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젠장, 젠장
오랜만에 어느 선배님께 전화를 드리려 했다.
평소 페북에서 내 글에 댓글을 많이 달아 주시고
선배 역시 페북에 근황을 올리시는 편이라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 핸드폰에서 전화번호를 찾았는데
허걱, 번호 앞자리가 011로 시작한다.
이런, 대체 몇 년간 전화 통화를 안 했단 말인가.
얼른 페북 메신저로 연락해서 전화번호를 받았다.
"선배님,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전화 통화 없이 페북으로만 소식을
알았다는 게 안 믿겨요"
"응~ 그러네~ 너는 목소리가 여전히 좋네~"
"아하하하하, 목소리만 좋아요"
또 옛 생각이 났다.
나는 아나운서 지망생이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방송반 활동을 할 때도
아나운서였다.
대학에 가서도 학원방송국 아나운서로 들어갔다.
수습기간을 마치고 달리 생각하는 바가 있어
방송국을 탈퇴하고 나왔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군 생활을 할 때까지
아나운서의 꿈은 그대로였다.
대학 4학년 어느 날,
기쁜 우리 젊은 날이라는 프로그램 촬영이 있었다.
나는 코믹 댄스로 출연해서 2등을 했고
그 장면을 내 친구들이 봤다 했는데,
그 방송을 본 후
내 친구의 여동생과 내 친구의 대화는
다음과 같았다 한다.
"오빠, 저 오빠가 지난번에 전화했던 그 오빠야?"
"응"
"에이, 속았다. 목소리는 좋던데...
얼굴은 딴 판이네?"
여차저차 한 과정을 통해
아나운서의 꿈을 포기하고
운 좋게 사내방송 PD로 일할 때의 일이다.
당시 인터넷 라디오 방송 '두타'를 촬영하려고
우선 전화로 섭외를 했는데
내 의견을 한참 듣던
두타의 담당자가 이렇게 말했다.
"저... PD님, 목소리가 정말 좋으신데요,
음악 채널 하나를 기획해서
진행해 보시겠어요?"
나는 나지막이 목소리를 깔고 답했다.
"저는 목소리만 좋습니다.
음악은 일자무식이라서요."
그 후로도 가끔 들었다.
목소리가 좋다고.
그러나 내 아무리 눈치가 없다 하나
이제는 알아듣는다.
얼굴이 꽝이라는 그 속 뜻을.
쳇, 유튜브 영상 출연은 기대도 안 한다고~!!!
#그래요 #저는 #목소리만 #좋아요
#그렇다고요