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왔다.
평범한 슬픔에 관해 생각한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슬픔은 너무 길거나,
혹은 너무 짧아서 생겨난 흔적이다.
더디게 흐르는 시간은 지루한 비를 몰고 오고,
준비 없이 만난 이별은 지울 수 없는 물자국을 남긴다.
모두 길거나 짧아서 남은 평범한 슬픔이다.
슬픔이 가득할 때는 어떤 말이든 꺼내라는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는,
그래서 아무 말이나 해보지만
눈과 귀가 먼 이에게 닿을리가 없다.
붙잡은 시간을 놓아주며, 그저 평범한 슬픔일 뿐이라고.
시답지 않은 말이나 건네는,
그대 보다 더 평범한 내가 여기 있다.
평범한 것은 애써 슬프다.
압도적인 무언가를 담지 못한 기억은 평범하고,
그래서 슬픈거다.
비가 오듯 어차피 왔다갈 이야기인데
내내 남아 평범하니 슬프니 소용없는 이야기나 하고 있는
여전히 평범한 내가 비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