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입에서 별빛이 내린다.

by 다정한 오늘
“ 용기를 가지면 모오든지!! 하뚜 이따고 해찌! ”


간 밤 펑펑 쏟아진 눈 덕분에 늦은 저녁

놀이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니지.

우리 아이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는 2시간 같은 30분을 놀이터에서 채웠다.

오랜만에 손이 꽁꽁 발이 꽁꽁 목덜미까지 뻐근해진 내가, 발을 동동 거리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자.

아이가 내 손을 비상구 쪽으로 잡아 이끈다.


"엄마 못해~~~엘레베이터 타자!”

“아니야! 엄마는 할 수 이떠! 용기를 가져!”


겨울이 되면 아기띠로 아이와 나는 하나가 됐었다.

혹여라도 찬바람 들까 내 덩치보다 훨씬 큰 롱패딩을 구입했고, 패딩 안 엄마 가슴팍에 매달린 우린 아가는 살짝 열어 준 자크 사이로 눈을 빼꼼 내밀고 겨울을 구경 하곤 했다.

킁킁킁 그 시절 우리 아가 냄새.

토닥토닥 그 시절 우리 아가 궁딩이.


그 꼬꼬마가 언제 이렇게 커서 내 손을 잡고, 끌며 계단을 오른다.

한 층 한 층 오를 때마다 숨 가빠하는 나를 위해

반짝이는 말들을 쏟아낸다.


“ 나도 못하는 거 마나 엄마. ”

“ 하뚜이따 하면 다 하뚜이써!”

“ 용기가 필요하면 태!권!도! 하고 큰 소리로 말해!”

“ 엄마 이제 다 와떠! ”

“ 에너지를 내바!! “


비상구 계단에 별이 쏟아져 내리는 것 같다.

힘들다고 말하며 헉헉거리는 내 입꼬리가

아이가 하염없이 쏟아내는 말 덕분에

귀에 걸려 내려올 줄 모른다.


다섯 살. 참... 좋네.

작은 네 손도,

밤톨 같은 네 머리카락도,

웃을 때 사라지는 너의 눈 웃음도,

쩌렁쩌렁 에너지 넘치지만 혀 짧은 목소리도,

센서 등이 켜지기 전에 뽀로로 부츠가 먼저 번쩍거리는 계단도,

마주 잡은 우리 두 손도,

모두 모두 그냥 참 좋다.


별빛이 내린다.

우리 아가 입에서

내 마음속에서

반짝반짝 눈보다 더 깨끗하고

화려한 별빛이 우리 아가 덕분에-

힘들어 죽겠는 비상구 계단에서!



-


“ 아들아! 아무래도 엄마는 전생에 나라 구한 것 같아!

너를 아들로 만난 거 보면!!“

“ 엄마가 나라를 구했어???!!!!! 어린이집에 말해도 돼?“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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