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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Oct 27. 2024

매직 인 소그노 #1

#1


“섹스는 폭력적이야.” 

그 하얀 방에서 A와 a는 동의했다. “여기엔 시계가 없어서 좋아. 다 거짓말 같잖아.” a가 말했다. A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A의 다리 사이로 삐져나온 a의 축 늘어진 손목. A와 a는 침대 위에 이상하게 엉켜 누워 있었다.


A와 a는 레드 와인을 마셨다. 그들은 모두 술을 마셔본 적이 없다. a가 레드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들은 모두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다. A가 “담배는 없어.” 라고 말하자, a가 “내일은 담배를 함께 피우는 거야.” 했다. A는 희미하게 웃었다.


“들려주고 싶은 곡이 있어.” 하며 오래된 음반을 찾아 틀어주는 A. a가 웅크리고 앉아 스피커에 귀를 바싹 갖다 댔다. “슈만이야.” A가 노래하듯 말했다. 요리조리 눈을 굴리는 a는 대답이 없다.


A는 피아노를 치고 a는 글을 쓴다. a는 A가 a의 가슴을 처음 만진 밤을 기억한다. 매일 밤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잠들어버렸던 A와 a였지만, 그 밤엔 a가 홀린 듯 A의 배 위로 올라가 키스했다. A는 머뭇거리다 손을 오므려 a의 가슴을 감싸 쥐듯 받쳤다. a는 건반을 두드리듯 가슴을 만지작거리는 A가 정말, 좋았다.


“슈만은 언제나 우리를 다른 곳으로 데려다줘.”


a가 A의 손목에 입 맞추며 말했다. 얼룩진 와인 잔을 싱크대에 넣고 욕실로 향하던 A가 a를 침대로 잡아끌었다. 침대 위에서 a는 A의 목을 졸랐다. 한 손에 딱 알맞게 쥐어지는 A의 가늘고 하얀 목이 a는 정말, 좋았다. a가 손에 힘을 주면 줄수록 더 힘차게 팔딱거리는 경동맥은 또 어떻고. 


a의 손에 힘이 들어갈수록 가늘게 뜬 A의 눈동자가 촉촉하게 생기를 잃어갔다. 갑자기 어디선가 묘한 질투심이 삐져나왔다. a가 손에 힘을 더 실었다. A의 숨이 경계에 선 듯 헐떡거렸다.


정말, 죽어버리면 어쩌지.


a는 덜컥 겁이 났다. 손에 힘을 탁, 풀고 A의 왼쪽 어깨 위로 쓰러져 얼굴을 묻는 a. 목구멍을 막고 있던 엄마의 양수를 토하듯 A가 숨을 쏟아 냈다. a의 이름을 기침에 섞어 뱉는 A. a의 허리를 감싼 A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온몸으로 전해지는 A의 혼돈과 무질서. a는 그런 A가 정말, 좋았다. 

그 밤에도 A와 a는 출렁이는 그 하얀 방에서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잠들었다.








Photo l ©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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