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단순한 동거 집단이 아니다. 개인적, 사회적 기능이 있다. 즉, 가족이란, 정서·경제·교육·문화적 기능을 함께 아우르는 생활 공동체이다.
누군가에겐 가족이 가장 튼튼한 울타리이지만 또 다른 이에겐 올가미처럼 느껴진다.
화목한 가족은 서로 마음을 열고 존중하며, 함께하는 시간과 전통을 유지하는 관계다.
화목이란 가족끼리 갈등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갈등이 생겼을 때 서로 대화를 통해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관계를 말한다. 이런 관계가 바람직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노력이 없다면 쉬운 일은 아니다.
화목한 가족의 특징을 살펴보자.
첫째, 서로의 생각이나 가치를 존중한다.
예를 들면, 자녀가 하고 싶은 진로나 취미를 말하면 “네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우리도 힘이 되어줄게.”처럼 존중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먼저 보낸다.
둘째, 작은 일에도 감사와 애정 표현을 자주 한다.
사소한 부탁을 들어주거나 도움을 받으면 즉시 “고마워”라고 말한다. 출근이나 등교할 때 “잘 다녀와”라거나 귀가 시에 “오늘도 수고했어.”, “고생 많았어.”와 같은 말이 어색하지 않아야 한다.
셋째, 가장 중요한 기능일 수 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함께 뭉치는 가족이다.
가족 중 누군가 힘든 시기를 겪으면 모두 함께 방법을 찾고자 노력하고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아빠가 실직해도 위로하며 가족들이 절약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 자녀라면 아르바이트를 구하겠다고 하는 등 서로 가계에 도움이 될 만한 계획을 함께 세우면서 격려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올가미 같은 가족은 개인을 과도하게 얽매거나 통제하여 심리적, 정서적으로 힘들게 한다. 표면적으로는 사랑과 관심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율성과 개성을 억압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이런 모습이다.
첫째, 과도한 간섭을 한다.특히, 부모라면 자녀의 진로, 친구 관계, 연애, 취미에 이르기까지 개인적인 선택까지 대신 결정하려 한다. 예를 들면, “내가 더 잘 알아.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아.”처럼 자녀의 독립적인 선택이나 능력을 존중하지 않는다. 결국 자녀는 부모에게 더 의존적이 되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둘째, 정서적 결핍을 주면서 괴롭힌다. 가족 간의 희생을 정당화하면서 마치 인질에게 대하듯이 압박을 가한다. 가족을 위해서라며 구성원 한 명에게 과도한 희생을 요구하는 것도 해당한다. 심지어 결혼이나 직장 선택까지 영향을 줄 정도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관계는 서로 정서적으로 지나치게 밀착되어 각자의 삶을 살기 어렵게 한다. 누군가를 희생시켜 의존성만 높이는 것으로 서로 벗어나지 못해 죄책감을 느끼기 쉽다.
셋째, 과보호로 새로운 경험을 차단한다. 새로운 경험이 자산이 되는 아동과 청소년기 자녀를 향해 이런 유형의 부모가 있다면 더 위험하다. 특히, 위험을 이유로 외부 세계를 제한한다면 자녀는 성장하기 어렵다. 부모가 예를 들면, “그건 너무 위험하니까 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은 통제이다. 이렇게 성장하면 성인이 되어도 도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도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사회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넷째, 자립 능력을 저하한다. 경제적인 지원을 하면서 자기 뜻대로 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개인의 자율성을 억압하면서 불균형한 권력관계를 형성한다. 예를 들면, 생활비를 주는 부모가 자식에게 “넌 내 돈을 받으니까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는 식이다.
대부분 가족이란 이름으로 개인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고 정체성을 억눌러 자립적으로 성장하지 못 하게 한다. 자녀라면 결국 성인이 되더라도 독립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건강한 가족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선 상호 존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가족끼리 지켜야 할 태도가 있는데 무엇인지 살펴보자.
첫째, 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
어린 자녀일지라도 개인의 생활을 해치면 안 된다. 예를 들면 상대방의 방에 들어갈 땐 아동이라도 먼저 노크로 신호를 알린다. 부부, 부모 자녀 간에도 함부로 개인 휴대전화기 정보나 메시지 등을 보지 않아야 한다.
둘째, 같이 하는 시간을 유지해야 한다.
몸이 벌어지면 마음이 멀어지기 마련이다. 하루에 짧은 시간이라도 가족 간 대화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함께 식사나 운동하는 것이다.
만약, 대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휴대전화기로 서로 메시지를 나누는 것이 좋다. 일주일에 한 두 번씩 혹은 주말이라도 가족끼리 장보기, 식사하기, 요리하기 등 공동 활동을 찾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혹시 퇴근이 늦은 아빠라면 아이들이 잠들었더라도 조용히 아이방에 들어가 얼굴을 보면서 따뜻한 인사나 머리맡에서 기도라도 해주는 것이 좋다. 잠든 아이는 무의식 중이거나 잠결에라도 메시지를 들으면 아빠의 사랑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감사와 애정 표현을 지속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평상시 “고마워”, “사랑해”란 말로 직접 표현하는 것이 좋다. 특히, 생일이나 기념일처럼 중요한 날은 꼭 기억하여 가족 간에 작은 선물이나 편지를 전해도 좋다. 입학이나 졸업식, 결혼기념일엔 이벤트를 만들어 더 의미있게 보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건강한 가족은 혼자 힘으로 만들기 어렵다. 가족 모두 상호 지지하고 함께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만 가능하다. 서로의 건강을 신경써주기 위해 함께 운동하고 식습관을 개선하는 등 작은 습관과 배려를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건강한 가족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좋은 가풍을 가진 가족 역시 한 세대에 완성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가족 공동체가 연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건강한 가족이 곧 화목한 가족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