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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갑자기 효자가 되려는 남편이 있다면

갑자기 결혼하고 효자처럼 행동하는 배우자의 심리

by 오로라


결혼 후 어떤 남편들은 이전보다 부모님께 더 잘하고, 갑작스럽게 효자가 된 것처럼 행동한다. 심리학적으로 여러 요인이 작용하는데, 대표적으로 3가지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정체성 강화와 역할 재확인 욕구

결혼을 통해 “나는 이제 어른이 되었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아들로서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라는 성인 정체성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결혼 전에는 부모님의 잔소리를 부담스럽게 여겼던 사람이 결혼 후 부모님을 챙기는 것을 ‘성숙한 아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효심을 더 드러내려고 한다. 성인기의 책임감과 생산성 욕구가 지나치게 높게 나타나서 생기는 일이다.


둘째, 배우자와 부모 사이의 균형 욕구

결혼 후 남편은 배우자에게 집중하면서도 동시에 부모와의 관계를 소홀히 하면 ‘불효’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주말마다 부모님 댁을 찾거나 작은 선물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가족치료학적 관점에서 보면 원 가족과 새로 형성한 부부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시도이다.


셋째, 인정 욕구와 이미지 관리

아내나 주변 가족, 사회로부터 “착한 아들이면서 책임감 있는 남편”이라는 인정을 받고 싶어 효심을 과시적으로 드러내려는 모습이다. 평소엔 무심하다가도 명절에 부모님께 과하게 잘하거나 아내나 친척들이 볼 때 더 효자처럼 행동할 수 있다. 매슬로의 욕구 위계 이론으로 설명하면, 사회적 인정 욕구를 강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 후 갑자기 효심을 강하게 드러낼 때 아내는 매우 불편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 2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관계 내 우선순위가 밀린다는 불안감

아내는 배우자인 나보다 남편이 시부모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특히 신혼 초에는 부부가 서로에게 집중하기를 기대하는데, 남편이 부모에게 과도하게 헌신하면 “나는 2순위구나”라는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


둘째, 경계의 불분명으로 인한 부담감

남편이 부모님께 효심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아내도 같이 효도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내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는데도 시부모와 밀접한 관계를 요구받는 듯하면 부부의 개인적 공간과 친밀감의 경계가 침해당한다고 느껴 더 부담을 느낀다.


따라서 남편은 부부 관계의 감정적 안정과 친밀감을 우선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모님을 챙기기 전에 하루 중 일정 시간을 아내와 단둘이 보내고, 아내의 감정을 먼저 물어보는 것이 좋다. 또한 명절이나 가족 행사에서도 아내의 의견과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처가에는 무심하거나 소홀한 태도를 보이면서 여전히 자기 부모에게는 더 잘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남편들이 있다. 왜 그런지 이들의 특성에 숨어 있는 3가지를 심리학적 관점으로 정리해보자.


첫째, 자기중심적 가족 동일시

남편은 내 가족은 나와 직접 연결된 존재이므로 당연히 우선시해야 한다고 여긴다. 가족심리학에서 말하는 원가족 동일시 현상이다. 즉, 자신의 부모는 여전히 나와 친밀한 ‘의무 대상’으로 여기고 처가는 아내의 가족으로 ‘외부 가족’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둘째, 역할 편향과 책임 불균형

아내의 부모를 챙기는 것도 자신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 그래서 “내가 왜 장인·장모님까지 챙겨야 해? 그건 당신 몫이잖아.”라는 생각이 옳다고 여긴다. 전통적 성 역할에 따른 고정관념 때문이다. 자신이 부모를 챙기듯이 아내도 결혼했더라도 여전히 부모와의 관계에 소홀할 수 없으므로 처가에도 신경써야 한다.

셋째, 인정 욕구와 체면 중심 사고

아내가 시댁에 잘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신은 ‘착한 아들’로 인정받고 체면을 세울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처가에 잘하는 건 별다른 보상이 없다고 여겨 챙기지 않는다. 물론 최근엔 육아로 처가와 더 가까운 사람도 없진 않다. 하지만 전통적 사고로 시댁 중심으로 부부가 생활하는 예가 훨씬 많다. 이는 사회적 인정 욕구가 강해서 남편이 자신의 행동이 부모나 주변 친척에게 어떻게 보일지만 민감하게 나타내는 성향에서 온다.




시댁만 우선시하는 남편에게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불편함을 전달할 때 아내는 감정폭발이 아니라 현명한 대화와 경계 설정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첫째, 비난 대신 감정 중심으로 표현하기

예를 들면, “당신은 왜 맨날 당신 집만 챙겨? 우리 집엔 관심도 없잖아.”처럼 말하면 방어심을 유발한다. 이런 말 대신 “당신이 부모님을 챙기는 건 존중해. 그런데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뒷전인 것 같아 서운해.”라고 감정을 중심으로 전달하는 편이 좋다. 남편은 공격받는 느낌 대신 아내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할 여지가 있다.


둘째, 공동의 기준과 균형을 합의하기

시댁과 처가 모두를 존중하는 공동의 규칙을 만들자고 제안해보자. 예를 들면, “이번 주는 시댁, 그다음 주는 처가에 가자.”라고 말하거나 “명절 비용은 양가에 똑같이 쓰자.”처럼 균형을 잡는다. 시댁 우선이라는 불균형을 완화하고, 부부가 부모에게 효도하는 부분까지 ‘한팀’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느낄 수 있다.




서로를 위한 바람직한 결혼생활은 상호 존중하고 신뢰하는 관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상대방의 부모 역시 함께 돌보고 챙길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에 대한 연결을 의심하고 정서적 결핍이 생길 수 있다. 결국, 양가의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두 사람의 갈등은 서로를 대면하고 상호 받아들이는 태도를 멀리하고 관계를 악화할 수 있다. 그러므로 더 성숙한 자세로 남편과 아내의 역할과 책임을 함께 하는 부부로 성장하는 방법을 찾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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