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 May 27. 2020

오늘 드디어 아이들이 학교를 온다

등교 개학을 맞이하는 순간

나는 지금 출근을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따라 공기도 깨끗, 화창하고 맑은 하늘을 보니 괜히 설레는 마음이 든다. 사실 설렌다고 하기에는 요 며칠 불안과 긴장이 커서 이번 주만 해도 새벽 4, 5시면 눈을 떴다. 아... 나 더 자야 하는데... 하는데도 눈은 웬일인지 말똥말똥, 결국 내 의도와 무관했지만, 덕분에 평화로운 미라클 모닝을 보내기도 했다.


애들이 없는 학교는 새로웠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됐다. 출근은 매일 똑같이 하는데 애들이 없으니... 뭔가 이상했다. 선생님들도 열이 오르면 갑자기 퇴근하고, 기침이 좀 생긴다 싶으면 교실로 피난 가고. 사회가 불안한 만큼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한다는 대혼란이 찾아왔을 때, 집에 와서 밤까지 유튜브로 영상 편집 등의 연수를 들으며 고군분투했고, 학교에서 사주신 기자재에 외에도 하다 보면 더 필요한 것을 구매하며 코로나로 못하던 쇼핑 욕구를 채웠다.


조금 익숙해지면서는 애들이 없는 학교는.... 천국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일반 직장인들의 라이프란 이런 건가? 조금 신기하고 즐거웠다. (이제 좀 어른의 세계에 물들어가는 느낌적인 느낌...) 물론 세간의 오해처럼 할 일이 없던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애들 안 오니 선생님들이 한가하리라 생각하겠지만(뭐 천차만별의 교육환경 아래에서 그런 학교도 있음을 인정은 하지만) 우리 학교는 정말 매일이 바빴다. 쏟아지는 연수와 회의, 서툰 실력으로 찍어야 하는 수업 영상과 수업이 끝나면 애들이 제출하는 과제를 일주일 내내 채점, 피드백하며 하루를 보냈다. 여유가 있어 좋았던 것은 밥을 먹고 30분간 산책이라는 것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 그 시간이 얼마나 귀했던지. 하지만 자리로 돌아오면 다시 출석체크 안 한 애들, 숙제 안 한 애들을 회유, 독촉, 사정, 협박을 해가며 콜센터 직원처럼 일했다. 내 전화는 24시간 민원처리센터 같았고, 어쩔 수 없으니 그러려니 하며 지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수업 기간이 나에게 천국 같았던 이유는 ‘생활지도’를 안 해도 된다는 점. 애들이 싸울 일도, 사고칠 일도 없고. 수업시간에 장난치고 잘못해서 혼낼 날도 없고. 화낼 일이 없으니 정신적 스트레스가 덜했다. 오히려 공부 안 하던 애들도 얼마나 집에서 심심한지 과제를 해서 제출하는 것을 보면서 댓글로 무한 칭찬을 하며 예뻐해 줄 수 있어 참 좋았다. 마음에 여유가 넘치는 선생님들은 서로에게 한없이 너그러웠으며 그렇게 서로에게 고마운 마음도 많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흐음... 이게 아니긴 한데...’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던 건 기껏 강의식 수업에서 변화를 가져와 지식도 가르치지만 친구들, 선생님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쌓아 온 탑이 있었는데. 그게 무너져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수업도 물론 과제를 내고 피드백하는 LMS(온라인 기반 학습)의 장점이 충분히 있지만! 오프라인을 통한 다른 수업도 할 수 있으면 그걸 병행할 때 진짜 시너지를 가져오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매일 아침 조회에서 Zoom으로 만날 때, 학교를 오고 싶다는 아이들... ‘더 이상 학교는 필수가 아니다’하는 이야기가 고등학교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지만 그렇다 해도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리며 세상에 나아갈 준비할 곳은 결국 ‘학교’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랬던 학교에 아이들이 온다. 어제 정말 30분간 애들에게 똑같은 말을 열 번은 하며 강조했다.(그래도 분명 뭔가를 빼놓고 오는 인간이 있을 텐데... 하아..)


학교로 나서기 전에 건강 자기 진단을  해야 하고! (쓰다 생각나서 확인해보니 벌써 13명이나 했다! 장하다 우리  ㅠㅠ) 마스크는 집부터 쓰고 나오는 거고, 건물 출입구는  곳이고 거기서 열을 재고 올라와야 하고. 교실에 들어오면 손소독제로 손을 닦고 자기 책걸상도 가져온 물티슈로    다시 닦고. 개인 물병에 마실  챙겨 오고, 예비 마스크도 항상 갖고 다니고. 교실에 왔을  친구들 물건 만지면 절대  !!!! 우리  잘할  있겠지?”


이제 남은 방법은 애들을 믿는 것뿐이다. 학교도 거의 다 왔다. 애들 준비로 더 빨라진 출근 시간이지만, 그래도 맨날 컴퓨터 화면으로 만나다가 실제로 만나려니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더 크다. 얘들아, 오늘 쌤이 몇 달 만에 화장도 더 열심히 했어... 너희들 만난다고... 비록 반은 마스크로 가리겠지만.^^


그럼 우리 있다 만나자!



매거진의 이전글 일요일 점심, 동생의 취미를 발견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