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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게 되더라도

사회적 가족을 만들자

by 오로라

어쩌다 보니 우리 식구 중 1인 가구가 여럿이다. 미혼, 비혼, 사별, 별거, 이혼 이외에도 학업과 취업으로 독립 가구가 되었다.


사별한 언니는 자식들이 하나 둘 대학과 직장을 구하면서 혼자 지낼 때가 많다. 나도 아들이 대학교 앞으로 자취하면서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방학이면 며칠 다녀가지만 각자 독립적으로 산다고 봐야 한다.


대학원 동기 몇 명은 미혼으로 혼자 산다. 처음부터 결혼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아니니까 자발적 비혼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주변을 돌아보니 이런저런 상황과 사정으로 독립 가구를 구성한 예가 꽤 있었다.



1인 가구2.png 출처 : 네이버 1인 가구 이미지



J는 지방에 계신 부모를 떠나 20대에 대학 진학과 더불어 서울로 올라왔다. 졸업 후 취직했고 계속 혼자 살다 몇 년 전 은퇴했다. 그동안 일하며 바쁘게 살았고 결혼은 아직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비혼을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은퇴 시기인 60대 때까지 배우자가 될 만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동생이 부모님 근처에서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지금은 두 분 모두 돌아가셨다. 계속 혼자 살지만 주기적으로 동창 모임이나 친구들 모임에 나가면서 어울린다. 따로 가족이 없다고 말하며 혼자 지낸다.


M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독립했다. 여러 번 연애를 했지만 결혼까지 이어진 대상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중년의 나이가 되면서 1인 가구가 되었다.


성인이 된 조카 몇 명도 학업과 구직으로 부모 곁을 떠나 20대부터 따로 살면서 1인 가구로 분류된다. 주말이나 방학에 본가로 오지만 평상시엔 혼자 지낸다.




J와 M을 종종 만난다. 함께 식사하고 영화를 본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이어진 인연이 몇 십 년째다. 어떤 경우엔 가족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둘의 차이는 있지만 가족애 같은 친밀감을 느낀다.


어릴 때 친했던 형제도 결혼 후 분가하면 소원해지기 쉽다. 그런 사이보단 어떤 면에선 이런 관계가 더 가깝다.




더 이상 혈연이나 혼인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가족만을 친밀하다고 느끼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 새로운 형태의 가족 개념이 중요해지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을 우리는 사회적 가족이라고 부른다.


사회적 가족이란 어떤 관계일까?


정의를 살펴보면, 법률상 혈연이나 혼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서로를 가족처럼 지지하고 돌보는 관계를 말한다.


부모자녀, 형제자매, 부부와 같이 전통적 가족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동거하면서 살아간다.

타인과 셰어하우스나 코하우징과 같은 공동체에서 가족처럼 친밀감을 형성한다. 개인적 공간은 별도지만 공용 면적에서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며 친목을 도모한다.


서울시 강남구는 '1인 가구 커뮤니티센터'를 운영한다. 혼자 사는 청년 및 성인을 대상으로 센터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담당 사회복지사까지 배정해 두었다. 다른 자치구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있다.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을 구성한다.


저출생과 초고령화로 사회적 돌봄 대상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 사이에 혼자 사는 1인 가구들도 늘어나고 있다. 전통적 가족 범위 안에 있지 않는 이들은 주변에 지지 집단이 필요하다. 친구나 동료처럼 혈연이 아니어도 가까운 곳에서 자주 교류할 수 있다. 동거하는 예도 있지만 그게 어렵다면 상호 정서적, 심리적 지원으로 힘이 된다. 특히, 위기 상황에 서로 대응한다. 가족처럼 기능하는 사이라고 봐야 한다.




사회적 가족은 혼자 생활하는 개인에게 정서적 안전망이 될 수 있다. 지자체마다 1인 가구를 지원하는 여러 가지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사회적 관계망을 돕기 위해 개인에게 적합한 취미 활동을 지원하고, 요리를 통해 반찬 조리나 식사를 해결하도록 돕는다.


운동이나 음악 동호회를 통해 관계망을 만들기도 하고, 자원봉사에 함께 참여할 수도 있다.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1인 가구 구성원은 새로운 가족을 찾는다. 지금 유지하는 프로그램은 일회성도 있지만 정기적 소통 커뮤니티를 구축하기도 해 어울리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기적 소통을 위해선 개인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임을 통한 만남을 확장하고 사회적 관계망을 꾸준히 유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혼자 사는 것이 편하기도 하지만 계속 그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지 않아야 혼자라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건강에 대해 얼마 전 지인이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내 온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우면산 힐링엽서 내용이라고 했다.




최근 보내 온 내용은 건강과 친구에 관한 것이었다.



운동을 하면 좋지만
운동을 안 해도 남과 어울려 다닌 사람이 더 튼튼했다

어울리면 돌아다니게 되고
우울증도 없어지고 활기차다

매일 한 번 이상 집 밖을 나서면 외출족으로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친구나 지인과 만나거나 전화로 대화를 나누면 교류족으로 분류했다

4년 후 이들의 신체 활력과 자립도를 비교하자 '외출과 교류' 둘 다 한 사람 점수가 가장 좋았다. 또한, 외출과 교류만 비교했을 때는 교류족이 외출족보다 신체 활력이 좋았다.

혼자 등산하는 것보다 만나서 수다 떠는 게 더 건강에 더 낫다는 의미도 전해주어 웃었다

일본에선 뇌의 노화를 측정하는 지표에 일주일에 몇 번 남과 어울리냐는 질문을 포함한다고 해서 관계성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았다.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복 중에 으뜸은 만남의 축복이란다.
그 중 친구 간의 만남이 으뜸이라고.

부부는 평생 동반자이지만 친구는 인생의 동반자라는데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나이가 들면 인생을 함께 걸어갈 친구가 중요하다.
배우자가 그런 대상이면 가장 좋겠지만 아닌 경우도 있으니까 친구가 필요해 보인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동행하면서 살아야 한다.
진실하고 강한 우정을 쌓은 사람들이 오래 살고, 행복하며 활기찬 인생을 산다는 연구결과가 많다고 하는 내용까지 알려 주었다.

영국의 시인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새에겐 둥지가 있고
거미에겐 거미줄이 있듯이
사람에겐 우정이 있다'

블레이크의 시집 『Proverbs of Hell』 원문을 살펴봤다.

“The bird a nest, the spider a web, man friendship.”




신은 인간이 혼자서 행복을 누릴 수 없도록 만들었다며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메시지가 기억에 남는다.


인간의 운명은 관계 속에서 결정된다는 것도.


인간의 운명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통한 선택이라고 한다.





좋은 친구에 대한 메시지도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좋은 친구란

'시간이 나서 나를 만나러 오는 사람이기 보다

시간을 내서 나를 만나러 오는 사람이란다.'


지인이 보내 준 메시지를 읽고 보니

조만간 시간을 내서 다시 J와 M을 만나러 가야겠다.

친구는 남은 인생을 함께 갈 소중한 자산이니까.

나에겐 아직 이런 친구의 자산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다.


혼자 있어도 혼자 사는 것 같지 않은 인생이 앞으로 다가 올 노년기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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