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마후문
현세의 짐, 카바디(Kavadi).
카바디는 타밀어로 '매 걸음에 희생'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삶이 주어진 짐이다.
힌두교도들은 힌두식 달력으로
'열 번째 신성한 달'을 의미하는 타이(Thai)와
'보름달이 가장 빛날 때'를 의미하는 푸삼(Pusam)을
합쳐 타이푸삼이라는 고행의 축제를 벌인다.
고행과 축제라니 아이러니한 조합이 아닐 수 없다.
타이푸삼은 전쟁의 신, 무르간이
어둠의 세력을 무찌른 것을 기념하는 축제로,
힌두교도들은 참회와 속죄의 의식을 통해 신에게 다가간다.
타이푸삼 축제는 매년 1월 말에서 2월 초에 사흘간 열린다. 축제 날짜는 타밀력으로 보름달이 뜨는 날이기에매해 달라진다.
가장 아름답고도 신성한 어둠의 빛의 날,
그들은 왜 고행을 자처하는 것일까?
정화의 의미이다.
그들은 인간이 태어나 지을 수 있는 죄를 272가지라고 믿는다.
축제의 세 번째 날 현세의 짐인 카바디를 매고 272개의계단을 오르는 고행의 길에 나선다.
한 계단, 한 걸음 올라서면서 육체적 고통은 더해지지만 죄의 무게는 줄어드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272개의 계단을 다 오르면
죄는 사하여지게 된다.
현세의 짐, 카바디를 상징하는 반원형의 위패를 등에 메고, 혀·뺨·등·가슴 등에는 쇠꼬챙이와 갈고리를 꿰어서 참회와 정화의 길을 걸어간다.
누구에게나 카바디(Kavadi)가 있다.
각자의 지은 죄에 따라 카바디도 다양하다.
카바디가 클수록, 더 많은 갈고리를 몸에 매달수록
고통은 커지지만, 자신이 행한 어둠에서 빛으로
더욱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는 것이다.
종교는 다른지만 우리에게도 각자의 삶의 모양에 따라 다양한 카바디가 있다.
그리고 누구나 자신만의 특별한
가장 환한 보름달이 빛나는 날이 있다.
그러니 부디 그대의 삶을 나아가기를
주저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가는 길이 힘들다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일어서면 된다.
한 계단, 한 걸음
또 다음 한 계단, 한 걸음.
누군가는 카바디를 메고 가는 당신을
부축해 주기도 할 것이다.
혹여 그 길에 부축해 주는 이가 없다 해도
외로움에 가는 그 길을 멈추지 말고,
스스로를 부축하며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누구에게나 카바디(Kavadi)가 있다.
두려워 말고 걸어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