잠시 모든 걸 잊는다. 그리고 다시 일에 돌아갈 때는 조금 다른 내가 되어 있는 것 같다. 마치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이렇게 작은 테니스공 하나가 내 일상에 변화를 가져다준다. 사무실은 조용히 바쁘고 어쩌면 좀 지루할지도 모르지만, 이 작은 공 덕분에 그 속에서도 작은 자유가 생긴다. 그리고 순간의 자유로움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다시 에너지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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