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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나빼띠!”
선언하듯 외친 M이 에스프레소를 빠르게 한 모금 들이켰다. P는 피우던 담배를 우아하게 재떨이에 꾹 눌러 끈 뒤 미지근한 물로 입을 헹궈냈다. 그리고 찻잔에 차와 우유를 순서대로 따르고 티스푼을 앞뒤로 소리 나지 않게 저어 마셨다. A가 따뜻한 브리오슈를 하나 집어 a의 앞접시에 올려 주었다. a는 와플이 담긴 접시를 앞으로 끌어당겼다. A가 M의 눈치를 살피며 피식 웃었다. 생크림을 듬뿍 올린 와플 조각을 입안에 가득 넣고 오물거리는 a. P는 그런 A와 a를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번갈아 보았다.
“광장 한가운데에 무대가 생길 겁니다. 잡부들이 무대를 세울 거예요. 그들은 아주 빠르고 솜씨가 좋지요.”
옥상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하는 M. A와 a는 M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M이 코끝으로 내려온 선글라스를 머리 위로 쓸어 올렸다.
“예로부터 소그노는 요정으로 유명한 마을입니다. 지금은 모두 사라졌지만 다양한 요정들이 모여 살았던 신비로운 마을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요정들에 관련된 전설도 아주 많고, 거기에 영감을 얻어 아름다운 작품을 지은 예술가들도 셀 수 없이 많죠. A가 피날레 곡으로 연주할 <매직 인 소그노>도 그런 귀한 작품 중 하나랍니다.”
M이 A와 a의 눈을 번갈아 마주치며 말했다. 강렬한 햇빛에 M의 새파란 눈동자가 연한 회색으로 반짝였다.
“마을 사람들은 매년 여름 사라진 요정들을 위해 기도를 올렸는데, 그 기도일 앞뒤로 며칠간 함께 놀고 마시던 관습이 바로 저희 소그노 음악 축제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축제가 진행되는 7일 동안 소그노는 신비로운 요정의 마을로 탈바꿈합니다. 올해는 두 분이 함께해 주시니 더 뜻깊을 것 같네요.”
A와 a가 기대감에 찬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M은 흡족한 표정으로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았고, P는 새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혹시 피아노를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을까요?” A가 공손하게 물었다.
“그럼요. 남편이 쓰던 피아노가 있습니다. 이미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방 안의 계단으로 내려가면 문 두 개가 있습니다. 제가 드린 열쇠로 오른쪽 문을 열고 들어가세요. 바로 그 방 안에 피아노가 있습니다.”
그럼, 왼쪽 문은요?
달콤한 호기심이 a의 혀끝에 맺혔다. M의 말이 이어지길 얌전히 기다려보는 a. a의 시선을 느낀 M이 친절하게 웃으며 브리오슈가 담긴 접시를 a에게 권했다. a는 입을 막듯 브리오슈를 한입 베어 물었다.
어?
난생처음 맡아보는 독특한 향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목구멍을 간지럽히는 달콤 쌉싸름한 향. a가 살짝 커진 눈으로 M을 바라보았다.
“아까 말했던 저희 가문의 명물입니다.” M이 비밀스럽게 웃었다.
“이 독특한 향은 뭐죠?” a가 기분 좋은 어지럼증을 느끼며 물었다. M이 식탁 위의 하얀 꽃을 힐끗 보며 입을 열었다.
“요정의 꽃입니다. 소그노에서 여름에만 나는 식용 식물이지요. 꽃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건강식으로 먹고, 이파리는 통증에 좋아 약초로 사용한답니다. 특유의 달콤 쌉싸름한 향은 스트레스와 긴장 완화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죠.”
브리오슈를 씹는 a의 눈동자가 점점 느슨해지고 있었다.
“요정의 꽃을 넣어 만든 다양한 식음료를 나누어 먹는 것이 축제의 오랜 전통입니다. 가문마다 전해져 내려오는 비법 레시피가 있는데, 저희 가문의 비법 레시피는 브리오슈입니다.”
A가 걱정스러운 듯 a를 살폈다.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A에게도 브리오슈를 권하는 M. 머뭇거리던 A가 브리오슈를 조금 베어 물었다. A의 호박색 눈동자 위로 옅은 물기가 서렸다. 입 안의 브리오슈를 삼키는 A의 목을 힐끗 보는 M.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영감의 꽃으로도 유명하죠. 모쪼록 소그노에 머무시는 동안 두 분도 아름다운 영감을 만나길 바랍니다.”
M이 은밀하게 말했다. P가 내뿜은 담배 연기가 나슨한 식탁 위로 가늘게 피어올랐다.
Photo l ©a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