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린 대로 거두는 중인 거 아는데 섭섭한 이 내 마음 가눌길 없네
난임 기간이 길어진 탓에 일가친척은 물론 친구들 중에서도 가장 늦게 출산을 했다.
아이 이앓이로 잠을 못 잤다는 푸념에 친구들은 고민 상담보다는 이앓이라는 단어를 기억에서 지운 지 오래라며 “이 앓이 너무 귀여워어어어 아직 이가 없대!! 미치겠어!!! 너무 귀여워어어어!!” 박장대소로 화답하는 일은 다반사.
각자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만나기라도 하는 날이면 우리 아이의 세상을 향한 호기심은 고학년이 된 친구 자녀들에게는 물론, 아이들을 키즈카페에 넣어두고 자유롭게 수다를 떨고 싶었던 친구들에게도 귀여움보다는 귀한 시간을 방해하는 훼방꾼의 이미지가 큰 듯했다.
언젠가부터 친구들은 내게 “너는 좀 어렵겠지?”로 말을 시작했고 우리는 어디 어디로 가기로 했는데 아이를 맡기고 혼자 나올 수 없는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이런 대화가 몇 번 이어진 뒤 의지와 상관없이 자연스레 나는 그 모임에서 당분간은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친구들이 언제 어디에서 만났는지는 SNS에 예고 없이 올라오는 친구들의 사진과 해시태그를 통해 알 수 있게 됐고,
그 게시물에 좋아요 한번 누를라 치면 엄지 손가락이 크게 베인 것 마냥… 몸과 마음이 저릿저릿하고 눈물까지 고이는지… 쿨하지 못해 증말.
“ 니들끼리 이렇게 다니기냐?” “ 나 잊었나요?” “똑똑똑 나 여기 있어요.” “나 없이 노니까 좋냐?”
세상 옹졸하기 짝이 없는 멘트를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결국 SNS를 삭제하고 말았다.
마찬가지로,
인터넷 기사에 노키즈존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장님이 써놓은 글과 그 밑에 유사 경험을 했던 경험담과 응원의 글을 보면서 모든 부모가 다 이렇게 개념 없이 행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극 소수의 부모들의 실수를 다수의 부모도 그럴 것이다라고 치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리플을… 달지는 못하고 대상 없이 섭섭한 그 마음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시간이 종종 있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하는 날이면 평소보다 훨씬 엄격해지고 남을 신경 쓰느냐 정작 내 아이의 표정을 살피지 못하는 일이 많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근처 공원이나 아이가 조금 실수를 해도 측은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엄마들이 많은 공간으로 갈 수밖에 없고,
그 공간은 주로 키즈카페, 문화센터, 백화점 어린이층이다.
실은 나도 10년 전쯤 친구랑 일본 여행을 가는데 내 앞에 어린 아기를 데리고 탑승하는 엄마를 보면서 편하게 가기 틀렸네.라고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가 그 엄마의 뜨거운 눈초리에 화상을 입을 뻔한 적도 있다.
우는 아이를 힘들게 힘들게 달래 가며 커피숍에 앉아 수다를 이어 나가는 엄마들을 보면서 저러면서까지 커피를 마시고 싶을까? 의문을 가졌던 적도 있고…
일찍 결혼한 친구가 아이를 출산했을 땐 조카가 생겼다는 기쁨보다는 우리 이제 밤에 만나는 일은 어렵겠다며 아쉬운 마음을 먼저 표현 한 일도…(맙소사, 시간을 돌려 사과.. 아니지 사죄를 하고 싶어 지네)
오랜만에 만나서 수다에 집중하지 못하고 아이 밥만 걱정하는 친구의 모습에 서운함을 느낀 적도 있… (찰싹)
내가 사는 이 삶이 영화나 드라마라면 아마도… 뜨거운 눈초리로 눈빛을 쏘아대던 그 엄마의 얼굴이 내 얼굴로…
내 말에 서운함을 느껴 남몰래 눈물 흘렸을지도 모르는 친구의 얼굴도 후반부에 가서는 내 얼굴로 변하게 연출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사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고,
누구나 다 그 입장이 되어봐야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딱히 섭섭할 일도 마음 상할 일도 없는데 요즘 나는 왜 그렇게 그렇다 할 대상 없이
마음이 상하고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만 드는지…
육아 이것 참 Go독 Go독 Go독 고독하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