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배우자가 좋을까
배우자 선택을 위해 조건을 따진다는 것은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배우자가 누구냐에 따라 이후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어 선택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은 배우자와 사는 것은 남은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다. 경우에 따라서 남은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에 중요하다. 물론 마음이 안 맞으면 별거나 이혼도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이전보다 이혼이 수월해졌다고 하지만 드라마 보다 더 힘들지 모른다. 이혼은 부부 둘 다 상처가 생기는 일이다. 불가피한 경우엔 할 수밖에 없지만 자녀들에게도 영향을 주므로 최종 선택까진 많은 것을 고려해야만 한다. 따라서 애초에 결혼 배우자 선택을 잘하는 것이 좋다.
태어나서 가장 오랫동안 같이 사는 사람 중 한 명이 결혼을 전제로 한다면 부모 보단 배우자일 가능성이 크다. 부모는 개인이 선택할 수 없지만 배우자는 선택이 가능하다. 배우자와 건강하게 오래 잘 살기 위해 결혼할 때 무엇을 고려해봐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
전통적인 사회에서는 부부가 되는 당사자 대신 부모가 짝을 결정하는 예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본인들의 결정을 가장 중시한다. 일부 중매혼은 결혼정보회사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결혼의 조건을 흔히 배우자의 선택 기준이라고 한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결혼정보회사에선 배우자의 조건을 점수화해서 매칭한다. 즉, 외모, 학력, 직업, 경제력, 가문 등 남녀 조건에 따라 점수로 차등 적용한다. 커플 매니저들은 성혼을 위해 노력하고 비용을 받는다. 이런 회사가 생긴 것도 어쩌면 배우자에 대한 신뢰의 중요성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속 모르는 사람과 결혼해서 후회하는 것보다 정보회사를 통해 미리 검증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의 지하철역 한복판에 관련 회사의 광고을 보는 것도 익숙하다. 커다란 화면 속에 다정한 연인을 보면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 들 지도 모른다. 점점 이런 회사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초혼 뿐 아니라 재혼 전문이라고 내세우기도 한다.
이전에 함께 일했던 K 역시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남편을 만났다. 여러 번의 연애 경험이 있었지만, 결혼까진 이어지지 않았다. 어느 새 마흔 살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이성을 만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해 망설이다 결혼정보회사에 노크했다. 매칭 후 교제했고 6개월 만에 결혼했다. 결혼 결정은 처음 만난 지 한 달 만에 했다고 해서 당시엔 놀랐다. K는 만나기 전에 이미 배우자가 될 남성의 조건들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후문이다. 아들 한 명을 낳고 지금까지 잘살고 있다.
‘이 사람과 평생 살아도 될까?’
결혼을 고민할 때 한 번쯤 드는 생각이다. 현실적인 고민이다.
배우자가 될 사람의 개인적 조건을 살펴봐야 하지만 가족에 관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결혼은 서로 다른 집안끼리의 연합이다. 겉으로 알수 없는 부분까지 부부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배우자의 가족들까지 신경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배우자의 외모, 직업, 소득, 자산, 나이 차이, 학력, 성격, 가족의 경제력 등등 조건으로 따지는 것은 많다. 이 외에도 부모나 형제와의 관계, 성장 배경을 포함한 상대의 가정환경과 분위기 등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을 더 중요하게 볼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직간접으로 대부분 영향을 주는 것들이다.
2023년 G 결혼정보회사에 관련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기사에 따르면, 미혼남녀가 중요하게 보는 결혼 조건이 있었다. 남성은 여성의 성격, 외모, 경제력 순이고, 여성은 남성의 성격, 경제력, 외모순이었다.
둘 다 배우자가 될 사람의 성격을 의미 있게 본다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최근 이혼율이 증가하고 이혼 사유를 들여다보면, ‘배우자와의 성격 차이’라고 대답하는 예가 많다. 두 사람의 성격이 결혼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혼 생활 중 자주 일어나는 갈등 중 하나는 부부간 성격 차이다.
성격은 결혼 전에 파악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격은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이상 성격으로 보이는 결정적인 신호가 있다면 피해야 한다. 데이트 중 잦은 싸움이 일어난다면 성격적인 원인이 있는지 꼭 살펴봐야 한다.
종종 뉴스나 드라마 소재로 나오는 데이트 폭력의 내용과 수위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심각한 경우 피의자에 해당하는 상대는 대부분 인격 장애에 가깝다. 성격 문제다.
연애 시절엔 단둘이 있기에 잘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 인격 장애일 경우, 여러 사람이 있을 때 보다 파악하기 쉽다. 만약, 둘이서 있을 때와 큰 차이를 보인다면 해당 이유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 결혼하면 안 될 사람 중엔 정신 병리적 성격 장애도 있기 때문이다.
성격장애는 현실과 동떨어진 사고를 보일 수 있다. 예를 들면, 집요하게 자신과 타인을 인식하거나 지속해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양상의 행동을 하는 경우이다.
일부는 직장이나 학교에서 타인을 대하는데 문제가 있을 정도로 성격 특성이 뚜렷하고 완고하다. 하지만 직장 생활에 무리가 없어 보이지만 연인 사이에선 심각한 문제를 보이는 예도 있다. 정신 건강 질환으로 보고 성격을 장애로 진단한다. 하지만 이런 특성을 일반인이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래도 관련 정보를 사전에 이해하고 있는 것은 도움이 된다. 극소수일지라도 내가 만나는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5판, 본문 개정판(DSM-5-TR)에 따르면, 인격 장애는 10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크게 3가지로 구분한다.
10가지 유형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된 성격은 두드러지고 부수적인 경향성을 보인다.
성격은 어렸을 때부터 기질이나 환경에 영향을 받아 형성되기에 결혼 후 갑자기 바뀌기는 쉽지 않다. 성격장애가 있는 대상자를 만난다면 결혼생활이 평탄하지 않을 것은 당연하다. 배우자는 물론 가족까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서 매우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성격의 문제로 파혼하는 예가 있다. 그러나 그 과정도 순조롭지 않다. 가능하다면 결혼 전 일정 시간 교제를 유지하면서 서로의 성격을 탐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환경에서 보이는 상대방의 모습을 통해 성격장애 유무를 가려 보는 것은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성격장애 가능성이 크다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간혹 성격 문제를 간과했다가 결혼 생활동안 곤욕을 치르는 예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마다 상대에게 매력을 느끼는 순간은 다르다. 조건 역시 마찬가지다. 보통 조건을 외모, 인성, 능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외모는 최근 남녀 모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다.
인성 역시 중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 파악이 어렵다. 인성은 성격, 성품 등으로도 설명하는데 개인의 가치관이나 태도 등이 반영된다. 즉, 결혼관이나 인생관, 자녀관 등으로 대표할 수 있다.
결혼할 때 필요한 조건들은 각자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에 따라 우선순위가 다르다. 외모나 학력, 직업처럼 쉽게 파악하는 것도 있지만 인성, 가치관과 같은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바로 파악하기 어렵다.
오랜 시간을 지켜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조건일수록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상대가 보이는 사소한 태도, 언행 등까지 잘 관찰하면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배우자의 가족과 성장배경에 관한 것도 강조되므로 결혼 결정 정에 잘 살펴봐야 한다.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드라마에서 보면, 가끔 극적인 가족배경으로 설정하는 예가 있다. 재벌가 자녀와 흙수저라고 부르는 사람의 결합이다.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경제적에서 오는 가치관이 생활 습관에 영향을 준다. 그런데도 드라마 속처럼 서로가 성격적인 매력으로 결혼에 이르는 경우은 현실에서 거의 없다. 애초 서로 만나기 어렵다. 마음먹고 누군가의 소개를 받지 않고선 생활 환경의 차이로 만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란 말도 있다. 동선이 다르면 접점이 없어 커플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설령 만나더라도 결혼 성사되기 쉽지 않다. 양쪽 집안의 반대가 있기 마련이다. 그만큼 가족 환경도 중요하다.
얼마 전에 인기리에 방영된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커플의 모습에서 결혼의 조건을 살펴볼 수 있었다. 외모와 경제력과 무관하게 두 사람의 순수한 마음을 사랑으로 부각한 내용으로 이해했다. 드라마의 장치적 요소로 그렇게 주인공 커플을 결혼하게 했는지는 모르겠다. 애순과 관식의 결혼은 마치 운명처럼 이미 정해진 것 처럼 보였다.
이들의 결혼 조건은 무엇이었을까?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부여잡고 사랑 가득히 출발해도 어려운 게 현실의 결혼이다. 주인공처럼 어린 나이에 준비도 없이 결혼생활을 시작한다면 매우 어렵다. 드라마처럼 세월을 견디며 아들딸 낳고 행복해지는 해피엔딩같은 인생만 있지 않다. 따라서 아직 미혼이라면 결혼에 대해 현실적인 접근을 해야 할 것이다.
어떤 배우자가 나에게 가장 어울리고 좋은 사람인지 판단하는 것 역시 개인의 몫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